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사기 기승
한 집에 4명 동시에 계약
총 피해액 약 120억 원
피해방지위해 확인해야할 조항

[SAND MONEY] 최근 전국 각지에서 아파트 분양 사기가 기승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 한 사람은 아파트 입주 날 들어갔더니 그 집에 모르는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일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건설사 대표의 계획적인 사기에 의해 동시에 네 명이나 계약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피해자들은 대표의 말을 털썩 믿고 계약서도 꼼꼼히 확인해보지 못한 채 거금을 지불한 상태였다고 하는데, 이와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약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조항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버린 오늘날, 내 집 마련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돈을 모아 터전을 마련한 사람들은 입주날만 기다리며 부푼 꿈에 가득 차 있을 텐데, 최근 이러한 사람들을 꾀어 사기를 치는 일당들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A 씨 역시 어렵게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입주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갖은 준비를 마친 뒤 드디어 들어가려던 날, A 씨는 화들짝 놀랐다. 집에 들어가 보니 한 번도 본 적 없던 모르는 할아버지가 이미 그 집에 살고 계신 것이었다.

당황한 것은 그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대화 끝에 분양 사기를 당해 이중계약이 되어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았고, 자신들 외에도 계약자가 4명이나 추가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A 씨가 품고 있던 내 집 마련의 꿈은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이중계약의 피해를 입은 다수의 피해자들은 계약한 집은 하나인데 집주인이 여럿인 상태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들은 이미 이전에 살던 집에서도 계약이 끝났고 새 집에 입주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갈 곳이 없어 숙박업소만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은 대체 왜 이러한 사기 피해를 당하게 된 것일까? 이들은 해당 아파트를 계약한 이유에 대해 “건설사 대표와 직접 만났는데 원래 분양가보다는 조금 싸게 계약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혹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평생 집 한 채 없이 지내오다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집을 구할 수 있다고 하니까 절호의 찬스라는 생각이 들어 자세히 알아보지도 못하고 서둘러 계약한 것이었다.

하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쳐보려 한들 이미 늦은 일이었다. 이들은 계약 당시 만났던 건설사 대표를 찾아가 항의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더욱 파헤쳐 보니 같은 사람에게 유사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그 외에도 수없이 많았다. 피해자들은 한 아파트 호실에 이중 또는 삼중으로 계약이 되어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였고, 가족·친척·지인의 집이나 모텔에서 떠돌고 있었다. 이들의 피해액은 총 120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한 법률전문가는 피해자들이 분양 계약서만 조금 더 꼼꼼하게 봤어도 이와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보통 계약을 맺는 당사자들은 금액이나 기간 같은 부분은 꼼꼼히 봐도 특약사항에 대해서는 대충 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본 케이스의 경우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법률전문가는 피해자들이 사인한 분양 계약서 중 ‘기타 사항’이라고 표시된 부분을 지목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특약인데 여기에 ‘대여금 변제 시 계약서를 반환한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는 점을 짚었다. 전문가가 피해자들에게 이 특약 사항에 대해 설명들은 적 있는지 묻자, 피해자들은 들은 것이 전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전문가는 일반적인 아파트 표준 공급 계약서의 경우 보통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갑과 을이 합의하여 결정하되, 합의되지 않은 사항은 관계 법령 및 일반 관례에 따른다’라고 되어있고 피해 아파트 계약서처럼 대여금에 대한 약정이나 그에 대한 담보로 분양권 지급 내용이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것은 건설사 측에서 이중계약에 대한 면책을 위해 조항을 임의로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전문가는 유사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특약사항도 반드시 꼼꼼히 확인해서 이러한 표현이 들어있지는 않은지 체크해 봐야 한다고 첨언했다.

한편 앞서 살펴본 이중계약 외에도,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에서 각종 사기 행위가 들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월세 세입자를 상대로 한 다중 계약이나, 분양권 전매 사기, 계약금만 받고 잠적하는 행위 등 다양한 수법으로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현상을 꼬집었다.

지난 3월에도 경기도 평택에서 반전세 계약을 맺었던 B 씨는 계약금으로 수백만 원을 집주인에게 송금한 뒤 잔금 당일 집주인이 잠적해버리는 일이 있었다. 당황한 B 씨와 공인 중개업자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 연결은 되지 않았다. 한참 뒤에 집주인과 겨우 연락이 닿았지만 그는 세입자의 단순 변심에 의한 계약 파기라며 계약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막무가내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최근에는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수법의 부동산 사기가 발생하고 있고 그 피해액 역시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기 수법이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계약할 때는 계약서는 물론이고 공인중개사와 집주인의 재무 상태, 대출 상황 등을 모두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