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C90은 수입 대형 SUV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차량이다. 특히 리차지라는 타이틀이 추가되면서 가격대는 1억을 넘나드는 차량이 됐지만, 고급스러움과 우수한 성능 덕분에 출고대기 기간만 해도 수개월 내지는 1년 정도가 걸린다.

대기 기간도 길거니와 차량 가격이 높은 만큼, 이 급의 차량을 눈여겨보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상당히 높다. 억대 가격의 차량을 구매할 재력이 있는 만큼, 가격 보다 차가 가지고 있는 포인트가 확실해야만 지갑을 연기 마련이다. XC90 리차지는 어떤 강점이 있기에 1년이라는 출고 대기 기간을 만든 것일까? 시승기를 통해 이유를 알아보자.

디테일에서 느껴지는
볼보의 세심함

XC90은 볼보 SUV 중 최상위 모델. 즉, 플래그십을 맡고 있다. 한 브랜드의 플래그십을 맡은 차량이 가지는 의미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그저, 최고의 소재로 실내를 두른다거나, 좋은 사양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브랜드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는 것에 있다.

XC90은 이런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하다. 볼보가 지향하는 브랜드의 핵심이 잘 담겨있기 때문이다. 수년째 같은 모습에 혹자는 진부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Simple is the best’라는 격언이 있듯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외관에서부터 볼보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

고급스러움을 위해 크롬을 활용한 것을 빼놓는다면, 경쟁 브랜드가 추구하고 있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외관 디자인을 갖췄다. 전면과 후면에는 각기 하나의 포인트를 정확히 강조하고 있는데. 프론트 마스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토르의 망치라 불리는 헤드램프이고, 후면부는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닮은 리어램프가 있다. 이 외에는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제거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모습을 완성했다.

이런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다. 질리지 않을 물건을 오래도록 사용한다는 것. 때문에 북유럽에 근간을 둔 브랜드의 디자인은 언제나 깔끔하며 따뜻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 좋은 예로 이케아의 가구를 떠올려보자. 디자인적으로 뛰어남을 강조하기보다 제품의 사용성과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쓸모 있는지 실용성에 집중한다. 물론, 좋은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다. XC90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기조는 실내로 들어서면, 확연히 두드러집니다. 최근 볼보의 최신 차량들을 보면, 센터패시아에 지저분한 요소가 전혀 존재하지 않다.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지저분한 버튼류는 최소화했고, 그나마 보이는 버튼들도 콘솔과 가깝게 배치해, 간결한 모습이다.

반면, 좋은 소재를 적용하는 것에는 아낌 없다. 크래시 패드는 물론, 도어트림까지 적극적으로 우드를 적용했다. 뿐만 아니라, 살결이 닿는 부위에는 모두 나파 공법이 적용된 천연가죽을 사용했다. 볼보 차량을 경험해 본 오너라면 잘 알겠지만, 볼보는 예전부터 매우 뛰어난 가죽 퀄리티를 보여왔다.

아기 살결처럼 부드러운 가죽은 탑승객으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만든다. 집과 업무 공간을 빼놓고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곳이 바로 자동차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집에서 느끼는 안락함을 XC90의 실내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게 2.4톤 제로백 5.3초
강력한 성능

XC90의 주행성능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시승 차량의 주요 제원을 먼저 살펴보자.

<제원>
엔진 : T8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최고출력 : 312마력 (합산 455마력)
최대토크 : 40.8kg.m (합산 72.3kg.m)
0-100(km/h) : 5.3초
구동방식 : 상시 사륜 (AWD)
전장 : 4,955mm
전폭 : 1,960mm
전고 : 1,765mm
축거 : 2,984mm
공차중량 : 2,375kg
연비 : 11km/L(복합)
* 순수 전기모드 주행 가능 거리 : 53km

XC90 T8 리차지 시승을 진행하기 전,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던 부분은 다름 아닌 주행 성능이다. 분명 뛰어난 엔진 성능을 제원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2,375kg의 거구를 얼마나 잘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특히,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할 때 그 작은 모터 하나만으로 이 우람한 녀석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었다. 새로운 e-모터로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이전 모델 대비 모터 최고출력을 50마력 높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약 140마력 수준이고, 모터의 최대 토크도 30kg.m를 조금 상회하는 정도라 약간의 의심을 마음에 안고 시승을 시작했다.


처음 XC90을 몰고 운전을 시작한 6월 10일 밤, 한산한 올림픽대로에 올라 드라이브 모드를 순수 전기로 바꿨다. 시속 80km까지 얼마나 힘차게 밀어붙일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올림픽대로에 처음 진입하던 시점 일부러 시속 40km 정도로 속도를 낮춰 진입했다.

주변을 살피고, 액셀을 툭툭 밟아보니 전기차의 그것처럼 머리가 휘청휘청 했다. ‘오..?’ 하는 생각과 함께 예상보다 꽤 충분한 힘을 보여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진득이 가속 페달을 밟자, 말 그대로 순식간에 제한속도까지 이 큰 덩치를 가속하는 모터 성능에 박수를 쳤다.

게다가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도 큰 오차범위 없이 실제 주행거리만큼만, 줄어드는 것을 보고는 더욱 놀랐다. 대부분 하이브리드는 회생제동을 통한 에너지 환원은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급가속을 얼마큼 하느냐가 주행거리 확보의 열쇠다. 때문에 급가속을 반복하다 보면, 공식적으로 발표된 주행 가능 거리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아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XC90은 처음 차를 수령하던 당시 트립에 표기되어 있던 약 40km(배터리 잔량 약 70~80% 수준)의 주행 가능 거리를 아주 정확히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가속능력 테스트를 위해 약 10회가량 급가속을 했다는 걸 상기해보면, 매우 놀라운 부분이다. 단순히 성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배터리의 효율까지도 우수하다.

만약, 서울 도심에서만 주행을 한다는 가정 하에 1일 20~30km를 주행하는 운전자라면, 약 이틀 정도는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고 전기 모드로만 주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리란 판단을 해볼만 하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을 보며,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T8의 가장 뚜렷한 매력은
에어 서스펜션이 아닐까


XC90은 크게 B6와 T8 두 가지 등급으로 구분된다. 동력 성능에서 차이가 존재하지만,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후륜 서스펜션에 적용된 에어 서스펜션의 유무라 생각한다.

시승 차량을 주행하는 동안 서스펜션에서 느낄 수 있는 고급감을 충분히 느끼려 노력했고, 실제로 잔 요철을 만났을 때, 교량을 넘나들 때, 방지턱을 넘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거북함 없는 뛰어난 상쇄 능력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방지턱을 지난 직후에도 불필요한 출렁거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형 SUV의 경우, 패밀리카 목적으로 구매하는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후석에 탑승한 승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세상 어느 아빠가 자신의 가족이나 아이를 불편한 자리에 태우고 싶을까? 차에 머무는 시간 편안하게 있기를 바랄것이다. XC90 T8은 에어 서스펜션 하나로 이러한 니즈를 정확히 공략하는 차량임을 알 수 있었다.

반도체 이슈 등 여러 가지 이유를 포함해 현재 주요 경쟁자들이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XC90은 승차감 측면에서 분명 우위를 점할 수 있기에, 구매를 고려하는 이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다.

충분한 값어치를 하는
XC90 리차지

XC90은 안전의 대명사 볼보가 만들어 낸 플래그십 SUV로, 그 위용에 걸맞은 모습 그리고 성능을 시승 내내 보여주었다. 특히, 전기 모터만으로도 이 우람한 차량을 부족함 없이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더불어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덕에 부드러운 승차감은 덤이다. 수입 대형 SUV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에 충분해 보였다.

만약, 대형 SUV를 고민 중인 분들 중 아직 XC90 T8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이라면 선택지의 폭을 넓혀 보시는 것도 추천한다. 항상 똑같은 선택지를 놓고 비교하기보다 새로운 후보군을 놓고 비교하다 보면 기존에 선호하던 차량의 장단이 더욱 명확해질 수 있으니말이다.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