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한 진에도 하이힐을 매치하던 이전의 경향과는 달리 최근 여성들은 드레시한 옷차림에도 플랫이나 스니커즈를 신기 시작했다. 발이 편한 것은 물론, 그 편이 훨씬 쿨해 보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브랜드들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편안한 신발을 내놓고 있다. 화려한 스틸레토로 유명한 브랜드 ‘지미 추’에서도 편하기로만 따지자면 더할 나위 없는 디자인의 플랫슈즈를 선보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네티즌들로부터 조롱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별한 날을 위한 드림 슈즈

지미 추는 마놀로 블라닉, 크리스티앙 루부탱과 함께 패션에 관심 있는 여성들이 ‘드림 슈즈’로 꼽는 브랜드다. 스니커즈나 플랫 슈즈도 있긴 하지만, ‘지미 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누가 뭐래도 화려한 샌들과 스틸레토다. 신발 전체를 뒤덮은 글리터와 주얼리, 뾰족한 앞코와 아찔한 높이, 깃털과 리본… 결코 편해 보이지는 않지만 특별한 날 한 번쯤은 신어보고 싶은 디자인이 많다.

90년대 후반부터 2004년까지, 전 세계 여성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섹스 앤 더시티’에도 지미 추가 자주 등장했다. 신발 수집에 열을 올리는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가 가장 사랑하는 두 브랜드가 바로 마놀로 블라닉, 그리고 지미 추였다. 시즌 3 1화에는 떠나는 페리를 잡기 위해 달리던 캐리가 지미추 샌들 스트랩이 끊어져 벗겨지고 결국 배까지 놓치자 “I lost my Choo!”라고 외치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 외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도 화려한 디자인의 지미추 구두가 출연하는데, 매번 비싼 몸값과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역할이었다.


94만 원짜리 지미 추 플랫슈즈의 디자인

그런데 최근 지미 추는 이런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모델을 선보인다. 깎은 양털 소재의 스퀘어 토 플랫 슈즈인 ‘멀린 플랫’이 그 주인공인데, 브랜드의 다른 신발들과는 달리 아주 푹신푹신하고 편안해 보인다.

지미 추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 이례적인 플랫슈즈에 대해 ‘인조잔디 컬러의 폭신한 시어링을 재미있고 펑키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이어 ‘현대적으로 강렬하게 각진 앞코의 이 그린 버전은 실용적인 면과 재미있는 면을 모두 갖추었다’고 덧붙였고, ‘편안하지만 우아한 플랫 슈즈들은 지미추 컬렉션이 중심’이라며 브랜드에서 플랫 슈즈 라인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부연하기도 했다. 공식 홈페이지 상 ‘멀린 플랫’의 한국 가격은 94만 원, 영국 가격은 495파운드다.


“저걸 신느니 맨발로 눈밭을 걷겠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의견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이 신발을 본 한 페이스북 유저는 “저런 거 아마존에서 5파운드도 안한다”며 비슷한 색깔의 먼지떨이 사진을 첨부했다. 또 다른 유저는 “저게 495파운드라니 정말 역겹다. 월급의 절반 정도 아니냐”며 어이없음을 토로했고, 어떤 이는 “인조잔디?”라며 컬러 선택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래에는 “저런 걸 사는 사람이라면 저 신발을 신어 마땅하다(If you buy them, you deserve them)”거나, “저 신발을 신느니 맨발로 눈밭 위를 걷겠다”며 멀린 플랫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댓글들도 달렸다.


구찌의 ‘세탁물 가방’과 발렌시아가의 ‘차 매트 스커트’

결코 고급스럽거나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 황당한 디자인으로 놀림을 당한 브랜드는 지미 추 외에도 많다.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하는 업계 특성상,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무리수’에 가까운 디자인이 자주 탄생하기 때문이다. 2017년 구찌가 선보인 고무 소재의 핸드백도 그런 예 중 하나이다. 둥근 밑바닥과 옆으로 넓적한 디자인, 상단에 손잡이용 구멍이 나 있는 이 백은 구찌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로부터 수많은 조롱을 당했다. “드디어 구찌 옷에 걸맞은 세탁 바구니가 나왔다”, “친환경 생분해 장바구니 같다”, “정원용 물뿌리개 같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발렌시아가는 1700파운드(한화 약 260만 원) 짜리 스커트의 디자인 때문에 놀림거리가 됐다. 엠보싱 처리된 가죽 소재의 이 블랙 스커트가 자동차용 발 매트와 놀랍도록 유사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절약 팁들을 공유하는 ‘Money Saving Expert’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디자이너 패션 전문가는 아니지만…”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발렌시아가 스커트와 자동차용 매트 비교 사진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