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만 5060분의 1.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다. 길을 걷다 벼락을 맞아 죽기보다 어렵다는 천문학적 확률을 뚫고 로또 1등에 당첨된 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하버드대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로또가 주는 행복의 효과는 평균 3개월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또 프랑스 파리경제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은 건강과 경제적 풍요를 유지하지 못했다.
이는 ‘복권 당첨자의 저주’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확률을 뚫고 복권 1등에 당첨돼 ‘억’ 소리 나는 당첨금을 받았던 이들은 지금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인생역전의 순간’이라는 복권 1등에 당첨됐던 당첨자들의 근황을 알아봤다.
‘복권 당첨자의 저주’에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는 지난 2002년 파워볼에 당첨된 잭 휘태커(Jack Whittaker)다. 그가 당첨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면서 받게 된 돈은 세금 떼고 9300만 달러, 한화로 약 1041억 원이었다. 원래 송유관 건설업체 사장이었던 그는 당첨금의 10%를 교회에 기부하고, 경기 불안으로 해고됐던 직원 25명을 복직시켰다. 또 자선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음주운전, 협박 혐의로 체포돼 막대한 보상금을 물고 풀려났다. 또 소송이나 도난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재단은 2년 만에 사라졌으며, 복권 당첨 5년 만에 파산했다. 아내와 이혼했고, 외손녀를 마약 중독으로 잃어 술과 담배에 의지해 살기도 했다.
이에 잭 휘태커는 “손녀가 죽은 것도 돈 때문이었어요. 전처는 ‘차라리 그 복권을 찢어버려야 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제 생각도 같아요. 그럴 수만 있다면 찢어버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복권에 당첨됐던 건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로또 당첨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역대 로또 당첨금 2위에 당첨됐던 A 씨는 세금 떼고 242억 2774만 원을 수령했다. 그는 전문지식 없이 주식을 매입했고, 당첨 5년 만에 모든 당첨금을 탕진했다. 운영하던 사업도 실패를 거듭했으며 지난 2010년엔 로또 당첨 영수증을 보여주며 재력을 과시해 사기를 치다 적발됐다. 또 2014년엔 절도범으로 검거되기도 했다.
경남 창원에서 노점상으로 생활하던 부부도 지난해 1월 로또 1등에 당첨돼 7억 8천만 원을 수령했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당첨이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남편은 아내에게 살해당했다. 아내는 당첨 이후 돈에 집착하며 자신을 무시하고 폭언을 퍼붓는 남편에게 앙심을 품었다. 말다툼 도중 남편이 망치를 들고 위협하자 아내는 망치를 뺐어 그의 머리를 가격해 숨지게 했다.
그렇다면 모든 복권 당첨자는 다 불행해졌을까? 역대 로또 최고 당첨금인 407억 2295만 9400원에 당첨됐던 박 모씨는 달랐다. 지난 2003년 4월 제19회 로또 복권 추첨에서 1등에 당첨돼 실수령액인 317억 6390만 원을 수령한 그는 원래 강원도 춘천 경찰서에 근무하던 경찰관이었다.
그는 당첨 직후 가족들에게 일부 재산을 나눠준 뒤 당첨금 중 10억 원을 경찰 장학회 재단에 기부했다. 또 자신의 모교와 자녀가 다니던 학교에 수억 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이후 사람들은 박 씨가 기존 복권 당첨자들처럼 당첨금을 도박에 탕진하거나 사치를 위해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현재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꾸준히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로또 복권이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려 4조 3천억 원이 넘게 팔렸다. 이는 역대 최고인 지난 2018년 3조 9687억 원보다 8.8% 많은 수치다. 로또 판매가 4조 원을 돌파한 것도 처음이다. ‘인생 역전의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 늘어난 셈이다.
인생 역전도, 로또도 다 좋다. 하지만 어렵게 얻은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자기 자신’ 때문에 놓치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복권 1등에 당첨되고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박 모씨는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 모든 게 돈 때문이라는 잭 휘태커. 그를 불행으로 몬 건 돈이 아닌 욕심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