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굴러다니는 리모컨이나 장난감에 들어간 건전지를 다 쓰면, 대부분 건전지 수거함에 넣거나 따로 모아서 동사무소로 가서 쓰레기봉투와 교환을 한다. 이런 1차 건전지는 스마트 기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와 구조가 다르고 저장된 전력량도 적기 때문에 비교적 손쉽게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좀 다르다. 워낙 대용량인데다가 잘못하다간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폐 배터리는 재활용하는 과정에 온갖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현대차나 폭스바겐같이 전기차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곳은 비상이다.

오래 전 출시 했던 구형 전기차들이 하나 둘 폐차수순을 밟게되면서 배터리를 온전히 처리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는 브랜드들은 기업 이미지와 더불어 재활용기술 개발을 통해 배터리가격을 낮추는 첨단기술이 필요한 상황이이게 더더욱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일부 국가와 전기차 제조사에선 전기차 폐 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나름의 해결책을 연구하고 있는지 간단히 알아보자.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방법

폐 배터리를 처리하는데 재생산, 재활용, 재사용 세 가지 방법이 적용된다.

① 재생산 방법

재생산 방법은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의 컨디션을 점검해 보고 그중 불량 등 여러 문제로 사용하기 어려운 것만 새것으로 교체하는 방법이다.

재생산 방법이 가능한 이유는, BMS 즉 배터리 관리 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배터리의 온도와 과전압 등을 체크하고 배터리마다 발생하는 약간의 편차를 보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 덕분에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과거 닛산의 폐 배터리 정책이 있다. 전기차 리프 1세대에서 사용된 폐 배터리를 재활용한 사례로, 폐 배터리의 성능이 80% 이상이면 재생산 과정을 거쳐 다른 전기차에 적용했다. 그리고 성능 미달인 배터리는 비교적 전력 소모가 덜한 골프 카트나 전기 지게차에 탑재했다.

한편 우리나라도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배터리 재사용 산업에 천억 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배터리를 재생산 방법을 활용하면 비용 측면에 있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기차 가격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이 고전압 배터리인데, 이를 재활용 배터리로 대체하면 기존 배터리 가격의 절반 정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② 재활용 방법

다음은 배터리 재활용이다. 이 기술은 다 쓴 배터리를 분해하고 부순 다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원재료인 흑연, 망간,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을 다시 얻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독일로, 폭스바겐을 비롯해 일부 화학기업에서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론상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요소 중 96%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장 활발히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폭스바겐은 2021년 초부터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가동했고, 리쏘렉(LithoRec)이라는 배터리 재활용 기술로 배터리의 97% 이상을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시대가 오기 전부터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갓 떼어낸 전기차 배터리에서 부속품을 떼어내 철과 알루미늄을 얻고, 모듈 상태로 분리된 배터리를 분쇄기에 넣고 잘게 부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가루가 된 배터리에서 배터리 원료를 추출해 낸다.

처음 연구를 진행한 건 2009년으로, 2년이 지난 2011년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미 이 과정에서 환경보호와 전기차 배터리 비용 절감 측면에 있어 큰 도움 이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안타깝게도 바로 적용하지 못했다. 당시엔 전기차 자체가 너무 적고 수명이 다한 사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너무 빨리 개발한 게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시기에 시작했다.
라고 언급한바 있다. 문제가 코앞에 있을 때 허겁지겁 개발할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비한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한편 우리나라도 배터리 재활용 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와 에코프로 등 전문 기업이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의 경우 기본 원리는 폭스바겐과 비슷하지만,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에 대비하기 위해 니켈 성분 추출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양극재, 배터리 재활용, 고순도 산소와 질소, 리튬 등을 생산하는 에너지 기업이다. 이곳은 이미 재활용 공장을 가동 중이며 LG에너지솔루션과 2~3천억 원 규모의 폐배터리 장기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밖에 여러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뛰어들어 일부 기업은 95% 이상 원재료 추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만큼,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 중인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③ 재사용 방법

마지막으로 배터리 ‘재사용’방법이 있다. 이 기술은 앞서 살펴본 두 가지 방식보다 간편하고 효율이 좋아 이미 여러 나라에서 도입한 기술이다. 배터리 재사용 방법은 쉽게 말해 전기차 배터리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소에서 만든 전력을 저장하거나 가정용 전력 공급장치로 활용하는데, 전문용어로는 에너지 저장장치, 즉 ESS(Energy Storage System)라 부른다.

이처럼 전력 공급용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전력 공급의 안정성 때문이다.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의 발전량은 편차가 심해, 발전량 역시 널뛰기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전력 공급 역시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한계를 ESS로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쓰고 남은 전력을 저장해 뒀다가 수요가 많은 시간대나 전기료가 비싼 시간대에 ESS에 저장된 전력을 사용해, 정전 피해를 최소화하고 전력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이 참여 중이다.

폐 배터리를 ESS로 활용하면 ESS 제조에 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고, 폐 배터리에 의한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어서 일석이조라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전의 연구 내용에 따르면 ESS용 폐 배터리는 새 제품 대비 70%~80% 성능이지만, 발전소 용도로 사용하면 10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연구를 진행한 미국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독일재생에너지협회(BEE)에서도 7~8년간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도 10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을정도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기차가 많이 팔리고 있다. 2025년부터는 기존에 판매된 전기차들이 대거 폐차되어 폐 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0년 4천억 수준이었으나, 2030년에는 12조 원, 2040년엔 무려 8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간 성분들은 모두 유독 물질로 분류되며, 땅에 노출되면 정화가 어려운 죽음이 땅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전기차 관련 신기술이 개발되는 속도에 발맞춰, 재활용 기술들도 함께 발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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