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고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만 같던 중국 시장에 최근 ‘기업·브랜드의 무덤’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브랜드들이 자신 있게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사업을 아예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 발전, 소득세율 등 외국 기업에 대한 혜택 감소, 높아진 임금과 경기 둔화, 미중 무역전쟁 등이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손꼽힌다. 여기에 사드 이후 급속도로 냉랭해진 양국 관계 때문에 한국의 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 시장을 공략해 한동안 선전하다가 최근 사업을 축소·철수한 한국의 기업과 브랜드에 대해 알아보겠다.

스마트폰 점유율 0%대, 삼성전자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다. 2019년 2분기에만 7511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20.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15.8%의 화웨이, 10.5%의 애플이 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만큼은 예외다. 2013년 중국에서 19.7%의 점유율을 자랑하며 1위에 올랐던 삼성 전자는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해 현재 0%대까지 추락했다. 삼성의 빈자리는 화웨이가 차지했다. 미국정부로부터 규제를 당하면서 글로벌 판매량은 급감했지만, 중화권에서는 오히려 판매량이 기록적으로 증가하며 31%나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연말 중국 톈진시 스마트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광둥성 후이저우의 스마트폰 공장은 인원 감축을 고려 중이다. 이와 관련해 고동진 삼성전자 IM 부문장은 샌프란시스코의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으로 최종 결정된 것은 없지만 베트남, 인도, 중국 등에 투자한 만큼 시장 변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록적 적자의 유통 업체들


유통 업체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 1997년 국내 유통 업체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당시만 해도 중국 내 매장을 1000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였다. 2009년에는 27개 지점까지 문을 열었지만, 이후 매출이 점점 줄어들었다. 사드로 인한 갈등이 시작되기 전이었으므로,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먼저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분석이다. 2011년 한 해 동안 1천억 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당해 11개 점포를 매각했다. 모든 점포의 철수가 마무리된 2018년 8월까지 이마트가 중국에서 낸 누적 적자액은 1천500억 원 수준이다.

롯데 마트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7년 말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점포 수를 110개까지 늘리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사드 이후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2016년 4월, 중국 전역 99개의 롯데마트 매장 중 74곳이 강제 영업정지를 당했다. 중국 정부가 든 사유는 소방법, 시설법 위반이었다. 롯데 측은 2018년 5월, 롯데마트 화둥 법인을 현지 기업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 금액은 3천억 원대였으며, 중국 진출 이후 2018년까지 낸 영업 손실은 1조 2천억 원에 달한다.

롯데 백화점 역시 중국에만 5개 점포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 차례로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톈진둥마루점은 작년 연말에 이미 문을 닫았고, 올 3월 톈진문화센터점의 영업 중단 공지가 내걸렸다.

힘 잃은 K 뷰티


한류열풍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K 뷰티도 중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화장품 브랜드 클리오는 올 초 상반기 중에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실제로 플래그십 스토어 한곳만 남기고 매장 문을 차례로 닫는 수순을 밟고 있다. 2016년 첫 진출 이후 2017년 12월 기준 69개의 매장을 중국에 보유했던 클리오는 임대료, 인건비 등 비용이 커지고 영업이익이 반 이상 줄어들자 온라인에 주력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중 가장 먼저 중국 시장을 공략했던 더페이스샵도 클리오에 앞서 후퇴를 결정했다. 2006년 중국에 첫 선을 보였던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130여 개 단독 매장을 철수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중국 내 150여 개 매장을 정리한 토니모리 역시 올해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물러나 온라인 판매에 집중할 예정이다.

중국 시장 내 한국 뷰티 브랜드 약세에는 빠르게 성장 중인 중국 본토 화장품 브랜드들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퍼펙트 다이어리, 홈페이셜프로, 라이트 뮤직 등이 최근 급격히 성장한 중국 신흥 화장품 브랜드다.

한국 브랜드 이름 없이 설계·생산·제조 과정만을 담당하는 ODM 업체들은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무석 지역에 중국 내 가장 큰 화장품 제조 공장을 가진 한국 콜마, 중국 현지 브랜드 200여 개를 고객사로 둔 코스맥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전년에 비해 65.3% 42.5% 증가했다.

현대기아차


현대자동차도 올 3월 베이징현대차 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앞서 베이징 1~3공장 직원 2천여 명에 대한 구조조정도 실시했다. 역시 실적 부진이 문제였다. 2002년 처음으로 베이징 1공장을 가동한 현대자동차는 이후 베이징, 창저우, 충칭 등지에 공장을 늘려가며 생산 능력을 키워왔으나 2018년 실제 출고된 물량은 80만대로, 생산능력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드도 사드지만, 시장의 욕구를 읽지 못한 점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2015년 이후부터 중국에서 SUV 붐이 일어났는데도 그에 상응하는 모델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4위였던 베이징현대의 중국 내 승용차 판매 순위는 작년 9위로 밀려났다.

현대차는 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해치백 모델인 신형 i10과 i10 N Line을 선보이며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 출시한 수소전기차 넥쏘가 유로 NCAP(유럽의 신차 안정성 평가 프로그램)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은 바 있으며, 내년부터 유럽 내 전기차 현지 생산도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