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재벌기업인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지난 25일 사망했다. 국내 재계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 이 회장의 죽음은 다른 사람의 죽음보다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사망보다 더 크게 보도되는 것은 이 회장이 남기고 간 재산에 대한 상속과 관련된 상속세다. 삼성가의 상속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지금, 국내의 다른 재벌 기업들은 얼마나 많은 상속세를 냈는지 알아보자.

삼성에 이어 국내 재계 순위 2위의 현대자동차와 10위의 현대중공업, 21위의 현대백화점이 포진해 있는 현대의 경우, 상속세는 302억 수준에 불과하다. 2001년 세상을 뜬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 오너 일가에 상속한 재산은 603억 원 수준이었고, 정주영 전 회장의 유족들은 상속액 603억 원에 해당하는 상속세율 50%를 적용해 302억 원을 바로 납부했다.

현대의 기업 규모에 비해 상속액이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 당시에는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범 현대의 계열사에 편법 상속 의혹이 발생하면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정주영 전 회장의 경우 현대그룹이 상장차익을 통해 상속액을 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정주영 전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자녀들에게 매입하는 방법으로 지분을 승계한 것이다. 이 계열사들은 지분 승계 이후 합병 혹은 상장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발생시켰는데, 이를 통해 지분 승계 및 재산 증여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2020년 기준 재계 순위 3위인 SK의 상속세 일화 역시 유명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98년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당시 최 회장은 계열사 주식을 비롯해 워커힐 미술관의 미술품, 경기도 이천 농장 등 부동산을 포함해 약 1,400억 원 규모의 재산을 상속받았다. 당시 상속세는 상속세 최고세율 50%를 적용한 730억 원 정도였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730억 원을 낼 현금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2003년까지 5년간 나눠서 납부하게 된다. 특히 2003년 해외 투자펀드 소버린이 SK 주식을 매입할 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수백억 원의 빚을 내 SK의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구속돼 대기업 총수로는 가장 오랜 기간 수감 생활을 했다.

상속세로 인해 이미지가 좋아진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LG와 교보생명, 세아그룹, 오뚜기 등이다. LG그룹의 경우 2018년 5월 타계한 구본무 LG그룹 전 회장은 아들 구광모와 딸 구연경, 구연수 등 오너 일가에 1조 5,000억 원의 재산을 상속했고, LG그룹 오너 일가는 상속세 9,215억 원을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5년간 나눠 납부하고 있다.

이외에도 2003년 세상을 떠난 신용호 교보그룹 전 회장은 비상장 주식과 부동산 등 3,0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줬으며 그의 아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1,830억 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특히 2001년 현대의 상속세가 302억 원, 1998년 SK의 상속세가 730억 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은 교보생명이 납부한 1,830억 원이라는 상속세는 상당히 큰 규모였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은 편법 등을 이용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2018년 LG그룹의 상속세 납부 소식이 들리기 전까지 성실납세의 표본이 되기도 했다.

국내 재계 순위 1위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남기고 간 재산 규모가 엄청나다. 개인의 재산 순위에서도 국내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만큼 상속액과 상속세가 엄청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회장의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은 18조 원을 넘어섰는데, 이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10조 9,000억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현대나 SK의 상속세는 상속액의 50%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삼성의 경우는 60%가 넘는 수준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유는 이 회장의 재산이 상당 부분 주식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주식의 증여나 상속의 경우 최대주주 할증 20%가 붙기 때문에 기본 상속세율 50%를 초과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많은 재벌이 편법 상속을 하며 질타를 받았지만, 삼성의 경우 과도하게 많은 상속 세액 때문에 오히려 상속세를 낮춰줘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삼성이 어떻게 상속세를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