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화폐 한국은행에서 교환 가능
주요 사유는 장판 눌림, 부패, 곰팡이
지난해 폐기된 화폐 4조 7,000억 원
코로나 걱정에 교환량 늘어

[SAND MONEY] 처음 세상으로 나와 빳빳하고 색이 선명한 신규 화폐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깨끗했던 돈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금세 더러워져 세균 범벅이 되어버린다. 한편, 한국은행에서는 이처럼 오염되거나 손상된 화폐를 가지고 오면 신규 화폐로 교체해 주고 있다. 특히 작년 한 해는 코로나 전염에 대한 우려로 폐기된 손상화폐량이 증가해서 11년 만에 최다치를 기록했다. 그 자세한 내용을 함게 알아보도록 하자.

지난 한 해, 전 세계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뒤덮었다. 코로나는 처음 발생 당시만 하더라도 사스나 메르스처럼 수개월 안에 지나갈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일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일상을 마비시킬 정도로 끈질기게 살아남아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19가 특히 지독한 이유는 전파력이 매우 강한 전염병이기 때문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기침이나 눈물, 침 등을 통해 비말감염이 이루어진다. 그로 인해 감염증 확산 초기부터 WHO를 비롯한 보건단체에서는 개인위생을 강조하며 마스크 착용과 손발을 깨끗이 씻기를 강력히 권고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는 등 사람과 사람 사의 접촉을 줄여 감염증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다. 개인 역시 위생수칙을 따라 철저히 행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누구의 손을 거쳐 어디에 굴러다니다 왔을지 모르는 화폐 역시 어딘가 꺼림칙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에는 오염·손상화폐의 폐기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폐기한 손상화폐가 2009년 이후 최대인 4조 7,644억 원에 달했다. 이는 5톤 트럭 기준 114대 분량으로 낱장을 이으면 총 길이가 87,967km를 넘어 초고층 건물인 롯데타워 높이보다도 11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권종별로는 만 원권 폐기물량이 4억 760만 장이 67%로 과반수를 차지한다. 현재 쓰는 만 원권 신권의 경우 2007년부터 유통이 시작됐는데 초창기 만들어진 지폐 가운데 손상 정도가 심해 유통수명이 끝난 화폐가 다량 회수된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작년 한해 전국을 휩쓸었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위해 사람들이 손상·오염된 화폐를 적극 폐기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뵌다.

한국은행 측에서도 지난해에는 화폐 정사 과정을 더욱 엄격히 진행했다고 밝혔다. 화폐 정사란 한국은행으로 회수된 화폐를 검사해서 낙서가 되어있거나 오염·훼손 상태가 심각한 것은 폐기하고 사용 가능한 물량만 선별해 재발행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측에서는 유통수명이 다했거나 코로나 감염증 확산에 대한 우려를 제외하면 지난해 화폐 손상의 가장 큰 이유가 부적절한 보관이나 화재, 세탁기·세단기 투입 등 취급 부주의였다고 전했다. 장판 아래 돈을 보관하다 겨울철에 보일러를 틀면서 지폐가 열기를 받아 상하거나, 스티로폼 상자에 넣어둔 돈이 습기와 곰팡이로 훼손된 것이다.

한국은행에서는 이처럼 훼손되거나 오염, 마모되어 유통하기에 부적합한 화폐를 수수료를 받지 않고 유통에 적합한 화폐로 교환해 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앞면과 뒷면을 모두 갖춘 은행권(지폐)은 면적의 크기에 따라 액면금액의 전액 혹은 반액으로 교환해 주고 있다. 남아있는 면적이 3/4 이상인 경우 전액 교환, 2/5 이상인 경우 반액 교환이 가능하다. 단 2/5미만인 경우 무효로 처리된다.

한편 여러 개의 지폐 조각을 이어붙인 면적이 교환 기준을 만족시킨다고 하더라도, 같은 지폐가 아니라 다른 지폐를 이어붙인 손상화폐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주화의 경우에도 모양 자체를 알아보기 어렵거나 진위판별이 곤란한 경우 교환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손상된 화폐나 불에 탄 돈을 교환하기 위해서는 어디로 찾아가야 하는 걸까? 이는 한국은행 본부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역본부에서 교환 가능하다. 다만 교환금액을 판정하기 어렵지 않은 손상화폐의 경우에는 가까운 은행이나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우체국에서도 교환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은행 지역본부에서는 해당 지역의 화폐교환 수요를 고려해서 자체 화폐교환의 한도를 설정해두고 있다. 한 사람이 한국은행에서 하루 동안 교환할 수 있는 화폐교환 한도는 50,000원권과 10,000원권은 100만 원까지 5,000원권과 1,000원권은 50만 원까지 가능하다.

교환이 가능할지 자체 판단이 어렵다면 한국은행에 찾아가서 직접 문의하면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얼마 전에도 아파트에 화재가 나 3,100만 원어치 5만 원 권이 불에 탔다가 유통 가능 화폐로 교환받은 일이 있다. 쓰지 않고 묵혀뒀다가 상태가 나빠진 화폐나 동전이 있다면 한 번쯤 은행에 찾아가서 체크해보길 바란다.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