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호텔 로비, 트렌디한 카페에는 어김없이 세련된 가구와 조명들이 놓여있다. 브랜드 이름이나 제품명까지는 모르더라도, 누구나 “아, 이거!”하고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잘 알려진 디자인의 가구·조명들은 북유럽 브랜드의 시그니처 디자인일 때가 많다. 개성 있는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갖췄지만 조명 하나에 100만 원, 의자 하나에 1천만 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 때문에 선뜻 사기는 쉽지 않고, 한국 시장에서는 레플리카도 넘쳐난다. SNS에 올라온 사진상으로는 진품인지 가품인지 구별이 쉽지 않다는 이 인기 소품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SAS 호텔의 상징, 프리츠 한센 에그 체어

다양한 컬러와 소재, 몸을 폭 감싸는 듯한 디자인, 이음새 없이 통가죽에 스티치만 넣은 마감. 덴마크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의 ‘에그 체어’에 대한 묘사다. 50년대 후반, 야콥센은 코펜하겐 SAS 로열 호텔의 설계부터 전체적인 디자인을 맡게 된다. 호텔이 얼추 완성되어 갈 때쯤 호텔 측에서는 투숙객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호텔 로비에 칸막이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야콥센은 보기 싫은 칸막이를 만드는 대신, 몸을 감싸는 형태로 옆 사람과 시선이 부딪히는 일을 방지하는 에그 체어를 고안했다. SAS 로열 호텔의 상징이 된 이 의자는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현재는 프리츠 한센에서 생산과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1200번의 손바느질로 탄생하는 에그 체어의 58년도 가격은 6만 달러, 한화로 약 2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생산 공정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에그 체어는 소재에 따라 750만 원에서 1896만 원을 호가한다. 달걀 껍질을 닮은 안락한 디자인, 패브릭 버전의 톡톡 튀는 컬러나 통가죽의 고급스러운 광택은 매력적이지만, 평범한 사람이 선뜻 지불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인 것이 사실이다.

에그 체어의 디자인은 탐나지만 그만한 금액을 지불하기 힘든 이들은 레플리카를 찾기도 한다. 국내 혹은 중국의 중소 가구업체들은 에그 체어를 그대로 본뜬 복각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가격은 소재나 정교함에 따라 3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를 오간다. 워낙 레플리카가가 흔하다 보니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진품까지 가품으로 오해받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프리츠 한센에서 생산한 진품 에그 체어를 구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2006년 이후 프리츠 한센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는 오리지널임을 증명하는 라벨이 붙어있다. 또한 의자 다리의 바닥에는 브랜드 네임과 함께 제품의 시리얼 넘버가 새겨져 있고, 이 번호는 구입 시 받는 보증서에 적힌 것과 일치한다. 오리지널 에그 체어의 등받이 부분은 날렵한 편이므로, 등받이가 너무 두껍다면 가품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한 에그 체어 하단에는 의자를 뒤로 젖힐 수 있는 레버가 존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공정이라 종종 가품에서는 빠져있기도 하다.


부드러운 빛을 위한 조명, 루이스 폴센 PH5

두 번째 만나볼 제품은 에그 체어만큼이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루이스 폴센의 PH 시리즈이다. 역시 덴마크 디자이너인 폴 헤닝센이 고안한 이 조명은 전기조명의 지나치게 강한 빛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수학적으로 빛의 각도를 계산하고, 눈부심과 깜빡임 등을 연구한 끝에 1927년 첫 선을 보인 이 3- 셰이드 조명에는 폴 헤닝센의 이니셜을 딴 ‘PH’라는 이름이 붙었다. 스탠드로 시작해 펜던트, 샹들리에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나가던 PH 시리즈는 58년 마침내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PH5’ 탄생에 도달한다. 메인 셰이드의 지름이 50cm라 PH에 숫자 5를 더했다는 이 조명은 현재까지도 따뜻한 빛과 우아한 외양을 자랑하며 사랑받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PH 시리즈의 가품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PH5 정품은 해외 직구로 70~80만 원 정도에 구매가 가능하지만, 레플리카는 5~6만 원에 팔리고 있다. 진품은 가품에 비해 셰이드(전등 갓)들을 연결해주는 부품이 가늘며, 전구 소켓이 셰이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또 가품은 진품에 비해 세로로 길쭉한 형태일 때가 많다.


‘뜬다’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레플리카

덴마크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의 작품을 전담하는 ‘베르판’ 역시 한국에서 인기가 좋다. 특히 1969년 탄생한, 투명 아크릴 소재로 내부가 모두 비쳐 보이는 조명 ‘베르판 글로브’는 그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크기에 따라 200~280원 정도에 팔리는 이 제품의 레플리카는 15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그 가격도 다양하다.

프리츠 한센의 다른 제품들, 세븐 체어나 스완 체어, 루이스 폴센의 판텔라 스탠드나 AJ 펜던트 가품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디자인 보호법, 저작권법 의거 처벌·소송 가능

정품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지 않는 한 뭐가 다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게 만들어진 레플리카들. 그러나 브랜드 측에서 국내에 디자인 특허를 등록했다면 디자인 보호법에 의해 생산자가 형사처분을 받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다. 저작권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서도 처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디자인 특허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민사 소송에서는 자유롭기 어렵다.

가품의 범람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진품 가구만을 취급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카우치 포테이토 컴퍼니(couch Potato Company’에서는 자사 웹사이트에 진품과 가품을 구분하는 자세한 방법을 올려두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프리츠 한센의 에그 체어뿐 아니라 사리넨의 튤립 테이블, 비트라의 라운지체어, 해리 베르토이아의 다이아몬드 체어 등 유명 제품들의 진품/가품 구별법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