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이나 소설 쓰기처럼 인류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창작에서도 인공지능이 뛰어난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10년 뒤면 직업의 3분의 1이 사라진다는데, 나의 일자리는 앞으로도 계속 안전할 것이라 믿는 건 지나치게 나태한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산업의 판도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과연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은 무엇일까? 또 앞으로 더욱 유망해질 직업에는 뭐가 있을까?

직장인이 뽑은 사라질 직업 1위 ‘번역가’


지난해 봄, 채용정보 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은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 4,147 명을 대상으로 ‘미래에 사라질 직업’과 ‘살아남을 직업’을 조사(복수응답 가능) 했다. 그 결과 ‘미래에 사라질 직업’ 1위에는 번역가(31%)가, 2위에는 캐셔(26.5%)가 올랐다. 20%를 차지한 경리가 캐셔의 뒤를 이었고, 공장 근로자와 비서가 각각 18.8%와 11.2%를 기록하며 4,5위에 올랐다. 응답자들이 이들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컴퓨터나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한때 웃음거리였던 구글, 네이버의 번역 기능은 인공 신경망 기술을 이용해 눈이 부시게 발전한 데다, 이미 해외에서 번역 어플로 무리 없이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일리 있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설문에 응답한 직장인의 43.5%는 자신의 직업이 미래에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으며, 특히 재무·회계 분야 종사자가 회의적이었다. 인사·총무직, 고객상담직, 생산·제조직 역시 직군의 미래를 어둡게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살아남을 직업’에는 어떤 직업들이 이름을 올렸을까? 1위는 연예인(33.7%), 2위는 작가(25.7%)가 차지했다. 영화감독이 23%로 3위에 올랐고 운동선수(15.4%)와 화가, 조각가(15%)가 그 뒤를 이었다. 사람으로서의 매력과 창작 능력이 중요한 분야를 주로 꼽았음을 알 수 있다.

고용정보원 ‘보건·의료 전망 밝아’


과연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같을까? 고용정보원은 지난 4월 25일 발간한 ‘2019 한국 직업 전망’에서 보건 의료, 법률, 컴퓨터 네트워크 · 보안 관련 분야의 인재 수요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단순노무직은 자동화와 스마트 기술에 의해, 결혼 관련 직군은 결혼 기피 현상으로 인해 수요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고용정보원의 고용증감 예측은 기술혁신과 인구구조 및 사회 문화적 환경, 정부 정책 및 제도의 상호작용을 반영해 분석한 결과물이다.

고용정보원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고용증감을 5개 구간 (증가, 다소 증가, 현 상태 유지, 다소 감소, 감소)으로 나누어 제시했다. ‘증가’ 구간에 포함된 19개 직업에는 간병인, 간호사, 물리치료사, 생명과학 연구원 등이 포함된다. 완전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건강·의료 관련 직종의 전망이 밝아지리라 본 것이다. ‘다소 증가’ 구간에는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들의 예측대로 감독 및 연출자, 만화가 및 애니메이터, 멀티미디어 기획자, 연예인, 작가 등이 포함되었다. 이 외에 경찰관, 판·검사, 회계사, 약사 등도 이름을 올렸다.

계산원 및 매표원, 세탁원 및 다림질원, 텔레마케터 등 자동화로 대체될 직업군과 콘크리트공, 철근공, 성공, 건축 목공 등은 ‘다소 감소’ 구간에 들어갔다. ‘감소’ 구간에 포함된 것은 인쇄·사진 현상 관련 조작원 단 하나였는데, 인쇄물과 사진은 이미 상당 부분 디지털로 대체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래 사회에 맞는 새로운 직업 탄생할 것


마이크로소프트와 영국 컨설팅 회사 ‘미래 연구소’는 2025년에는 20대의 65%가 현재 없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이나 로봇, 자동화 기기가 많은 부분에서 인간을 대체하겠지만 대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직업도 생겨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들은 2025년에 주목받을 직업 1~5위로 가상 공간 디자이너, 로봇과 인간 사이를 중재하는 윤리 기술 변호사,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분별하고 분석하는 디지털 문화 해설가, 자율적으로 협업하는 프리랜서 생명공학자, 사물 인터넷 데이터 분석가 등을 꼽았다.

또한 6위에는 재미있게도 우주 투어 가이드가 올랐으며, 퍼스널 콘텐츠 큐레이터, 생태 복원 전략가가 각각 7,8위에 올랐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개발자가 9위에, 세포와 신체 기관의 재생력을 연구해 새롭게 이식하기 위한 인체 디자이너가 10위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직업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그렇다면 다수의 리스트에서 ‘사라질 것’이라 예측한 직업들은 정말 완전히 없어지는 걸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번역의 경우 향후 인공지능이 더 발달하면 단순 번역 업무가 크게 감소하겠지만, 배경지식과 섬세한 뉘앙스가 요구되는 문학 번역의 경우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 김동규 미래직업 연구팀 연구위원은 “특정 직업의 여러 업무 중 일부는 인공지능의 적용이 편리”하다면서도 “해당 직종의 고용이 감소하는 일은 있어도 직업 종사자 전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 직업이 정말 사라질까 봐 걱정하기보다는, 직업상 활용하는 업무 기술 가운데’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수행하기 어려운’부분을 골라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