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쥐꼬리 같은 월급이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돈 불릴 방법은 많다. 한때 인기였던 고가 명품 제품을 되파는 ‘샤테크(샤넬+재테크)’와 ‘롤테크(롤렉스+재테크)’처럼 말이다. 그런데 최근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이른바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끄는 재테크가 있다. 재테크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매김하며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MZ세대가 열광 중이라는 이 재테크는 대체 뭘까?

MZ세대가 요즘 특히 열광한다는 새로운 재테크 수단은 바로 ‘스니커테크’다. 스니커즈와 재테크를 결합한 신조어 ‘스니커테크’는 한정판 운동화를 구입해 비싼 가격에 되팔아 수익을 얻는 투자 방법이다. 원가에 프리미엄이 붙으면 2~3배는 물론, 많게는 6~7배까지 값이 오르는 제품도 있다.

독특한 디자인,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한정 수량은 대중을 애타게 만드는데, 이 희소성에 가치를 매겨 되파는 방식이 젊은 세대들의 눈높이에 맞춰 운동화에까지 번진 셈이다. ‘스니커테크’ 열풍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지난해 20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 규모인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2025년 60억 달러(약 7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스니커테크’ 열풍이 불면서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입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운동화를 사기 위해 3일 꼬박 밤을 새우며 줄을 설 정도다. 업체 측에서는 이와 같은 과도한 줄서기가 계속되자 정해진 시간에 온〮오프라인에서 응모한 뒤 당첨되면 구매하는 방식인 ‘래플(raffle)’을 도입하기도 했다.

유명인과 콜라보레이션한 스니커즈도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다. 실제 지난 5월 마이클 조던이 1985년 신었던 농구화 ‘나이키 에어조던 1’은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56만 달러(약 6억 9000만 원)에 거래됐다. 소더비 경매 목록엔 지난해 운동화(스니커즈) 카테고리가 생기기도 했다.

또 지드래곤(GD)이 나이키와 콜라보한 한정판 운동화 ‘에어포스 1 파라-노이즈’는 발매 당일 이 운동화를 사기 위한 줄이 매장 앞에 길게 늘어져 진풍경을 이뤘다. 당시 21만 9000원에 출고됐던 이 운동화는 전 세계에 818켤레뿐인 한정판이었는데, 출시 열흘 뒤 400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이 단독으로 유치한 ‘JW앤더슨X컨버스’의 ‘런스타하이크’ 스니커즈도 판매를 시작한 지 8시간 만에 1000켤레가 모두 완판됐다. 이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입하려는 줄이 100m 넘게 늘어섰으며, 판매 당시 10만 원 대였던 이 운동화는 일주일 만에 각종 리셀 사이트에 3배 이상 오른 가격으로 되팔려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스니커테크’ 리셀(Resell) 시장이 확산되자 전 세계에는 전문 ‘스니커테크’ 업체도 등장했다. 미국에는 ‘스톡엑스(StockX)’라는 스니커즈 거래 전문 플랫폼이 생겨났다. 이 플랫폼은 창업한 지 3년 만에 기업가치가 1조 원을 넘어섰다. 중국의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1위 ‘두’앱도 2019년 상반기 거래액 3400억 원을 기록했다.

MZ세대가 ‘스니커테크’에 주목하자 우리나라 IT업계도 재빠르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서울옥션블루는 지난해 9월 스니커즈 경매 온라인 사이트 ‘엑스엑스블루(XXBLUE)’를 론칭했다. 또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도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인 ‘크림(KREAM:’울 출시했다.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 또한 스니커즈 중개 앱인 ‘솔드아웃’ 출시를 7월로 앞두고 있다.

‘스니커테크’에 대해 들어보면 굉장히 솔깃하고,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스니커테크’는 사재기로 판단돼 위법 행위가 될 수 있다. 또 ‘스니커테크’로 벌어들인 수익은 과세 대상이지만 현실적으로 개인 간 거래에 세금을 매기기 쉽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 특히 해외 직구로 구입한 운동화를 사용하지 않고 바로 팔면 관세법 위반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세대가 바뀌면서 스니커테크처럼 재테크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하지만 그 규모가 커지는 만큼 그에 따른 문제점도 있어 시작에 앞서 정말 해도 괜찮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