남성들이 미용실을 찾는 건 이제 이상하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다. 각자의 얼굴 생김새나 모질, 추구하는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헤어 연출을 원하는 남성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남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위스키나 당구까지 즐길 수 있는 남성 전용 바버샵 최근 들어 인기를 얻는 추세다. 그런데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높은 가격을 받는 현재의 바버샵과 정반대되는 콘셉트의 남성 전용 미용실이 이천 년대 초반에는 크게 히트했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이름 한번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블루클럽’이 그 주인공이다. 오늘은 남성 전용 미용실의 대표격이 된 블루클럽의 탄생과 성공, 그리고 현재에 대해 알아보겠다.

광고 회사 기획 마케터의 과감한 도전

블루클럽이 첫 선을 보인 것은 98년, IMF로 전국이 혼란에 빠졌을 때다. 모두들 있는 직장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던 시기에, 블루클럽 정해진 사장은 잘나가던 광고 회사를 스스로 뛰쳐나왔다. 고려대 신방과를 졸업하고 방송 PD를 거쳐 금강기획, 동방기획, 금화 기획 등 내로라하는 광고 회사에서 기획 마케팅 업무를 하던 그가 생소한 미용 업계에 뛰어든 것은, 고객보다 미용실이 더 많아진 시대에 기술 중심의 미용업과 기획 마케팅을 접목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토록 불안한 시기에 직장을 그만두고 기술도, 경험도 전무한 업계에 발을 담그겠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의 만류는 당연했다. 그러나 정해진 사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4~5개월 동안 미국과 유럽을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한 끝에 부모님 집까지 저당잡혀 마련한 3억으로 98년 6월 블루클럽 인천 효성점을 오픈한다.

최단기간 최다 가맹점 구축으로 기네스북까지

주변의 우려와 달리 블루클럽은 급속도로 성장한다. 가맹점 수도 빠르게 늘어 2002년 500개, 2004년에는 800개를 돌파했다. 블루클럽은 최단기간에 최다 가맹점을 구축한 것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정해진 사장은 정부 선정 신지식인이 되기도 했다. 2002년 블루클럽 전체의 하루 매출액은 평균 21억 원에 달했다. 비결은 가성비와 편안함에 있었다. 당시 블루클럽의 커트 가격은 5천 원이었다. 게다가 10번 오면 한 번은 무료였다. 사람들의 주머니가 한없이 가벼웠던 시기였기에 저가 정책은 무리 없이 먹혀들었다.

이런 가격이 가능했던 건 서비스의 간소화 덕분이었다. 블루클럽 고객은 커트 후 샴푸를 스스로 한다. 샴푸 서비스까지 받고 싶다면 1천 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기본 가격에는 핵심 서비스만 포함 시키고, 이외의 것들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둔 것이다.

여성 고객이 없는, 남성들만의 공간이라는 점도 성공 요인이었다. 이전까지 남성들에게는 이발소와 미용실이라는 선택지 밖에 없었는데, 당시의 이발소는 시설이 낙후되거나 나이 든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미용실에 가자니 쑥스럽고, 이발소에 가자니 불편했던 남성들에게 밝고 쾌적한 분위기의 블루클럽은 맘 편히 들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블루클럽의 현재

물론 블루클럽에도 약점은 존재했다. 낮은 가격으로 빠르게 많은 손님의 커트를 하다 보니 섬세한 가위질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가맹점을 운영하는 미용사의 실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했지만, 이발기를 사용해 빠르게 자른 머리는 다 비슷비슷한 모양이었다. 블루클럽에서 자르고 온 머리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자 남성들 사이에서는 이 머리 모양이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획일적인 스타일에 대한 불만과 함께 차츰 경기가 회복되면서 블루클럽의 위세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조금 더 돈이 들더라도 세련되고 섬세한 헤어스타일을 원하는 남성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009년 토마토 디앤씨에 매각된 블루클럽 매장 수는 2019년 11월 기준 전국 331 곳으로, 전성기 시절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5천 원이라는 가격을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6천 원으로 올랐다가 2011년 7천 원이 된 블루클럽의 커트 가격은 현재 8천 원이다. 이발기 대신 가위로 컷을 하려면 9천 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프랜차이즈 미용실의 남성 기본 커트 가격이 1만 5천 원 이상인 것을 생각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미용실 방문의 쑥스러움과 비싼 가격을 피하고 싶은 40~50대 남성들 중 일부는 여전히 블루클럽을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블루클럽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대성 전 대표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고머리, 스포츠머리만 한다는 고질적인 오해가 있었다”면서 “블루클럽이 젊은 트렌드를 쫓아가는 데 조금 늦긴 했지만 지금의 블루클럽은 최신 스타일이 가능하다. 과거 실망했던 사람이 다시 블루클럽을 찾는다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