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한국에 진출했던 월마트 이제 과거의 기억이 된 지 오래다. 기세 좋게 입점하였으나 8년 만에 실적 부진으로 모두 철수하게 된 것이다. 이와 달리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꾸준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월마트와 이 마트들의 차이점은 가치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월마트에 가본 경험이 있다면 인테리어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도 있는데, 왜 굳이 부족해 보이는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일까? 이는 전 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다국적 기업이 한국에서는 실패한 이유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혹평 받는 인테리어에 숨어 있는 이유와 한국에서의 패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전 세계 매출 1위, 월마트

월마트는 미국의 샘 월튼이 1962년에 창립한 대형 할인 마트이다. 미국 50개 주 전역에 위치하고 있는 월마트의 등장은 미국의 유통 시장과 미국인의 생활 양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매출 2위를 다투는 코스트코나 크로거, 타깃의 매출을 전부 합쳐도 월마트의 60%밖에 되지 않는 정도로 압도적인 위치에 있어 미국 내 물가 경제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월마트는 2019년 8월 기준 시가 총액이 375조 7565억 원으로 어마어마한 기업 규모를 가지고 있다. 매장 수는 11700여 곳이며, 종업원 수만 무려 230만 명이 넘는다. 매출 역시 전 세계 1위를 도맡아 하고 있으며, 21세기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매출액이 2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로 입지가 탄탄하다. 월마트의 매출은 국가로 치자면 전 세계 27위로, 아르헨티나와 오스트리아의 경제 규모와 비슷한 수치이다.

투박한 인테리어

NBC, HBS

아무것도 없는 외곽 지역에 혼자 위치한 월마트는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허허벌판에 있는 마트의 내부로 들어가 봐도 별다른 디자인 없는 투박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높은 매대에 제품들이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은 마트에 온 것인지 물류 창고에 온 것인지 분간이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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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이러한 인테리어를 선택한 이유는 최저가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들은 ‘Everyday low price’를 기업 아이덴티티로 설정하여 부가적인 서비스를 배제하고 가격으로 경쟁한다. 그렇기에 지가가 저렴한 외곽에 위치하고, 물품을 최대한 많이 수용할 수 있는 구조인 창고형 매장 설립 선택한 것이다. 인테리어 비용 역시 불필요한 지출로 여기기 때문에 개성 없고 투박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AOL, emjcorp

미국의 경우 인구 밀집도가 낮아 주거지에 근접한 편의시설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이에 1-2주에 한 번씩 대형 마트에 차를 이용해 대량의 장을 보러 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에 그들은 인테리어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우선시하는 니즈가 있으며, 외곽에 위치해도 접근이 용이하다. 월마트는 이러한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였고, 그 결과 미국 내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한국 진출 8년 만에 철수

중앙일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마트가 한국에서는 철저히 실패한 이유는 현지화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 진출 당시 미국에서의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여 진입하였다. 매장은 도심 외곽 지역에 위치하였으며, 인테리어 역시 창고형으로 투박했다. 또한 저가를 유지하는 데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타 대형마트와 달리 세일 판촉 및 광고 등 마케팅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인구 밀집도가 높아 도심에 마트가 존재해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해 소량의 물건을 자주 사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또한 고객들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선호하였으며,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니즈가 있었다. 이러한 부분들이 미국과는 상반되기에 월마트의 저가 전략에도 소비자들의 호응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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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월마트는 기존의 기업 아이덴티티를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한국 진입 5년 만에 현지화 전략을 시행하는 자세를 보였다. 평균 신장이 작은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3m가 넘던 높은 매대를 2.2m까지 낮추었으며, 외곽 지역에서 도심으로 매장의 위치 설정을 바꾸고,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하는 등 국내의 경쟁 마트와 비슷한 매장 구조를 형성하였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돌아선 고객의 발걸음은 잡기 어려웠고, 결국 실적 부진으로 진출 8년 만에 철수를 선택하게 된다.

이렇듯 월마트가 개성 없는 창고형 인테리어를 유지하는 이유는 불필요한 비용을 허용하지 않기 위함이다. 기타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제품 가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이마트의 정책이 합리적임은 매출 부분에서 증명되고 있다. 단지, 한국은 인구 밀집도가 높은 나라이고, 소비자 니즈의 차이가 있음을 간과하고 현지화 전략을 너무 늦게 시도했다는 점이 패인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실패한 월마트와 달리 똑같은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가 빠르게 성장하는 점에서 전략의 중요성을 명확히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