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이혼 중 황혼이혼 ‘34.7%’
재산분할 피할 수 없는 황혼이혼
허위 매매, 허위 채무 등 꼼수 많아
허위 사실 입증 시 처벌받을 수도

개개인 삶의 만족도가 중요시되는 요즘 황혼이혼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번 결혼했으면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장년, 노년층이 늘어나며 황혼이혼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결혼을 이어왔던 만큼 이혼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도 많다. 특히 함께 쌓아온 재산을 나누는 과정에서는 더욱 그렇다. 황혼이혼의 재산분할과 관련된 이야기. 함께 나눠보자.

보통 20년 이상의 결혼생활을 이어온 부부가 이혼하는 것을 황혼이혼이라고 부른다. 황혼이혼은 부부가 자녀를 낳아 다 성장시키고 난 이후 이혼하는 것이기도 하다. 보통 자식이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자녀를 키우면 부부의 나이가 50~60대쯤 되는데, 50대 이후를 인생의 황혼기라고 칭하며 이때 하는 이혼을 황혼이혼이라 부른다.

최근 황혼이혼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에 따르면 혼인 지속 기간이 20년 이상인 황혼이혼 건수는 3만 8,446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이혼 건수 가운데 34.7%에 달하는 수치였다. 20년 전인 1999년 1만 5,816건과 비교하면 2.4배 늘어난 수치다.

또, 이혼연령 자체가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평균 이혼연령은 남성이 48.7세, 여성이 45.3로 1990년 36.8세, 32,7세와 비교하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이혼 가능성에 대한 설문에서 ‘이혼할 수도 있다’라고 응답한 50대는 전체의 49.5%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2010년대 이후 한국의 전체 이혼 건수와 조이혼율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지만, 황혼이혼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결혼한 중고령자들의 이혼에 대한 인식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혼이혼이 크게 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산분할이다. 결혼 이후 얼마 안 돼 이혼하는 경우엔 결혼 전 형성해 뒀던 재산이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재산분할 과정이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20년 이상 혼인 관계를 유지한 경우 재산 형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인정받는 것이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

부부가 맞벌이여서 재산을 형성하는데 기여한 점이 50:50이라면 재산을 반으로 나누면 된다. 하지만 남편이 혼자 벌고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엔 현실적으로 50:50으로 재산을 분할 받기 어렵다. 법원의 판례 등을 살펴봐도 보통 6:4나 7:3 정도로 전업주부의 재산 기여분이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는 혼인 이후 축적한 재산에 대해서 적용된다. 혼인 이전부터 배우자가 소유하고 있던 재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전업주부가 어렵게 재산 형성 기여분을 인정받고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더라도 재산분할이 무조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배우자가 본인 명의로 된 재산을 은닉하거나 빼돌려 놓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실제로 이혼을 요구하는 배우자에게 재산을 조금만 주기 위해서 재산을 빼돌려 놓거나 없는 빚을 있는 것처럼 꾸미는 사례도 많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 역시 이런 재산 빼돌리기에 대해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2월 울산지법에서는 이혼하자는 아내의 요구에 채무가 있는 것처럼 문서를 꾸민 남편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A 씨는 아내의 이혼 요구에 재산분할을 걱정했고, 소송이 시작되기 전 친누나 B 씨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것처럼 꾸며 본인 소유의 땅에 근저당권을 설정해둔 것이다.

A 씨는 결국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지 않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있다”라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 이혼소송이 진행하기 전 재산에 대한 저당권,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는 상당히 흔하게 발생해 왔다. 특히 친구와 짜고 친구를 채권자로 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실제로 채무 관계가 형성되면서 돈이 실제로 오고 갔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서류상 채무 관계로 설정하며 근저당권 설정을 하더라도 실제 돈이 오고 간 내역이 없어 허위 근저당권으로 인정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혼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채무 관계를 일부러 만드는 사람들 이외에도 형제나 친구 등에게 급매로 저렴한 가격에 건물들을 처분하고 이혼소송이 끝난 이후 다시 사들이는 경우도 상당히 흔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재산을 빼돌리거나 허위 채무를 통해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재산분할을 받지 못할까? 복잡하고 어렵기는 하지만 소송을 통해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재산을 은닉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하기 이전에 배우자의 재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가압류, 가처분 등의 보전처분을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전처분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

보통 분할되는 재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산을 은닉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를 ‘사해행위’라 한다. 이 경우 민사상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통해 허위거래 등을 무효화할 수 있고 돈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강제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허위 매매, 허위 채무를 만들었을 경우 형법에 따라 ‘강제집행면탈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해행위나 강제집행면탈을 인정받기 위해선 이를 입증하기 위한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해행위를 한 배우자가 ‘이혼 재산분할 시 상대 배우자의 재산분할 권리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실제로 이혼소송이 진행된 상황이 아니었어도 혼인 관계가 파탄 직전까지 이른 이후 재산 처분이 이뤄졌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재산을 매매한 행위에서 문제가 있어야 한다. 매매 금액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경우 ‘고의적인 사해행위’임을 입증할 수 있으므로 거래된 주변 부동산의 시세 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는 “이혼 소송을 생각하고 있다면 배우자 재산에 대한 가압류, 가처분 신청을 반드시 해놓는 것이 좋으며, 만약 배우자의 재산 은닉 정황이 포착된다면 변호사 등 전문가에게 상담받아야 최대한 많은 재산을 분할 받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