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저임금 비정규직이 대부분
맞벌이임에도 여성이 집안일 전담
가사노동 여성이 남성의 6배

[SAND MONEY]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맞벌이인데도 전업주부처럼 집안일을 해주길 바라는 남편 때문에 고민이라는 여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그녀는 재택근무로 일하는 자신을 무시하며 “어차피 집에서 일하는데 너무 집안일에 소홀해진 거 아니냐”라고 투덜대는 남편에게 화가 난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사실 가사노동은 회사 업무 못지않게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드는 일이고,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도 매우 큰 금액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가사노동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과거의 여성들은 좋은 남자 만나 결혼을 잘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다면,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을 가정에 한정 짓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여성 근로자가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시간제나 비정규직 취업이 증가한 것이고, 일하는 여성들의 평균 임금 역시 남성의 69%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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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구조의 상단으로 갈수록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의 등기 임원 가운데 여성의 수는 전년도의 1.7배로 늘었지만 전체의 4.5%밖에 되지 않는다. 선진국인 미국이 30%인 것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수치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은 출산 후 어쩔 수 없이 일정 기간 일을 쉬어야 한다. 이는 신체적 특징 때문에 불가피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휴직 이후 다시 직장을 구하려 할 때 재취업이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맞벌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여성들이 고민을 토로한다.

운 좋게 맞벌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과거에 비해 오늘날 맞벌이 부부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가사노동의 부담은 여전히 여성이 대부분 짊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내가 집안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남편이 가사 일을 하는 것은 “도와준다”라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조사 결과에서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주중 1일 평균 가사와 육아시간이 여성은 181.7분인데 비해 남성은 32.2분으로 둘 사이 격차가 상당하다.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의 6배에 달하는 것이다.

미혼 남녀를 포함한 통계수치에서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직장을 다니는 남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49분이었다. 그에 비해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2시간 24분으로 남성 대비 1시간 35분이 더 많았다. 결국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집안일은 여성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집에서 가사 노동에만 전담하는 전업주부에 대해 “집에서 놀고먹는다”라며 무시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하지만 이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집안 일과 육아의 경우 퇴근 시간이 없다. 24시간 근무인 셈이다. 게다가 가사노동은 열심히 해도 표가 잘 나지 않아 더욱 억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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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통계청에서는 몇 해 전 청소나 빨래, 요리 등의 집안일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서 공개한 바 있다. 조사에 따르면 연간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360조 원으로 명목 GDP의 24%를 차지한다. 성별로 나눠보자면 여성의 가사노동가치는 4.4% 줄어들고, 남성의 가사노동가치는 4.5% 증가했다. 과거에 비해 남성의 가사노동 중요성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다.

가사노동 가치를 1인당 시급으로 따지자면 시급 10,569원이 된다.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고 집안일에 전념하는 전업주부의 연봉은 3인 가구의 경우 2,100만 원, 4인 가구에서는 2,8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4년에 조사된 결과로 당시의 최저임금보다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최근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이다. 이 수치가 한 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남녀 둘이 만나 두 명 이상 낳아야 유지되는 인구 수가 절반 이상 급감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출산율이 떨어지게 된 이유는 집값 인상으로 인해 젊은이들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 것이 하나의 이유다. 하지만 그 외에도 여성의 사회 진출은 늘어났는데 이를 뒷받침해 줄 만한 제도가 뒷받침해 주지 않고, 육아나 가사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

남편과 아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맞벌이이든 외벌이이든 각자 희생하고 감당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가사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지고 남녀의 가사 참여도가 보다 균등해지면 사람들의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부담도 조금은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