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소비자는 백화점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백화점 상품권을 써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상품권을 선물 받아서 쓰는 경우가 많겠지만, 누군가는 전략적으로 상품권을 구매해 백화점을 이용한다. 또 상품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비자들에 의해 상품권과 재테크의 합성어인 ‘상테크’라는 말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백화점 상품권, 왜 만들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 자사의 상품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품권 발행 자체가 회사 운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보통 장사를 하는 모든 기업은 상품을 판매할 때 현금으로 판매하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이보다 좋은 것이 있다. 상품을 판매하기도 전에 대금을 먼저 받는 것이다. 상품권 발행으로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가 상품권을 구매하면서 받는 대금은 부채가 되지만 결국 매출로 전환되는 부채이니 백화점 등에서 부담스러울 것도 없다.

소비자 역시 상품권은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것이라면 상품권 유통 업체에 판매해 현금화할 수도 있고 본인이 직접 상품권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좋은 점은 백화점을 이용할 때 상품권 유통 업체를 통해 상품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보통 상품권 유통 업체에서는 다소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판매하는데 10만 원권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3% 할인하면 9만 7,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상품권을 구매해 백화점을 이용한다면 3%의 추가 할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상품권 발행이 백화점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되니 각 백화점은 저마다 자사의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신세계, 현대, 롯데, 갤러리아 등 국내의 대표 백화점을 비롯해 AK나 NC백화점 등에서도 자사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백화점 상품권들의 유통 시세는 저마다 다르다. 백화점에서 10만 원권을 판매해도 상품권 유통 업체가 이를 매입하는 가격과 다시 판매하는 가격의 차이가 상품권마다 다른 것이다.

한 대형 상품권 유통 업체에 따르면 가장 비싼 상품권은 신세계백화점 상품권(2020년 11월 24일 기준)이다. 신세계백화점 상품권 10만 원권의 경우 유통 업체에서 매입할 때 2.9% 저렴한 9만 7,100원에 매입하고 다시 판매할 땐 2.7% 할인된 가격인 9만 7,300원에 판매한다. 다음으로는 현대백화점 상품권(매입가 9만 7,000원, 판매가 9만 7,200원), 롯데백화점 상품권(매입가 9만 6,500원, 판매가 9만 6,800원) 갤러리아백화점 상품권(매입가 9만 6,250원, 판매가 9만 6,400원) 순이었다.

백화점 상품권을 사고팔 때 유통 업체에서는 보통 2~5%의 할인율을 적용해 그만큼 저렴하게 구매한다. 다만 유통 업체에서 상품권을 팔 때 조금 더 낮은 할인율을 책정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구조다. 그렇다면 왜 유통 업체는 백화점 상품권마다 다른 할인율을 적용할까? 답은 간단하다. 수요와 공급의 문제이다. 활용도가 높고 인기가 좋은 상품권의 할인율은 낮게 책정되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상품권은 할인율이 높게 책정되는 것이다. 시중에 풀려 있는 상품권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할인율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로 1990년대에 인기 있었던 구두 상품권이 있다. 현재는 구두 상품권의 인기가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구두 상품권인 금강제화 상품권 10만 권의 현재 유통 업체 시세는 매입가 7만 2,500원, 판매가 7만 4,000원 대로 25%가 넘는 할인율이 책정된다. 반면에 신세계백화점은 물론, 이마트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등에서 널리 사용할 수 있는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의 시세는 계속 올랐었다.

특히 중국의 보따리상(따이궁)에 의한 상품권 시세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의 한 상품권 유통 업체에서는 “2016년 명동에 신세계 면세점이 입점하고 2017년 사드 문제가 불거지며 사드 부지를 임대해 준 롯데에 대한 중국의 불매가 발생해 신세계 상품권의 수요가 많아졌다”라며 지난해 25년 만에 신세계 상품권이 롯데상품권보다 비싸진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보따리상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면서 상품권 수요가 급격히 줄며 할인율이 4~5%까지 떨어지기도 했었다.

상품권이 이처럼 유용하게 사용되다 보니 그 시장은 거대해졌다. 1999년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위해 상품권법이 폐지된 이후 상품권 규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상품권 시장 규모가 1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지기도 했다. 규제 없이 거대해진 시장인 만큼 어두운 그림자도 크게 생겨났다.

상품권의 부작용 중 하나인 ‘상품권 깡’이 바로 그것이다. ‘임직원 선물용’이라는 명목으로 회사 법인카드로 대량 구매하고 유통 업체에 일정 수준 할인된 가격에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현금을 로비나 비자금 등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대구은행에서는 ‘상품권 깡’을 통한 30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선 상품권과 관련된 법안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