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 명품 열풍
학생들이 입으면 망한다?
톰브라운·스톤아일랜드 등
브랜드 이미지 보존 대책

[SAND MONEY]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아직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듯한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이 값비싼 명품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플렉스 문화의 영향을 받은 어린 학생들이 명품 소비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인데, 놀랍게도 이처럼 10대들 사이에 일어난 명품 유행이 기업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라고 한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10대들이 입으면 망한다”라는 속설까지 돌고 있을 정도라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함께 들어보도록 하자.

“18살 고등학생인데 용돈 모아서 샤넬 백 샀어요. 한번 뜯어볼게요” 유튜브에 들어가 ‘고등학생 샤넬’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수백만 원 이상의 비싼 가방을 사서 언박싱을 하는 어린 학생들의 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이처럼 최근 10대들 사이에는 명품 소비가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비싼 제품 소비를 통해 돈 자랑을 한다는 ‘플렉스(Flex)’ 문화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도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각종 SNS에서 또래 친구들이 착용하는 옷이나 신발 등을 보고 선망하는 마음을 품어 따라사는 경우도 많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10대 청소년 중 56%가량이 명품 구매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나머지 학생들의 경우에도 상당수가 구매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명품 시장이 성장한 배경에도 MZ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플렉스 문화가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MZ 세대 그중에서도 어린 10대 학생들까지 소비에 참여하면서 국내에서 각 명품 기업들은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어마어마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그중 일부 브랜드에서는 학생들이 자사 제품을 입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10대들이 입기 시작하면 그 브랜드는 망한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톰브라운은 급식이들이 입어서 안 사”라는 제목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글 내용을 살펴보면 작성자는 최근 톰브라운 가디건을 입고 술자리를 했다가 지인들로부터 “급식템이잖아”, “중고등학생들이 입는 거잖아”와 같은 말을 들었는데, 입고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지 기분이 상했다는 심경을 전했다.

이처럼 최근 인터넷에서는 일명 ‘급식템’으로 불리는 브랜드의 옷들이 있다. 톰브라운·스톤아일랜드·무스너클·파라점퍼스 등이 그 예인데, 한 벌에 수십만 원을 능가할 정도로 고가인 옷이지만 중고등학생들이 입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아이템, 즉 급식템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진 것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패션 유튜버 ‘옆집언니 최실장’의 경우에도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스타일리스트인 그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코디 꿀팁이나 트렌드 리포트, 그 외에도 패션업계와 관련된 다양한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데, 11월 중순 기준 구독자 수는 40만 명에 이른다.

그는 얼마 전 ‘패션 브랜드의 흥망성쇠 / 떡상 혹은 떡락하는 브랜드의 특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는데, 영상의 초반부에서 버버리·톰브라운·고야드·언더아머·노스페이스·MCM·발렌시아가·스톤아일랜드 등의 브랜드 로고를 나열하고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학생들이 입기 시작해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한 경우라고 말했다.

옆집언니 최실장은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노스페이스 패딩은 교복과 다름없을 정도로 한때 수많은 학생들이 사서 입었는데, 이러다 보니까 경제력이 되는 30·40대의 경우 오히려 ‘학생들이 입는 옷’이라는 생각에 구매를 꺼리게 되었던 것을 언급했다. 버버리의 경우에도 90년대 영국에서 노는 학생들의 대표적인 아이템이 되면서 한번 휘청했었고 추락한 이미지를 다시 끌어올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와 유사한 이미지 손상을 입은 업체라고 한다면 톰브라운이나 스톤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커뮤니티의 댓글들을 보면 ‘클래식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던 톰브라운 가디건을 ‘일진’들이 많이 입기 시작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예전 같지 않아졌다’, ‘스톤아일랜드도 이제 떠올리면 온몸에 문신을 하고 체격과 어울리지 않는 사이즈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상당하다.

사실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명품 브랜드의 경우 단순히 당장 많이 팔아치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명품으로 인정받고 오랜 기간 동안 존속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퀄리티나 브랜드 이미지 등이 고급스러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다는 희소성까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싼 제품을 내놓는 명품 브랜드를 ‘너도나도 사게 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 된다. 이에 일부 브랜드에서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SNS 계정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유튜버 옆집언니 최실장은 또한 최근 일부 브랜드가 많이 하고 있는 실수가 바로 협찬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인플루언서들에게 제품을 너무 많이 뿌리면 소비자 입장에서 그걸 돈 주고 사는 게 호구처럼 느껴질 수 있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대중과의 가장 적당한 거리는 어느 정도일지, 각 브랜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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