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나오는 있는 집 자식들은 유독 다 부모님 카드로 생활한다. 이런 드라마는 걸핏하면 부모님이 금전적 지원을 끊었다며 힘들어하는 뻔한 스토리로 전개된다. 돈도 많은 이들이 왜 이러나 싶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현실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2030세대에 ‘엄카족’이 흔해졌기 때문이다.

‘엄카족’은 ‘캥거루족’과는 다르다. ‘캥거루족’은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를 일컫지만, ‘엄카족’은 엄마 카드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월급은 전부 모으거나 투자하는 직장인을 말한다. 이들이 월급을 받으면서도 ‘엄카족’이 된 이유는 뭘까. 오늘은 있는 집 자식들이 유독 부모님 카드로만 생활하는 현실 이유를 알아봤다.

있는 집 자식들이 유독 부모님 카드로만 생활하는 이유는 바로 ‘증여세’때문이다. 증여세란, 증여를 통해 다른 사람의 권리나 재산을 받은 사람에게 물리는 세금을 말한다. ‘엄카족’은 한마디로 증여세를 아끼기 위해 생활비는 부모님 카드로, 월급으론 저축만 하는 재테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강남에 사는 장 씨는 장기 증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녀의 월급은 전액 적금 불입이나 대출 상환에 쓰고 자녀의 생활비 등 모든 소비는 부모의 카드로 쓰는 방식이다. 그는 매달 자녀에게 100만 원 안팎의 생활비를 주면서 그의 월급은 그대로 통장에 저축하도록 했다.

원래는 생활비를 용돈이라는 명목하에 증여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 먼저 10년간 증여금액이 5천만 원 이상이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강남에 사는 장 씨는 한 달에 100만 원씩 4년간 생활비를 지원해 증여총액 4800만 원으로 증여세를 면제받으려 하고 있다. 또 자녀에게 월 40만 원씩 10년간 생활비를 지원해도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부모 카드를 쓰는 직장인의 증여세 과세여부는 본인의 소득수준과 지원받은 생활비 금액에 따라 다르다. 소득이 없거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적은 경우, 사회통념상 인정받을 수 있는 정도의 생활비 지원은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식료품비나 학자금 원리금,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결혼축하금이나 혼수용품 중 가사용품도 증여세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자녀에게 용돈과 교육비 명목으로 매년 수억 원씩을 주는 방식은 불법 증여다.

최근엔 증여세 탈세 방법이 보다 지능화됐다. 15년 넘게 온라인 게임을 해온 자산가 박 씨는 본인의 게임 캐릭터를 이용해 증여세를 피하려 했다. 그동안 수억 원을 들여 육성한 가상의 캐릭터를 자녀에게 그대로 증여한 뒤 캐릭터 아이템을 되팔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물려주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그의 자산 관리 상담을 해온 금융회사 관계자는 “’가상의 세계’도 염연히 가치를 지닌 재화이므로 양도하게 될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한다”고 말려 그는 이를 포기했다.

최근 아파트를 전세로 계약한 이 씨는 계약 당시 부모가 직접 현금 6억 원을 들고 와 계약했다. 유통 사업을 하는 이 씨의 부모는 아들의 통장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임대인에게 현금을 주고 증여세를 면탈했다. 또 부모가 사업가인 경우, 일하지도 않는 자녀를 프리랜서로 올려 꼬박꼬박 월급을 주며 증여세를 탈세하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편법으로 증여세 과세를 피하는 건 모두 불법이다. 적발되면 거액의 증여세는 물론 가산세까지 물어내야 할 수도 있다. 발 빠른 자산가들은 이미 세무당국의 감시망이 촘촘해진 것을 알고,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카드 사용금액을 유력한 근거 자료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모든 납세자들의 계좌를 살펴볼 수는 없다. 하지만 자산가들의 증여세 탈세 방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이에 과세당국은 하루빨리 자산가들의 증여 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보다 촘촘한 감시망을 구축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