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줄어든 변호사
인접 직역으로 눈 돌리는 변호사
사짜’ 직업들의 직역 갈등
합리적 방안 필요해

[SAND MONEY] 이른바 사짜직업이라고 불리는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들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로가 자신의 직역을 지키기 위한 다툼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변호사회와 변리사회, 세무사회의 갈등이 심각해지며 입법 다툼으로까지 번질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송무·자문 등 전통적인 법률시장의 불황이 심각해지면서 많은 변호사가 변리사 등 인접 직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변호사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크게 늘었는데, 이처럼 변호사들이 변호사 직역에 진입하면서 변호사와 변리사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래 변호사는 특별한 교육 없이 등록만 하면 변리사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변리사법이 개정되면서 2017년부턴 국제 지식 재산연수원에서 250시간의 집합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6개월간의 연수를 받아야 변리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변리사 실무수습 집합 교육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기로 결정되면서 변호사들이 변리사 교육으로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변리사 수습 교육을 신청한 변호사는 236명으로 지난해 58명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연수원 등에서 기숙 생활을 하는 대신 집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되면서 많은 변호사가 변리사 교육에 신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많은 변호사가 변리사 교육을 신청하다 보니 대한 변리사 협회에서는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변리사 협회에서는 매년 변리사 시험을 통해 배출되는 신규 변리사는 200명 수준이라며 이처럼 많은 변호사가 변리사 교육을 받는다면 변리사 시장이 변호사들로 잠식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집합 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이 위법성의 여지가 있으며 대규모 온라인 교육으로 인해 부실한 교육이 될 수 있다라며 교육의 중단을 요청했다.

지식 재산연수원은 이런 변리사 협회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수습 교육을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연수원이 연기 결정을 내리자 이번엔 변호사회에서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직역 수호 변호사단은 변리사법에 집합 교육을 반드시 대면 강의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른 교육기관에서도 비대면 강의를 인정하고 있다라며 수습 교육 중단을 비판했다.

특히 최근에는 전문 변호사회와 변리사, 세무사회와의 갈등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8월 대한 변호사협회 산하의 특허 변호사회가 변호사법 개정 추진에 나서면서 오랜 기간 곪아 왔던 전문직 간 직역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특허 변호사회는 변호사법 제3조 변호사의 직무와 관련해 일반 법률로 규정돼 있는 변호사의 직무 범위를 다양하게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화되는 항목으로는 특허 관련 소송대리’ ‘세무대리‘노무 대리’ ‘등기 대리’ 등이 있다당연히 이와 관련된 세무사회, 공인노무사회, 변리사회는 변호사가 다 하겠다는 것이냐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이들 3개 단체를 비롯해 감정평가사 협회, 공인중개사협회, 관세사회까지 참여한 ‘전문자격사 단체 협의회가 출범했고 13만 명이 넘는 전문직들이 변호사 업계와의 다툼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변리사회와 세무사회는 변호사의 욕심이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라는 광고를 내보내며 시험도 없이 변리사 자격을 취득해 변리사 업무를 하고, 회계학 시험도 보지 않은 변호사가 회계 업무를 하는 것을 막아달라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변호사회 역시 집단 발발했는데,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세무사법을 막아달라라는 광고를 내며 대응하기도 했다.


전문직들의 이런 다툼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변호사들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2009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변호사 수가 빠르게 늘어났는데, 로스쿨 이전엔 한 해에 50명씩 나오던 변호사가 수천 명씩 늘어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61만여 명이던 변호사 수는 20205, 3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상당수 변호사는 변호사 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변호사가 받는 선임료 역시 줄어들고 있다. 변호사협회는 지난 2007년 변호사들이 가장 많이 받는 선임료는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 수준이었지만, 10년 만에 절반 이상의 변호사들은 3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의 선임료만 받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상당수 인턴 변호사의 경우 150만 원 수준의 월급을 받게 되는데, 이는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명 변호사보다 많이 버는 전문직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의 고액 연봉을 받았던 변리사 업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변리사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평균 연봉 5억 원의 위엄을 보이던 변리사 역시 최근 그 수가 급증하면서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변리사들은 변호사들의 업무영역 침범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지면서 일반 시민들이 받는 법률 서비스는 저렴해지는 장점이 있겠지만, 전문직에 종사하기 위해 평생 노력해온 사람들에게도 마땅한 보상은 필요하다라며 갈수록 낮아지는 전문직 소득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단체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목소리 내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이처럼 단순하게 편 가르기만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