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해고·희망퇴직
세종호텔 해고기준 정당성 논란
주방근무자에 외국어 시험 요구
근로자 vs 회사의 법정 싸움

[SAND MONEY]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은 정리해고·희망퇴직 등의 방법으로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 그런데 최근 세종호텔 측에서는 정리해고 기준을 정하면서 설거지나 주방 업무를 하던 근로자에게도 영어나 제2외국어 시험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당성 논란이 들끓고 있다. 이외에도 직원과 회사 사이 해고 문제 관련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이 많다고 하는데, 그 내용에 대해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시작된 이후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으면서도 여러 기업에서도 경영난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악영향을 심하게 받은 업종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칼을 뽑아들었다.

그중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서울 명동의 세종호텔이다. 세종호텔에서는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인력 감축을 예고하면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을 위한 기준’을 발표했는데 그 기준이 정당하지 않다며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호텔 측에서 제시한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표를 살펴보면 인사고과 성적과 상벌사항, 근속연수, 부양가족, 재산 보유액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기준이 더 있다. 바로 외국어 구사능력이다. 영어·일본어·중국어 점수가 반영되는 이 기준은 설거지나 조리업무를 담당하는 주방 직원들에게도 적용되어 논란이 일었다.

세종호텔 측에서 제시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00점 만점 중 45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사고과 성적은 최근 3년간의 성적을 평균 내서 차등 배분된다. 상벌사항의 경우 징계나 포상 건수에 따라 부과되며, 근속연수는 2년당 1점을 줘서 총 10점까지 받을 수 있다.

직원이 겪고 있는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참작해 주는 기준이 있다. 만일 부양가족이 있을 경우 피부양 가족 수 1인당 1점을 받아 총 5점까지 얻을 수 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직원은 장애 급수에 따라 최대 10점의 추가 점수를 얻게 된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어 구사능력 기준을 살펴보면 반영점수는 최대 5점인데, 그중 영어가 3점, 일본어나 중국어가 2점으로 상중하로 구별하여 점수가 부여된다. 호텔 근로자이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프론트 직원을 제외하고 사실상 고객과 마주할 일이 없는 주방 직원들 같은 경우에는 이와 같은 기준이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재산 보유 항목 또한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또한 이와 유사한 사례로 얼마 전에는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59세 이 모 씨가 과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직장 갑질’을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인은 주 7일 근무를 5주나 할 정도로 업무량이 과도해, 사망 원인에 직장 생활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인 이 씨와 관련해, 그의 동료 A 씨는 “학교 측에서 한자나 영어 등 필기시험까지 보게 했다”라며 “동료들 앞에서 시험 점수가 보이는 채로 시험지를 나눠줬고, 0점 받은 사람에게는 ‘0점이네요?’라고 말해 모멸감까지 느끼게 했다”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또 다른 동료는 사망한 이 씨가 중간관리자로부터 정장 차림을 강요당했다면서, “초록색 나뭇잎 무늬 옷을 입고 갔더니 ‘애매하지만 통과’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이처럼 갑질 평가를 당하면서 수치심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회사 측에서 주방 직원에게 외국어 점수를 요구하며 정리해고를 실시하거나, 청소노동자에게 영어 성적으로 모멸감을 느끼게 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공분을 표했다. 한편 이외에도 국내 이름이 알려진 기업들 중에 직원들에게 퇴직을 강요한 사례가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월 법조계에 따르면 명예퇴직한 전직 KT 직원 68명이 회사를 상대로 해고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KT 측에서 근속 기간 15년 이상인 직원 8,300명을 명예퇴직시켰는데, 이것이 불법 정리해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에서는 해당 명예퇴직을 불법 해고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정을 내렸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최근 창사 42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다만 롯데백화점 측에서는 희망퇴직자에게 임금 24개월치와 위로금 3,000만 원, 자녀 학자금 3,20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을 붙였다. 업계에서는 이것이 나쁘지 않은 희망퇴직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유통 업체인 롯데백화점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사실에 대해 충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삶이 돌아올 때까지 이러한 기업의 인력 조정 방침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