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폐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때, 정부 기관 홈페이지에서 전자 민원을 이용할 때 꼭 필요했던 공인인증서지만 오는 10일부터는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된다. 많은 사람이 귀찮고 성가신 존재로 여겼던 공인인증서의 폐지와 관련해 이젠 무엇으로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지 등을 살펴보자.

1999년 처음 도입된 공인인증서는 인터넷을 이용한 모든 금융거래에서 본인을 인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인증서를 본인만 소유하고, 그 인증서의 비밀번호 역시 본인만 알고 있다는 특징 덕분에 높은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은 통한 은행 업무와 전자상거래, 전자 민원 등을 이용할 때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공인인증서 발급 건수는 4,000만 건을 넘을 정도로 널리 사용됐다.

특히 한번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놓으면 생각보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해외에서 몇 년 동안 거주한 한 누리꾼은 “서류 몇 통을 발급받기 위해 몇 주간 관공서에 방문하고, 세무 신고를 위해 은행에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공인인증서를 통한 전자 민원 등은 정말 편리한 기능이다”라며 공인인증서의 편리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인인증서에 대한 대다수 시민의 불만은 끝이 없었다. 공인인증서를 사용하기 위한 프로그램 등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윈도우가 아닌 운영체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둘째 치더라도 사용하기에 너무 불편하다는 지적이었다. 공인인증서에 대한 불만은 공인인증서가 도입된 2000년대부터 2020년까지 줄곧 끊이질 않았다.

공인인증서를 이용하기 위해선 보안 프로그램이나 Active X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데 플랫폼이나 운영체제의 변화에 따라 매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1년마다 갱신해 줘야 한다는 점이나 용도에 따라 개인용, 범용, 금융거래용 공인인증서를 별도로 발급받아야 한다는 점, 발급 은행이 아닌 타행에서 이용할 경우 은행마다 타행 등록을 해야 한다는 점 등 이용하기에 ‘귀찮고, 성가시다’라는 불만이 많았다.

이런 불만들을 이유로 공인인증서가 결국 폐지된다. 특히 공인인증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본인임을 인증할 방법이 생겨나면서 공인인증서의 역할은 민간 전자서명 업체들이 이어받게 된다. 공인인증서 최초 발급을 위해 은행 등에 방문이 필요했던 일도 사라지고, 10자리 이상의 복잡한 비밀번호 역시 생체정보나 간편 비밀번호(PIN) 등으로 대체된다. 특히 왜 설치하는지도 몰랐던 Active X의 설치는 이제 그만해도 된다. 게다가 1년 주기였던 재발급 기간은 2년으로 늘어나며 모바일 앱을 통해 간편하게 재발급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공인인증서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발급된 공인인증서는 그대로 사용하고 발급 기간이 만료된 이후 재발급을 통해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공인인증서에서 ‘공인’이 빠지는 것이다. 현재의 ‘공인인증서’는 10일 이후엔 ‘공인’이 빠진 ‘민간 인증서’의 상태로 다른 민간 전자서명 업체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공인인증서 폐지를 두고 “국민들께서 이용하기 편리한 다양한 민간 전자서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인인증서가 사라진 빈자리는 민간 전자서명 업체들이 채울 것으로 보인다. 전자서명 시장을 선점했다고 평가받는 업체는 이통 3사와 보안 기업 아톤이 함께 운영하는 패스(PASS)와 카카오페이 등이 있다. 이외에도 보안성 강화와 다양한 금융 관련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토스와 소셜 로그인 기능을 갖춘 네이버 등이 새롭게 구축될 전자서명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역시 공공분야(정부 24 전자 민원, 홈택스 연말정산) 이용을 위한 인증에 사설 인증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패스를 비롯해 카카오, 한국정보인증, 페이코, KB국민은행 등 5개 사업자를 공공분야 전자서명 시범사업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들 민간 전자서명 업체들은 당장 다가오는 연말정산부터 바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