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수료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벌어 넣어둔 돈을 인출하거나 이체하는 데 은행이 돈을 받아 간다는 개념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기기와 시스템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수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한국에는 없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일반적인 은행 수수료가 있다. 바로 계좌를 열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매달 지불해야 하는 ‘계좌 유지 수수료’이다. 이 수수료는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지 알아보겠다.

연평균 20만 원의 계좌 유지 수수료 드는 미국


CBS에 따르면, 한 사람의 미국인이 연간 계좌 유지비(체킹 계좌)에 들이는 금액은 평균 159.48 달러다. 이는 한화 20만 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한 달에 약 13 달러 (약 1만 5천 원)의 계좌 유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CBS는 이 금액이 ‘4인 가족의 일주일치 장 보는 비용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계좌 개설 이후 잔고가 일정 금액 이하로 낮게 유지되어 이익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계좌는 20달러까지 수수료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만일 미국에서 거주하기 위해 미국 은행 계좌를 열었다면, 귀국하기 전에 반드시 정식 절차를 거쳐 계좌를 닫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계좌 유지 비용이 빠져나가다가 잔고가 0이 되면 마이너스 통장이 되어버린다. 이 상태로 계속 계좌 비용을 연체하면 차후 미국에 돌아가 은행 거래를 하고자 할 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종이 통장을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고, 계좌를 개설하면 결제와 인출이 가능한 체크 카드가 나올 뿐이지만, 매달 잔고 현황을 알리는 ‘잔고 증명서’가 등록된 주소로 배달된다. 최근에는 환경 보호 및 업무 간소화 차원에서 이 잔고 증명서를 이메일로 수령하도록 유도하는 은행들이 많다. 이렇게 온라인 잔고 증명서를 신청하면 계좌 유지비를 줄여주거나 없애 주는 경우도 있다.

유럽에선 6유로 안팎, 학생 신분 증명하면 일정 기간 면제도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프랑스, 독일의 은행들도 매달 일정 금액의 계좌 유지비를 청구한다. 은행마다, 혹은 계좌와 발급되는 카드의 종류에 따라 금액은 다르지만 평균 6유로 내외다. 다만 유럽에서는 재학 증명서를 제시할 경우, 만 26세 이하일 경우 계좌 유지비를 면제해 주기도 한다.

미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본인이 직접 잔고, 거래 내역을 인쇄하도록 하는 은행이 많다. 한국 ATM에서 통장 정리를 하듯 ATM에서 내역을 인쇄하는 것이다. 만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미국처럼 우편으로 내역서가 날아오는데, 이럴 경우 우편 비용이 청구된다.

계좌 유지비로 매달 만 원 정도의 금액을 지출하는 유럽 거주민들 중 일부는 최근 독일 기반의 글로벌 모바일 은행 ‘N26’에 계좌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독일판 카카오뱅크라고 볼 수 있는 이 은행에서는 거래내역을 어플로 바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계좌 유지비가 없다. 해외에서 송금할 때도 하루 만에 받는 등 타 유럽 은행에 비해 일처리도 빠르다. 다만 외국에서 무료 인출, 알리안츠 보험 등 다른 혜택을 더해주는 카드 유형을 선택하면 한 달에 9.90 유로에서 16.90 유로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이들 카드와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초저금리로 수익 타격, 계좌 수수료 도입 검토하는 일본 은행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는 계좌 수수료가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은행 수익에 타격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최근 미츠비시 UFJ 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은 2800여 곳의 ATM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서로 인접한 600~700 곳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1 대당 한 달에 30만 엔 (약 330만 원) 드는 ATM 유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준금리가 -0.1%인 상황에서 일본 중앙은행은 추가적인 인하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미츠이스미토모 신탁은행 사장은 <산케이 신문>을 통해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면 예금자의 계좌에 대한 ‘계좌 유지 수수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에서도 계좌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수수료를 지불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