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백화점
사실상 서울의 마지막 지역 백화점
경영난으로 28년만에 폐업
폐업 앞둔 현재 모습

[SAND MONEY] 태평백화점은 1990년대에 세워져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서울의 지역 백화점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지난 수십 년간 대기업에도 인수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온 태평백화점이 28년 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태평백화점의 폐업은 지역 상권의 붕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할 때 3대 대형 백화점을 위주로 찾아가지만,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역 백화점이 대세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각 지역을 대표하던 향토 백화점들은 경영난을 맞이해 연이어 문을 닫고 있다. 서울의 마지막 지역 백화점이었던 태평백화점 역시 지난 5일 폐업 소식을 알리며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4·7호선 인근에 위치한 태평백화점은 28년 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이 백화점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마지막으로 남은 단일 백화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던 곳이지만, 10월 7일부터 31일까지 마지막 고별전을 보낸 뒤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되었다.

태평백화점을 운영하는 경유산업은 한국백화점협회에 지난달 중순 운영 중단에 대한 계획을 알리며 실질적인 폐업 수순을 밟았다. 업계 관계자는 “태평백화점이 단일점으로서는 경쟁사가 없어 나름대로 운영을 잘 해왔지만, 코로나19로 매출 타격을 입으면서 회복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태평백화점의 폐업 소식을 듣고 누리꾼들은 추억의 장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1992년 ‘태평데파트’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고 1994년에 태평백화점으로 이름을 변경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온 이 백화점은 IMF 외환위기 이전 90년대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많은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던 곳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백화점들이 상권을 휩쓸고 있는 오늘날, 뉴코아·미도파백화점 등이 모두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버텨왔던 태평백화점을 두고 ‘사실상 기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지방에 위치한 향토 백화점의 경우 전국구 백화점의 진출이 다소 늦었고, 향토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애정이 크지만 서울에서 이만큼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럼에도 태평백화점이 수십 년간 무너지지 않고 명맥을 이을 수 있었던 것은 사당동과 방배동 사이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을 얻는다. 게다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나 뉴코아아울렛, 홈플러스 남현점과도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경쟁 위협 역시 적었다. 이에 IMF를 기점으로 수많은 지역기반 기업들이 폐점하거나 대기업에 인수당했을 때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태평백화점의 운영 방식에는 다소 독특한 부분이 있었다. 지하철과 연결되는 지하 2층에는 영스트리트라는 영캐주얼 전문 매장이, 지하 1층에는 식당가와 슈퍼마켓이 위치했으며, 건물의 6층부터 8층까지는 백화점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가 있었다.

또한 스포츠센터에는 수영장·헬스장·실내 골프연습장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었는데, 사실 IMF 이전이라면 몰라도 오늘날에는 백화점 건물에 스포츠센터가 들어선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외환위기 이전의 분위기를 품고있다’는 이야기를 들을만했던 것이다.

입점해있는 의류 브랜드의 경우 중저가 상품 위주로 들어서 NC백화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태평백화점의 면적은 매우 협소해 대형 백화점에 이미 익숙한 소비자들이 찾아오면 “이게 백화점이라고?”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형 상가처럼 보이기도 했다.

백화점이라기엔 규모도 상품군도 조금 소박한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평백화점은 이처럼 다양한 이점을 기반 삼아 장수 기업으로 살아남으면서, 개업 이래 한 번도 적자가 난 적이 없을 만큼 우수한 재무 상태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러한 태평백화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의 직격탄을 피할 수는 없었다.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104억 원가량을 기록했던 매출액은 2020년 67억으로 2/3토막 나버렸다. 영업이익은 더욱 심각했는데 15억 원에서 3억 원까지 내려가 흑자 상태를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2021년 들어서는 건물에 입점해있던 스포츠센터의 운영을 중단하고 홈페이지까지 방치 상태에 놓이면서 ‘문을 닫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스멀스멀 나오게 되었다.

그러던 중 결국 폐업 결정이 사실상 확실시된 태평백화점은 문을 닫기 전 그간의 추억들을 정리하며 ‘고별전’으로 마지막 행사를 치를 계획이다. 이번 고별전에는 의류·침구·잡화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이 최대 90%까지 할인 판매될 예정인데, 태평백화점의 마지막에 아쉬움을 표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태평백화점이 사라진 이후에는 지하 6층~지상 23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