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보험사 상품이 더 좋아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는 고객에게 한 보험사 직원이 한 말이다. 최근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짐에 따라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고객을 유치하는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 및 건강 보험에서는 서로 모셔가려고 했던 20대 고객마저도 찬밥 신세를 당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살펴봤다.

5,100만 대한민국 국민 중 3,400만 건 이상 계약이 체결된 실손보험은 사실상 ‘국민보험’으로 불린다. 실손보험은 질병이나 상해로 인한 입원 또는 통원치료에 대해 실제 부담금을 보장해 주는 보험이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까지 보장하기 때문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필수 보험 중 하나라는 인식이 강하다.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손보험의 매년 심각해지는 손해율에 보험사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소비자들로부터 받는 보험금 대비 소비자들에게 보장금으로 지급되는 금액의 비율을 나타내는데, 지난 2017년 121.3%를 기록한 이후 2019년엔 133.9%로 증가했다. 손해율 133.9%는 보험사가 보험금으로 100만 원을 받았을 경우 보장금으로 133만 9,000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실손보험의 적자 폭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의 가입 문턱을 높이고 있다. 경제활동에서 핵심적인 존재인 50대조차 실손보험에 가입할 땐 노인 취급을 받는다. 최근 한화생명에서는 실손보험 가입 나이 상한선을 기존 65세에서 49세로 낮췄다. 삼성생명과 동양생명 역시 각각 70세에서 60세, 60세에서 50세로 보험 가입 나이 상한선을 낮췄다.

단순히 보험 가입 나이 상한선만 낮춘 것이 아니다. 보험 가입 자체가 까다로워졌다. 롯데손해보험에서는 서류만으로도 쉽게 가입됐던 20대조차 방문진단검사를 통과해야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그동안 40~50대의 중·장년층에 한해 방문진단검사를 실시했던 보험사들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건강한 우량고객인 20대까지 방문진단검사를 확대한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가벼운 병으로 인한 병원 방문 기록만으로도 실손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보통 실손보험은 가입 당시 최근 2년간의 질병 기록을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심사한다. 때문에 만성 질환이나 수술 등의 병력이 있으면 가입이 거절되거나 보험 가입이 보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한 감기나 치과 스케일링 등 흔하게 병원을 방문하는 사유로도 실손보험 가입이 거절됐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상황이 이러니 소비자들은 “실손보험 가입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몇몇 보험사의 경우, 애물단지가 된 실손보험을 다른 보험 상품과 함께 가입하길 권유하는 사례까지 있다. A 보험사는 보험설계사가 실손보험 3건 이상 판매하려면 반드시 다른 상품을 판매해야 하도록 의무화했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는 데는 과하게 많아진 비급여 진료가 한몫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9월 보험연구원은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중 90%는 1년에 1차례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10%의 가입자로 인해 손해율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부 실손보험 가입자의 과다 의료 이용이 대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병원보다는 동네병원에서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진료가 크게 늘어났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작년까지 상급종합병원(대형병원)의 실손 청구 비급여 진료비는 연평균 3.4%씩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의원(동네병원)의 비급여 진료비는 1조 1,530억 원 규모로 3년 전 대비 79.7% 늘어났다. 보험연구원은 “과잉의료에 취약한 항목 중심으로 진료비 청구액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