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대, 명품 쇼핑 열풍
수백만원짜리 옷·가방·신발까지
유튜브 통해 명품 언박싱
학교생활·교우관계까지 좌우

[SAND MONEY]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에 나가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보복 소비로 명품에 돈을 쓰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명품에 소비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10대 청소년들이라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10대들은 수백만 원짜리 옷이나 신발을 사기 위해 용돈을 모으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이러한 학생들의 명품 소비 현상은 SNS의 영향으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도록 하자.




얼마 전, 50대 직장인 김 씨는 18살인 아이를 호되게 혼냈다. 아들은 60만 원 대의 메종마르지엘라 운동화를 사달라고 조르면서 “친구들 중에 이 운동화 없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라고 주장했고, 아버지인 김 씨는 “아무리 그래도 학생이 수십만 원대의 운동화를 신을 필요가 뭐가 있냐. 공부나 열심히 해라”라고 단칼에 거절했다. 이에 기분이 상한 아이는 방문을 잠그고 들어가 몇 주 째 말도 안 하고 있는 상태라고 김 씨는 전했다.

이처럼 오늘날 10대 청소년들 사이에는 명품 쇼핑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중학교 2학년인 한 학생은 “반에서 제일 잘나가는 인싸 친구들은 명품으로 휘감고 다니는 게 기본이다. 평범한 친구들도 가방이나 운동화 정도는 수십만 원 대의 이름있는 브랜드 제품을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또 다른 학생은 “반 친구 중 하나가 얼마 전 또래 사이에서 ‘구리다’고 여겨지는 브랜드를 입고 왔다가 놀림당하는 것을 봤다. 그렇게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더라도 마르지엘라나 발렌시아가 등 명품 한두 개쯤은 갖고 있어야 주위 친구들과 어울리기 쉽다. 암묵적인 룰 같은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10대 청소년들은 명품 소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고가의 명품의 경우 재력이 넘쳐나는 부유한 어른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다면 오늘날에는 교복을 입고 길거리를 다니는 학생들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명품 옷·신발·가방·시계 등을 착용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상에서도 구찌·루이비통·샤넬·까르띠에 등 수백만 원대의 명품을 언박싱하는 10대 유튜버들이 종종 보인다. 얼마 전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구찌 부츠, 루이비통 가방, 알렉산더왕 바지, 발렌시아가 후드티 등을 입은 10대들이 서로 착용한 브랜드를 맞추는 게임이 ‘룩개팅’으로 불리며 유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10대들의 명품 쇼핑 열풍은 수치상으로도 드러난다. 조사 결과 지난 1년 사이 명품 브랜드를 구매한 횟수는 20대가 63%, 30대가 48% 늘었고, 10대의 경우 67%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4~5월 현대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한 이들 중 MZ세대(10대 후반~30세)의 비중은 무려 45%에 달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성인들도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고가의 물건들을 아직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구매할 수 있는 것일까? 설문조사 결과 명품을 소비하는 10대들은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기 위해 ‘생일 같은 특별한 날 부모에게 사달라고 부탁한다’, ‘용돈과 세뱃돈을 모은다’, ‘게임 아이템을 판매한다’,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등의 방법으로 돈을 모은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자기만족뿐만 아니라 과시소비의 심리가 작용한다”라며 “10대들은 무리에서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인스타나 유튜브 등 각종 SNS의 영향으로 명품을 꼭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명품의 주 소비층인 MZ 세대들 사이에는 자신이 착용하는 브랜드를 개성 표출의 수단으로 여기는 ‘플렉스(flex) 문화’가 퍼져있다. ‘남들과 다르고 싶고, 더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라는 심리가 이들의 명품 소비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10대들의 명품 플렉스 현상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사회학자는 “경제활동을 통해 구매력을 갖춘 성인의 명품 소비는 자신의 경제적 능력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문제없겠지만, 아직 이러한 여건이 되지 않는 청소년들이 명품 브랜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이는 단순히 학생 때는 공부나 해야 된다는 뜻이 아니라 어린 나이부터 소비습관이 흐트러질 경우 성인이 돼서도 자기주도적인 소비생활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의견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과도한 명품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충동구매나 모방 소비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행동 강령들을 마련해 두었다. 예를 들면 쇼핑을 하기 전에는 꼭 필요한 것만 살 수 있도록 계획을 미리 짜둔다거나, 본인만의 마지노선을 정해두고 그 금액 이상의 물건을 사고 싶을 때는 최소 일주일 이상 고민해 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방침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모들의 멘토로 불리는 정신의학과 오은영 박사는 “SNS 등 미디어에 노출되며 시도 때도 없이 소음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침묵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아이들을 야단치기 전에 어른들의 행동을 먼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결국 어른들을 모방한다”라고 성인에 책임감을 요구하기도 했다. 10대 청소년들의 명품 소비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