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호텔 빙수 전쟁
한 그릇에 6~10만 원 육박
작은 사치 트렌드로 호황
SNS에 인증 열풍

[SAND MONEY]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이나 빙수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여름철마다 특급 호텔에서 출시되는 고가의 빙수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호텔 빙수는 한 그릇에 6만 원 이상 하는 고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각종 SNS에서 인증 열풍까지 일어나며 MZ 세대의 지갑을 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자세한 내용을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밖에 잠시만 나가 있어도 땀이 쏟아지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아이스크림이나 빙수, 냉커피와 같이 시원한 음식이 간절해진다. 그중 빙수는 과거에는 얼음을 갈아 팥과 떡, 젤리, 떡 정도만 뿌리는 팥빙수가 일반적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 이색 빙수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한 그릇에 몇 만원 이상하는 호텔 빙수들이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신라호텔은 지난 4월 말 애플망고 빙수를 64,000원이라는 가격에 선보였다. 신라호텔 외에도 롯데호텔이 58,000원,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이 75,000원, 포시즌스 호텔이 68,000원에 애플망고 빙수를 내놓았다. 고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는 고가 빙수 열풍은 13년 전인 2008년 제주 신라호텔이 애플망고 빙수를 30,000원 가까운 가격에 출시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판매되던 일반 팥빙수는 3,000~5,000원 내외였는데, 10배 가까운 가격에도 불구하고 신라호텔의 망고 빙수는 빅히트를 쳤다.


최근 SNS 상에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조선 팰리스 호텔의 ‘샤인머스캣 빙수’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조선 팰리스 강남이 7월 1일 내놓은 샤인머스캣 빙수는 한 그릇에 98,000원으로 최근 출시된 빙수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 웬만한 호텔 뷔페에서의 한 끼 식사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인머스캣 빙수를 인스타그램에서 태그로 검색하면 수백 개 이상의 인증 글이 쏟아져 나온다. 유행을 빠르게 찾는 얼리어답터와 인플루언서들은 유명 호텔의 빙수를 먹고 와 후기를 남기고, 이들을 선망하는 사람들이 뒤를 이어가고 있다.

호텔 측에서는 빙수 가격이 이처럼 높게 형성된 이유에 대해 고가의 재료를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선호텔의 한 관계자는 “샤인머스캣 빙수에는 엄선된 샤인머스캣이 다섯 송이나 들어간다. 한 송이는 빙수 위에 올라가고 나머지 네 송이는 착즙해 슬러시 형태로 제공된다”라고 밝혔다. 애플망고 호텔의 원조인 신라호텔 역시 “망고 빙수 한 그릇에 제주산 애플망고가 한두 개 정도 들어가는데 망고 가격만 해도 4만 원이 넘는다”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특급 호텔의 고가 빙수의 맛은 어떨까? 직접 찾아가 맛을 봤다는 한 누리꾼은 “요즘은 설빙 같은 일반 빙수 가게에서도 제품이 워낙 잘 나와 맛에 있어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럭셔리한 호텔 라운지에서 특별한 빙수를 먹는다는 기분만으로도 소비의 가치를 느낀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인스타에 인증하자 수백 개 이상의 좋아요가 눌렸고 친구들도 부러워해 더욱 기분이 좋았다”라는 솔직한 의견도 덧붙였다.

실제로 각 호텔에서 출시하고 있는 빙수들은 오히려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출시한 카라향 빙수는 6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 달 목표 수량 150개의 두 배인 300개가량 판매되었다. 포시즌스 호텔 관계자 역시 최근 애플망고 빙수의 준비 수량이 모두 소진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신라호텔 역시 주말에 애플망고 빙수를 먹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대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이처럼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인기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호텔 빙수는 경험과 가치를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성향을 간파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MZ 세대의 경우 빙수를 먹는 것뿐만 아니라 화려한 호텔의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이를 사진 찍어 올리는 과정 자체에 가치를 두고 있다. 이들의 지갑을 여는 것은 제품 그 자체가 아닌 경험이다”라고 의견을 드러냈다.


또한 이와 같이 고가의 디저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MZ 세대의 소비가 양극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들어 사회 전반에 걸쳐 명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수백만 원짜리 가방이나 시계는 아무나 사기 어려운 반면 6만 원짜리 빙수 한 그릇은 마음만 먹으면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전문가는 이러한 고가 빙수의 흥행에 대해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덜 중요시하는 것에는 가성비를 따지지만, 스스로 가치를 두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고 ‘플렉스’한다”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플렉스란 비싼 제품을 소비하면서 이를 과시해 만족을 느끼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런데 한편 호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와 같은 고가의 빙수가 수익이 많이 남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한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빙수가 인기를 끌게 되면 호텔 레스토랑이나 숙박 상품에도 간접적인 홍보 효과가 있다”라고 전했다. 특급 호텔의 빙수 전쟁은 여름이 깊어지면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