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관심 없는 한국 사람에게 “아는 건축가 이름을 하나만 대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안도 타다오의 이름을 말할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 출신인 데다, 국내에도 그의 작품이 여럿 있으며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유명 건축가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안도 타다오의 일생과 작품세계에 대해 알아보겠다.

트럭 운전수에서 건축가가 되기까지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안도 타다오의 학력은 고졸이다. 정식으로 건축 교육을 받은 일도 없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트럭 운전 아르바이트를 했고, 꽤 오랜 기간 아마추어 권투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권투를 그만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그에게 할머니는 “넓은 세상을 보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라”고 조언했고, 헌 책방에서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설계도면을 보고 감동한 경험이 있었던 그는 유럽으로 떠난다. 그리고 7년 동안 세계 각지의 건축물을 실제로 보며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다.

그가 ‘안도 타다오 건축 연구소’를 내고 본격적으로 건축가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것은 1969년, 그의 나이 28세 때의 일이다. 76년에는 오사카의 ‘스미요시 연립 주택’을 건축해 일본 건축 학회상을 수상한다. 83년에는 60도 경사의 산자락에 ‘로코 하우징’을 건축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금까지도 ‘안도 타다오의 건물이 그 안에서 지내는 사람에게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지붕이 없고 건물 내부에 커다란 중정이 있는 스미요시 연립주택을 지은 후 “내게 설계를 맡긴 이상 건축주도 완강하게 살아내겠다는 각오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주로 교회나 절, 공공건물을 지어온 안도 타다오는 일약 건축계의 스타로 떠올랐고, 1995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까지 수상한다.

빛과 물, 그리고 노출 콘크리트의 세계

안도 타다오 건축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빛과 물, 노출 콘크리트를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요소인 콘크리트는 직선적이고 평평한 안도 건축의 느낌을 가장 잘 살려주는 재료이기도 하다. 깨끗하고 질 좋은 콘크리트만을 이용해 매끈하게 표현된 벽면은 안도 건축의 또 다른 주요 요소인 ‘빛’을 아름답게 반영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빛의 교회’, ‘물의 교회’라는 작품이 있을 정도로 빛과 물 역시 안도 건축에 있어 중요한 모티브이다.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의 건축물이 물이나 빛과 이루는 강렬한 대조, 그리고 조화는 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안도는 물을 흘게 두기도 하고, 가두어 연못을 만들기도 하며 폭포처럼 떨어뜨리기도 한다. 한 가지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한 속성으로서, 물은 건축물과 바깥세상의 경계가 되기도, 혹은 발을 담그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좁고 가로로 긴 형태로 건너편을 갈망하듯 들여다보게 하는 창, 역시 좁고 길게 이어지다 목적지에 도달하면 뻥 뚫린 느낌을 선사하는 동선 활용 등이 안도 타다오 건축의 특징으로 꼽힌다.

세계 각지의 안도 타다오 작품들

안도의 대표적 작품 중 다수가 일본에 있다. 오사카의 스미요시 주택, 홋카이도 토마무의 물의 교회, 오사카의 빛의 교회, 고베의 로코 하우징, 역시 고베의 물의 절을 비롯해 산토리 박물관, 맥스 레이 본사 사옥, 고조 문화 박물관, 오카야마의 나리와 미술관 등이 그의 일본 내 작품이다.

일본 밖에 지어진 그의 작품도 여럿이다. 이탈리아 트레비소의 베네통 커뮤니케이션 연구센터,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퓰리처 예술재단 건물, 텍사스주의 포트워스 미술관, 매사추세츠 주의 클라크 미술관 등이 안도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고, 중국 상하이에는 폴리 그랜드 시어터가 있다. 네팔에서는 자선사업의 일환으로 어린이 병원을 지었다. 안도 작품으로는 드물게 거의 모든 벽면이 벽돌로 마감되었지만, 특유의 직선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는 유지한다.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 궁금하다고 해서 비행기 표까지 끊을 필요는 없다. 한국 곳곳에도 그의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본태 박물관과 유민 미술관( 구 지니어스 로사이), 글라스 하우스 이렇게 세 개의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2013년 원주에 개관한 이래 각종 광고와 화보에도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던 뮤지엄 산 역시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다. 안도 타다오는 “가늘고 길게 이어진 산 정상을 깎은 듯한 뮤지엄 산의 부지를 처음 보았을 때, 주위와는 동떨어진 별천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회상하며 “건물 본체 뿐 아니라 부지 전체를 뮤지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