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택배기사 과로사로 인해 택배업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택배기사들의 처우와 근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너무 낮은 ‘택배비’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택배기사들이지만 과연 그 노동에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택배비와 관련된 이슈를 살펴보자.

국내 유통시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은 올해 상반기 46.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대형마트(18.2%), 백화점(14.8%), 편의점(16.6%) 등을 누르고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곧 온라인 유통시장이 오프라인 유통시장을 앞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온라인 유통시장의 이런 성장 속에서 함께 성장한 업계가 있다. 바로 택배업계다. 택배시장은 매년 11% 이상의 성장을 보여주며 시장 규모는 올해 말 기준 7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택배시장은 눈부신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택배업계의 근간이 되는 택배기사들은 울상이다. 택배시장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저마다 저가를 내세우며 택배비가 계속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건당 평균 택배비는 1997년 4,732원에서 2010년 2,848원, 2017년 2,248원을 기록했다.

1건당 택배 단가가 계속 낮아지면서 택배기사들의 업무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택배사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우리가 대면하는 택배 배달 기사는 택배 건 당 약 40%의 수익을 받는다. 1건당 택배비가 2,000원이라고 가정하면 800원 수준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택배 차량 연료비 등등 소모되는 비용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400~500원 수준이다. 택배비가 낮아질수록 택배기사의 수익이 줄어드니 택배기사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구조다.

이에 택배기사들은 택배사나 정부를 상대로 택배업계의 구조 개선과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시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택배기사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과다한 업무로 인해 과로사하는 택배기사들을 대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상당수 택배기사는 한 달 25일을 근무하는데 하루 근무시간은 12~14시간 수준이다. 이렇게 일해도 수입이 좋아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택배업계의 이런 현실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택배사들도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에는 택배업계의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CJ대한통운에서 건당 100원 정도의 택배비 인상을 추진했다. 택배비 인상은 1991년 택배사업이 시작된 이후 2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택배비 인상 소식이 들려오자 2위, 3위였던 한진택배와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택배비 인상을 고려했다.

하지만 27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된 택배비 인상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CJ대한통운을 이용하는 업체들이 택배비 인상에 반발하며 계약 취소 등의 행동을 보인 것이다. 택배를 이용하는 업체들은 다른 택배사에 더 싸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계약 택배사를 바꿨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인상된 택배비는 5개월 만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올해만 벌써 13명의 택배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대해 “택배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CJ대한통운은 ▲작업시간 단축 방안 ▲선제적 산업재해 예방 대책 ▲작업 강도 완화를 위한 구조 개선 ▲상생 협력 기금 조성 등을 통해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몇몇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과열경쟁이라지만, 30년 동안 물가가 오르고, 임금이 올랐는데 택배비는 계속 떨어졌다. 택배기사가 기존의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서 업무량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 역시 “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전달해 주는 택배기사들을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 순 없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