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피 룩’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에는 무엇이 있을까? 미국 동부 사립 고등학교 학생들이 즐겨 입을 법한, 깔끔하고 경쾌한 이 스타일을 대표하는 브랜드로는 폴로 랄프로렌, 브룩스 브라더스 등이 자주 언급된다. 물론 톰 브라운도 빼놓을 수 없다. 단정한 프레피룩 곳곳에 유머러스한 비틀기를 가미한 이 브랜드는 2020 S/S 여성복 컬렉션에서 평소보다 더욱 과감한 환상의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했다. 특히 신고 걸을 수는 없지만 외양만은 너무 귀여운 ‘돌고래 신발’이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는 후문이다.


창조적으로 풀어낸 프레피 DNA

1965년 펜실베이니아의 앨런타운에서 태어난 톰 브라운이 패션 커리어를 시작한 것은 1997년의 일이다. 로스앤젤레스의 배우 지망생이었던 그가 뉴욕으로 이사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판매사원이 된 것이다. 이후 랄프로렌의 눈에 띄어 ‘클럽 모나코’ 디자이너가 되는 행운을 누린 톰 브라운은 2001년 독립해 맞춤 테일러링 숍을 내고, 2003년에는 정식으로 ‘톰 브라운’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을 선보인다. 그로부터 11년 뒤인 2014년에는 톰 브라운에 여성복 컬렉션이 추가된다.

브룩스 브라더스 블랙 플리스, 몽클레어 감마 블루와 협업한 이력, 그리고 멘토가 랄프로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톰 브라운에 프레피 감성이 짙게 녹아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전형적인 프레피룩으로만 콘셉트를 한정해서는 톰 브라운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모두 발휘할 수 없었다. 그는 톰 브라운 메인 컬렉션에서 비정형적인 실루엣, 강렬한 컬러와 패턴을 과감히 사용하는 대신 2012년 ‘톰 그레이’를 론칭해 프레피 룩의 정석을 선보인다.


2020 SS 컬렉션, 그리고 돌고래 구두의 존재감

그럼 본격적으로 지난 9월 파리에서 열린 톰 브라운 2020 SS 여성 컬렉션을 살펴보자. 이번 쇼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프레피 왕국의 베르사유 궁전’ 정도가 되겠다. 높이 쌓아올린 머리와 꼭 맞는 상의 실루엣, 가로로 드라마틱 하게 퍼진 스커트 라인과 파니에, 코르셋 디테일은 18세기 로코코 스타일을 충실히 반영했으며, 런웨이를 수놓은 창백한 꽃들과 중앙의 분수 역시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위화감 없이 녹아든 시어서커, 트위드, 꽈배기 니트, 삼색 스트라이프, 강아지 모양의 가방 등 톰 브라운의 정체성은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끈 것은 런웨이 측면에 미동도 없이 서 있는 모델들의 존재였다. 그들은 물결을 타고 점프하는 돌고래 모양의 신발에 올라서 있었다. 신발은 그 높이가 매우 높아 오히려 받침대에 가까워 보였으며, 모델들은 정원을 장식하는 동상을 연상케 했다.

신고 걸으라고 만든 신발이 아님은 분명하지만, 귀여운 이 돌고래 신발은 그저 신고 서 있는 것만으로 모델들에게 고통을 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패션 매체 <WWD>는 “끔찍한 고통을 느낀 한 불쌍한 모델은 신발에서 빨리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싱가포르> 등 다른 매체들도 “이런 구두를 신는 게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돌고래 구두에 대한 의문의 시선을 보냈다.

톰 브라운 쇼에 초대받은 한국 셀럽들

한편 한국의 셀럽들도 이번 톰 브라운 쇼에 발걸음을 했다. ‘슈퍼스타 스타일리스트’로 잘 알려진 한혜연은 지난 9월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산다라박, 변정수와 함께 나란히 톰 브라운 쇼장에 앉아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세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로 톰 브라운의 프레피 스타일을 연출했다. 한혜연은 네이비 컬러의 셔츠 드레스로 자연스러운 룩을 선보였고, 산다라 박은 단정하게 빗어넘긴 금발 머리와 교복을 연상시키는 슈트를 입어 학생 같은 풋풋함을 드러냈다.

딸 유채연 양과 함께 패션쇼에 참석한 변정수는 반짝이는 시퀸 스커트에 네이비 카디건으로 긴 실루엣은 연출하며 모델다운 포스를 뽐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