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 힘겨운 내집마련
로또보다 힘들다는 청약
신혼부부 특공 조건
위장미혼하는 신혼부부들

[SAND MONEY] 최근 일 년 사이 수도권 지역의 집값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 무주택자들은 열심히 일해도 번듯한 집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절망감을 표하고 있다. 한편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주택청약의 찬스를 노리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청약 역시 하늘의 별 따기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데, 요즘 신혼부부들 중에는 청약 당첨의 기회를 높이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도록 하자.

지난 일 년 사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특히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실수요가 서울 외곽과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로 몰려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까지 크게 상승했다. 특히 경기도의 김포·고양·용인 지역은 집값이 두 배 이상 오른 곳도 속출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변두리 지역에서는 5~6억 미만의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지만, 이제 소형 아파트의 경우에도 10억 가까이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국민들 사이에서는 “집은 사려면 2~3년 전에 샀어야 한다. 이제는 금수저 아닌 이상 30대에 내 집 마련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셋값 상승세 역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품귀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가격 폭등에 영향을 주었다. 이제 서민들은 자가는커녕 전세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실정이다.

한편 이와 같이 집값이 계속해서 치솟게 되자 청약시장에 대한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청약 당첨만이 유일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청약 가입자 수 역시 증가하고 있는데,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약 2,600만 명에 달한다. 국민 중 절반가량이 가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40대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월급만 모아서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생겨나면서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열을 올리는 이들이 상당하다. 한 30대 직장인 역시 “청약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알고 있지만 이것 말고는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 가점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청약에 당첨될 경우 최소 수천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은 집을 구하기 위해 청약의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약은 당첨 조건이 까다롭고 경쟁이 치열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무주택 기간과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아직 젊은 나이인 2030대의 경우 해당 조건에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와 같이 청약 전쟁의 약자들에게 ‘특별공급’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당첨의 기회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결혼을 했지만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해 고민인 부부들은 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를 노리고 있다. 신혼부부 특공은 결혼한 지 7년이 지나지 않은 무주택자 부부에 대해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기존의 제도에서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맞벌이 120%)의 부부에게 물량의 75%를 우선 공급했고, 분양가 6억 원 이상인 주택의 경우 생애 최초 청약일 때 상한선을 130%(맞벌이 140%)까지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혼 특공 제도가 분양가 대비 소득기준이 너무 낮아 직업이 없는 금수저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에서는 소득기준을 변경했다. 개정안에 의하면 우선 공급 물량을 70%로 낮추고 일반공급을 30%로 늘렸으며, 일반공급 소득기준은 분양가와 관계없이 월 소득 140%(맞벌이 160%)로 상향했다. 자녀가 한 명 있는 맞벌이 부부는 연봉 1억 656만 원까지 신혼부부 특공에 지원이 가능해졌다. 단, 신혼 특공은 한 세대에서 1인만 신청이 가능하고 특공에 당첨되면 일반공급 당첨에서는 제외된다. 또한 분양가가 9억 이상인 주택은 제외되어 강남 등의 지역에선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최근 신혼부부들 사이에는 청약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직장인도 작년 12월 결혼식을 올렸지만 아직 혼인신고는 미루고 있다고 하는데, 그는 “혼인신고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우리 부부는 신혼부부 청약 특공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혼인신고를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아이를 낳게 되면 그때 할 생각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맞벌이인 이들 부부는 연간 합산 소득이 1억 3천만 원가량으로 신혼부부 주택청약 우선 공급 기준인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120%인 8,100만 원을 훨씬 넘는다. 이들 부부는 혼인신고를 오히려 하지 않고 남편과 아내가 각자의 통장으로 청약을 넣는 것이 분양 기회를 두 배로 높일 수 있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는 시대에 신혼부부들은 결혼의 법적 절차인 혼인신고마저 청약 당첨 여부를 기준에 두고 결정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위장 미혼을 자처하는 신혼부부들이 증가하는 것은 매매는커녕 전셋집 마련조차 힘들어진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