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부자의 대명사 빌 게이츠를 제치고 올여름 블룸버그 추산 ‘억만장자 지수’에서 2위에 오른 인물이 있다. 대규모 럭셔리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LVMH 그룹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가 그 주인공이다. 올 한 해에만 자산을 46조 불렸다는 이 거부의 별명은 ‘명품 사냥꾼’이다. 그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명품 제국을 건설했는지, 그의 자산 규모는 대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겠다.


부동산 회사로 시작한 사업

어린 시절부터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을 뿐 아니라 두뇌도 남달리 명석했던 아르노는 프랑스 엘리트 교육기관인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한 후 아버지가 운영하는 건설회사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았다. 전망이 밝은 부동산 사업에 집중하며 건설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젊은 나이에 뛰어난 사업 수완을 보인 베르나르 아르노는 79년 아버지 후임으로 건설회사 대표직을 맡는다.

미국 플로리다 등지에서 사업을 추진하던 아르노는 프랑스에 돌아온 뒤 당시 디올의 모기업이었던 ‘부삭’을 인수한다. 인수 후에는 불필요한 직물 분야 사업들을 모두 잘라내고 디올과 백화점 봉 마르셰만 남겼으며, 대대적인 인원 감축을 통해 고질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부삭을 흑자로 전환했다.

1989년에는 LVMH 그룹의 지분 24%를 사들였고, 이후 2년 동안 공격적인 지분 인수를 통해 결국 43% 이상의 지분을 손에 넣으며 명실 상부한 LVMH의 일인자로 떠오른다. 이후 아르노는 공격적으로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을 사들인다. 겐조, 지방시, 로에베, 펜디, 셀린느, 마크 제이콥스 등 한 번쯤 들어본 브랜드는 모두 LVMH 휘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VMH는 패션 브랜드뿐 아니라 불가리, 쇼메, 위블로, 태그호이어 등의 시계·주얼리 브랜드들도 소유하고 있으며, 프레시, 베네피트, 겔랑 등 코스메틱 브랜드들도 다수 보유 중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별명이 왜 ‘명품 사냥꾼’인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들에게 사준 8천억짜리 브랜드 리모와

브랜드를 사들이는 게 놀랄 일도 아닌 그는 자녀에게 주는 선물의 규모도 남다르다. 2016년에는 아들 알렉상드르 아르노에게 100년 전통의 독일 여행 가방 브랜드 ‘리모와’를 선물했다. 베르나르 아르노는 리모와의 지분 80%를 6억 4천만 유로(약 7997억 원)에 사들였으며, 이 브랜드의 경영권을 당시 24세였던 알렉상드르에게 넘겼다.

일각에서는 리모와의 전통,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아직 어린 아들이 경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리모와에 관심을 먼저 보인 것은 사실 아들 알렉상드르였다. 그는 세계 최초로 전자태그를 부착한 캐리어를 출시하는 등 패션에 IT 기술을 접목한 리모와를 인수하고 싶은 마음에 2014년 이미 리모와의 모르스체크 회장에게 연락한 바 있다.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알렉상드르는 자신의 SNS 계정에 “더 이상 리모와 여행 가방을 쓰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자사의 루이비통 역시 여행 가방으로 잘 알려진 럭셔리 브랜드임을 염두에 둔 것이다. 현재 리모와는 알렉상드르 아르노와 모르스첵 가문의 손자 디터 모르스첵이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베르나르 아르노의 자녀들은 그룹 내 브랜드 하나씩을 운영하고 있다. 딸 델핀 아르노는 루이비통의 부사장이자 LVMH 그룹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앙투안 아르노는 LVMH의 총괄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이자 벨루티의 CEO다. 넷째 프레데릭은 태그 호이어의 커넥티드 테크놀로지 디렉터로 일한다. 아직 학생인 막내 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LVMH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추산 재산 112조 5천억 원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현재 그의 자산은 961억 달러(약 112조 5천억 원)에 달한다. 지난여름 이후 다시 빌 게이츠에게 2위를 넘겨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마어마한 액수다. <포브스>는 지난 5월 그의 재산을 760억 달러(약 89조 500억 원)로 추산했으며, 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에 이어 4위에 랭크 했다.

아르노는 프랑스 부유층의 휴양지로 잘 알려진 생트로페의 맨션, 보르도 근교 생테밀리옹 지방의 와이너리 ‘샤토 슈발 블랑’, 알프스의 스키 하우스 ‘르 슈발 블랑’ 등 곳곳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비버리 힐즈에도 집 다섯 채를 가지고 있는데, 그 가격을 모두 합치면 1억 2,500만(약 1,465억 원) 달러에 달한다. 이 외에도 BMW 7 시리즈를 비롯한 럭셔리 카, 두 대의 요트와 수많은 미술품 컬렉션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르노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명품 사냥꾼’이라는 별명에는 고유의 개성을 지키고 예술성을 더해야 하는 럭셔리 브랜드를 마구 사들여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만든다는 비난도 어느 정도 서려있다.

하지만 그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오히려 아르노의 결단이 고리타분한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해주었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아르노가 영입한 마크 제이콥스는 일본의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하시와의 협업, 과감한 레터링 디자인으로 루이비통을 한층 젊게 재탄생시켰으며, 최근에는 디올옴므에 킴 존스, 루이비통 남성복에 버질 아블로를 배치하면서 1,2분기 모두 급격한 매출 증가를 이뤄냈다. 다음 시즌에는 아르노가 LVMH 계열사들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지, LVMH의 확장과 상승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