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수표
김연경·박지성도 받아
우리나라의 가계수표
90년대 이후 사라지는 추세

[SAND MONEY]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돈 많은 재벌이 백지수표를 꺼내 슥슥 서명을 하고 건네주는 장면을 한 번쯤 본 일이 있을 것이다. 과거 운동선수 김연경과 박지성도 자신을 영입하려는 구단에서 백지수표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 화제가 된 적 있다. 그렇다면 백지수표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혹은 단순히 과장된 허구에 불과할까? 백지수표에 관한 모든 것,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올해 여름 열렸던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배구팀이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며 연일 화제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준 수장 김연경의 경우 일당백을 해내면서 팀을 이끄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감동을 받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김연경은 이처럼 세계 여자 배구선수 랭킹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연봉에 대한 궁금증이 종종 제기되었다. 김연경은 최근 올림픽이 끝난 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MC로부터 “가장 큰 제안을 받았을 때가 언제인지” 질문을 받자 “중국 구단에서 백지수표까지 주며 원하는 액수를 적으라고 했다”라고 답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실제로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 가운데는 그를 향한 영입 경쟁에 목숨을 건 구단들이 백지수표를 제시하는 일이 이따금씩 발생한다. 월드클래스 축구선수 박지성 역시 2002년 월드컵 이후 백지수표 제안을 두 번이나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수표 자체를 사용하는 일이 많지 않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신용카드 거래가 활발해지기 전인 90년대까지 지금의 신용카드 못지않게 개인수표가 지급수단으로 자주 사용되어왔다.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 메모장처럼 길게 달린 수표책(Check Book)을 들고 다니다가, 필요시 받는 사람의 이름과 금액을 적고 서명한 뒤 건네는 방식이다.

이처럼 금전 지급 관련 정보를 기입해 수표를 건네는 것을 ‘수표를 끊는다’라고 표현하는데, 미국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 때 수수료를 내면 자신의 이름이 표시된 수표책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이를 고액의 차량 대금이나 월세 지불, 혹은 공과금 납부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한편 미국에서 백지수표는 어떠한 방식으로 쓸 수 있을까? 위에서 수표를 끊을 때는 금액과 받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넣는다고 설명했는데, 사람의 이름만 적고 금액란은 비워둔 채 서명을 해서 건네면 그것이 바로 백지수표가 되는 것이다.

한편 외국이라면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수표책을 사용하는 경우 자체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가계수표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는 기업이 아닌 개인이 발행하는 수표로 은행이 발행하는 자기앞수표와는 다르다.

또한 가계수표의 경우 수표에 적혀있는 금액만큼 수표 소지인이 은행에서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신용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표와는 차이가 있다. 발행 한도 또한 일반 수표에 비해서는 통상적으로 낮은 편이다.

현 기준 가계수표는 일반가계수표와 은행보증가계수표, 은행공동 정액보증가계수표의 3가지 형태로 발행이 되고 있다. 그중 일반가계수표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인데, 여기에서도 금액란을 비워두고 상대에게 건넬 경우 백지수표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이후 가계수표를 쓰는 일 자체가 거의 없어 백지수표의 활용 또한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미국에서는 아직도 수표책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에 백지수표의 사용도 우리나라보다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이다. 하지만 미국의 백지수표의 경우에도 무제한으로 금액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발행한 사람의 계좌 잔고보다는 기입 금액이 적어야 은행에서 그 돈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수표 자체가 쓰이는 일이 거의 없긴 하지만 만약 여기에 금액란을 비워두고 다른 사람에게 제공했다고 했을 때는 어느 정도까지 금액을 쓸 수 있을까? 현재 기준에서 일반가계수표는 장당 발행 한도가 개인 100만 원, 자영업자 500만 원으로 설정되어 있다.

즉 유명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 등이 받았다고 들려오는 백지수표의 경우 완전히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수표 실물을 실제로 받았다기보다는 ‘계약 시 원하는 금액은 얼마든지 제공해주겠다’는 적극적인 영입 의사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