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엄마, 아빠가 이미 명성을 떨치고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환경은 드물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직업적 특성에 맞춘 교육을 받고 생생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부모의 영향력으로 남들보다 쉽게 일을 시작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패션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켄달 제너가 부족한 워킹 실력과 불성실한 태도, ‘쇼를 골라서 한다’는 발언으로 유명한 가족을 등에 업고 활동하는 금수저 모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적어도 패션계에서만큼은 제너 못지않은 막강한 배경을 가진 신인 모델이 등장해 화제다. 과연 그의 부모는 누구이길래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카다시안-제너 가족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것일까?


톱 모델과 패션지 CEO의 딸, 릴라 그레이스 모스

패션 산업이나 모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케이트 모스라는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볼륨 있는 몸매의 모델들이 전성기를 누리던 1980대 후반, 170이 채 안 되는 작은 키와 깡마른 몸으로 데뷔한 그는 90년대 새로운 미의 기준을 제시하며 빠르게 톱모델로 성장했다. 케이트 모스의 캘빈클라인 광고는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패션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여성들은 모스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데 열을 올렸다. 패션계 인사들의 케이트 모스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는데, 약물 문제가 여러 차례 불거졌음에도 잠깐의 슬럼프 이후 바로 재기에 성공할 정도였다.

모델로서의 명성만큼이나 연애 경력도 화려하다. 배우 조니 뎁, 록밴드 보컬 피트 도허티 등이 그의 전 연인이며, 그룹 더 킬즈의 기타리스트 제이미 힌스와 결혼했다가 2016년 이혼했다. 현재는 13살 연하의 독일 귀족 가문 자제 니콜라이 폰 비스마르크와 목하 열애 중이다. 그의 ‘전남친’ 목록에는 잡지 <데이즈드>,<어나더 매거진>,<어나더 맨> 등을 발간하는 ‘데이즈드 미디어’의 창립자이자 CEO인 제퍼슨 핵도 있는데, 모스는 핵과의 사이에서 오늘의 주인공 ‘릴라 그레이스 모스’를 얻었다.

멀리 돌아왔지만, 켄달 제너를 능가한다는 패션계 금수저는 바로 이 릴라 그레이스 모스다. 엄마는 90년대를 풍미한 톱 모델, 아빠는 패션 미디어 회사의 CEO이니 가만히 있어도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어릴 때부터 패션계 인사들의 눈에 띌 일도 많았을 것이다. 마크 제이콥스도 릴라 그레이스의 독특한 매력을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16세인 그를 ‘마크 제이콥스 뷰티’의 새 모델로 기용했다. 엄마처럼 작고 가냘픈 체구의 릴라 그레이스 모스가 향후 모델 활동을 계속하게 될지, 뷰티와 패션 중 어느 방면에서 더욱 두각을 드러낼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짜 ‘홀쭉 볼’의 굴욕, 래퍼티 로

‘실력도 없는데 주요 브랜드의 모델로 기용된다’고 비판받는 금수저 모델은 켄달 제너 외에도 많다. 배우 주드 로의 아들 래퍼티 로는 제너에 앞서 ‘자격 미달 금수저 모델’ 딱지를 붙인 바 있다. 16세에 영국 <보그>로 데뷔한 그는 2015 DKNY SS 컬렉션 런웨이를 걷고, 2016년에는 <로피시엘 옴므> 커버를 차지하는 영광을 얻었다. 이듬해에는 돌체 앤 가바나 쇼에 서더니 광고 모델로도 기용되었다.

실력과 룩이 괜찮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 래퍼티 로는 사실 외형 면에서나 실력 면에서나 전형적인 모델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키가 크고 홀쭉한 다른 모델들과 비슷해 보이기 위해 볼을 쪽 빨아들인 채 워킹을 하는가 하면, 화보에서는 ctrl+c, ctrl+v 수준의 개성 없는 표정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돌체 앤 가바나 캠페인에서는 그냥 지나가다 찍혔다고 해도 믿을 법한 평범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논란 속에 모델 활동을 이어가던 래퍼티 로는 2018년부터 밴드 활동을 시작했으며, 곧 ‘올리버 트위스트’ 리메이크 영화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자기관리도, 워킹도 ‘물음표’, 지지 하디드

켄달 제너의 절친인 지지 하디드도 실제 실력에 비해 과대평가되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워킹은 목각인형 같고, 시즌이 돌아와도 관리 안 된 몸으로 무대에 설 때가 많다는 것이 주된 비판의 내용이다. 그의 아버지는 억만장자 부동산 개발업자, 어머니는 전직 모델이며 ‘히트곡 제조기’ 음악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포스터를 잠시 새아버지로 두기도 했다.

지지 하디드는 대표적인 동양인 인종차별로 여겨지는 ‘찢어진 눈’영상을 역시 모델인 동생 벨라 하디드의 SNS에 올렸다가 구설수에 올랐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아내이자 전직 모델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슬로베니아 억양을 우스꽝스럽게 따라 했다가 비판을 받고 사과한 이력이 있다.


데뷔 3개월 만에 불가리, 샤넬 모델? 코우키

이번에는 아시아판 금수저다. 일본 유명 배우 기무라 타쿠야의 딸 코우키 (본명 기무라 미츠키)는 지난 5월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샤넬의 2020 크루즈 쇼 모델로 깜짝 등장했다. 문제는 다른 모델들과 확연히 차이 나는 비율과 어색한 워킹이었는데, 실력도 갖춰지지 않은 신인이 바로 샤넬 쇼에 선 데에는 유명인 아버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 여기는 이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 쇼에 선 아시아인 모델은 코우키를 포함해 단 두 명으로, 다른 한 명은 한국의 톱 모델 수주였다.

샤넬 크루즈 쇼가 그의 데뷔 무대는 아니었다. 코우키는 <엘르 재팬>의 표지 모델로 데뷔한 지 3개월 만에 불가리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월에는 로마에서 열린 불가리 비제로원 20주년 파티에서 지지 하디드의 동생 벨라 하디드와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기도 했다. 아버지 기무라 타쿠야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응원해주는 것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며 딸의 모델 활동에 대한 소감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