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다운사이징 터보’다. 날이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규제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를 장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대배기량 엔진의 상징과도 같은 미국 브랜드까지 말이다.

이와 같은 트렌드의 변화 때문에 요즘 머슬카 마니아들은 그야말로 ‘울상’이다. 크고 아름다우면서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어 주었던 ‘대배기량 머슬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나마 남아있는 머슬카들은 옹졸하기 그지없는 ‘4기통 터보엔진’을 탑재하는 추세다. 심지어 3대 머슬카 중 하나인 ‘포드 머스탱’조차 4기통 터보엔진인 ‘2.3 에코부스트’를 주력으로 삼고 있을정도다. 사실상, ‘머슬카의 종말’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촛불은 꺼지기 직전에 가장 밝게 타오르는 법, 여기 한 브랜드가 머슬카 시대의 마지막을 불태울 준비를 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비웃기라도 하듯, 6.2L에 달하는 V8 엔진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면서 말이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더 잘 알려진 오늘의 주제는 바로 ‘쉐보레 카마로’다.

술 못먹게 해서 탄생한 머슬카

머슬카의 역사는 미국만의 독특한 튜닝 문화인 ‘핫로드’에서 시작됐다. 이 ‘핫로드’라는 용어의 유래는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가설로는 ‘범죄 용어 유래설’이 거론되고 있다.

1930년대, 당시 미국은 금주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술을 제조하는 것은 물론, 판매하는 것까지 금지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오던 미국의 주류회사들은 사업을 그만두거나 판매 상품을 바꿔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사라지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는 ‘밀주’가 기승을 부리게 됐다. 이렇다보니 밀주와 연관된 강력 범죄도 끊이지 않았다. 유명한 범죄 조직인 ‘마피아’가 세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밀주 덕분이다.

이처럼 밀주 관련 사업으로 세력을 키워나가던 마피아는 문득 ‘고성능 자동차’에 눈독을 들이게 된다. 경찰차의 추적을 따돌릴 정도로 빠르게 달리면, 밀주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마피아들은 차량 절도를 전문으로 하는 범죄자들과 결탁을 맺었다.

이 시기 자동차는 차대번호가 존재하지 않았고 번호판 관리도 매우 허술했기 때문에 조금만 개조를 거치면 어떤 사람의 차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도난차량을 ‘핫로드’라고 불렀고, 이후 핫로드는 자연스럽게 튜닝의 한 종류를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고 한다.

다만 이것도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기 때문에 참고삼아 알아두자.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핫로드는 조금씩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사용되다가 버려진 활주로를 중심으로, 직선 구간에서의 가속 성능을 겨루는 ‘드래그 레이스’가 성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평범한 자동차로는 턱도 없었기에, 대배기량 엔진을 장착하는 튜닝이 필수적이었다.

때마침 2차 세계대전 당시 정비병으로 복무하던 엔지니어들이 사회로 돌아오게 되면서, 핫로드 문화의 성장은 탄력을 받게 됩니다. 그 누구보다 정비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엔진 튜닝은 일도 아니었다.

이때부터 미국의 젊은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5.0L 이상의 대배기량 V8 엔진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배기량 트렌드를 자동차 제조사에서 자연스럽게 상품화한 것이 바로 ‘머슬카’다. 특히 본격적인 머슬카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폰티악 GTO’는 무려 6.4L에 달하는 V8 엔진을 얹어 소비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머슬카는 일상생활에서 타고 다니기에 너무 거대했다. 땅덩이 크기로 소문난 미국에서도 꽤나 큰 축에 속할정도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같은 엔진을 한 치수 작은 차급에 적용한 ‘포니카’다. ‘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가 바로 이 ‘포니카’에 속한다.

다만, 크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별다른 차이가 존재하지 않고, ‘오일쇼크’가 불어닥치면서 거대한 머슬카들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지금은 ‘포니카’로 불리던 모델들을 ‘머슬카’라고 부르고 있다.

머스탱 VS 카마로
숙명의 라이벌

1964년,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포드’는 젊은 층을 공략한 포니카 ‘머스탱’을 출시했다. 콤팩트하면서 스포티한 머스탱의 2도어 쿠페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머스탱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의 머슬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동일한 성능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젊은 층은 물론 중산층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포드는 머스탱의 판매량을 약 10만 대 안팎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출시되자마자 12만 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게다가 이듬해에는 무려 60만 대가 팔려나가며 인기를 이어나갔다. 이로 인해 머스탱은 ‘모델 A’ 이후 가장 성공적인 자동차 중 하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경쟁사들은 이러한 포드의 승승장구를 가만히 두고만 있지 않았다. 닷지에서는 ‘챌린저’를, 폰티악에서는 ‘파이어버드’를, 머큐리에서는 ‘쿠거’를 출시하며 머스탱이 포문을 연 포니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머스탱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던 1967년, ‘머스탱을 잡아먹는 작지만 사나운 동물’이라는 이름을 가진 포니카 한 대가 포니카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바로, ‘GM식 포니카’로 개발된 ‘카마로’였다.

직선적인 스타일링을 제시하면 머스탱과 달리, 카마로는 부드러운 곡선과 볼륨감이 느껴지는 근육질 바디를 채택했다. 즉,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덕분에 카마로는 먼저 출시된 경쟁 모델들을 가뿐히 제치며, 머스탱의 최대 라이벌로 지목됐다.

카마로의 등장은 영원할 것 같던 머스탱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60만 대에 달하던 머스탱의 연간 판매량은 카마로가 출시된 1967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줄어들었다.

심지어 1969년, 카마로는 243,085대, 머스탱은 299,824대의 연간 판매량을 기록해, 두 모델 간의 격차는 고작 6만 대에 불과했니다.

그리고 1년 뒤인 1970년, 쉐보레는 2세대 카마로를 발매합니다. 머스탱보다 4년 먼저 나온 신형 모델이었기에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는 당연히 카마로 쪽으로 향했다.

2세대 카마로는 1세대 카마로의 디자인을 완전히 뜯어고쳐, 그야말로 ‘고혹적인 실루엣’을 자랑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쉐보레는 카마로의 디테일을 지속적으로 변경해, 해마다 신선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선사했다.

이러한 노력은 곧 결과로 나타났다. 1977년, 오랫동안 2인자 취급을 받던 카마로는 머스탱의 연간 판매량을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시기 포드는 2세대 머스탱에 유럽형 디자인을 적용하는 실책을 범해, 엄청난 수치의 판매량을 뺏기게 됐다.

이후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카마로와 머스탱은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1,2위를 다투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이전 같지 않았다. 이는 전 세계를 덮친 ‘오일쇼크’와 한층 강화된 ‘환경규제’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은 카마로와 머스탱을 완전히 다른 자동차로 만들어버렸다. 카마로는 역사상 최초로 2.5L 4기통 엔진을 장착했고, 머스탱은 아예 유럽 시장을 겨냥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두 모델의 상징과도 같던 ‘대배기량 엔진’과 ‘강력한 출력’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야 했던 80년대가 끝나고, 카마로와 머스탱은 각각 4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그리고 여기서, 두 모델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90년대에 들어선 두 모델은 과거의 머슬카 감성을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두 모델 모두 이전과 같이 날렵하고 스포티한 ‘롱 노즈 구성’을 채택했고, 사라졌던 ‘대배기량 V8 엔진’을 다시 탑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머스탱의 손을 들어주었다. 카마로보다 신형이면서, 자동차 매체들의 평판도 더 좋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산 경량 스포츠카가 미국 시장을 점령하면서, 카마로는 더더욱 설 곳을 잃게 됐다. 결국 카마로는 2002년을 끝으로 단종되고 만다.

물론 모두가 알다시피, 카마로는 이후 화려한 부활에 성공한다. 카마로가 ‘범블비’로 출연한 영화인 ‘트랜스포머’가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카마로와 머스탱의 라이벌 관계는 무려 7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

부활의 신호탄
6세대 카마로

트랜스포머의 대성공 덕분에 일약 월드스타로 떠오른 5세대 카마로는 2016년, 6세대로의 풀 체인지를 단행했다. 더욱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디자인된 6세대 카마로의 모습은 한마디로 엄청난 역동성을 선사했다.

이후 2018년, 6세대 카마로는 시장의 반응을 받아들여 소소한 디자인 개선을 거쳤고, 지금과 같은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6세대 카마로는 미국 특유의 머슬카 감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모델이다. 높은 보닛과 길게 이어지는 차체, 그리고 극단적으로 짧아진 전륜 오버행은 누가 봐도 ‘클래식 카마로’를 떠올리게 된다.

특히 쉐보레의 아이덴티티와 헤리티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V8 6.2L 스몰블록 LT1 엔진’은 머슬카 다운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최고출력은 453마력, 최대토크는 62.9kgf·m에 달하며, 0-100km/h 가속시간은 고작 4초에 불과하다. 이런 성능을 단돈 5천만 원으로 누릴 수 있는 모델은 사실상 카마로가 유일하다.

카마로만의 또 다른 장점은 ‘코너링 성능’에 있다. ‘머슬카는 직진에서만 강하다’라는 선입견과 달리, 카마로는 이전부터 예술적인 코너링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특히 6세대 카마로에는 현존하는 서스펜션 시스템 가운데 최고로 불리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가 탑재되어 있다. 운전자가 아닌 차량의 판단에 따라 서스펜션의 감쇄력이 조율되기 때문에 운전자는 그저 카마로를 믿고 달리기만 하면 된다.

최강의 카마로 준비중
이후엔?

산전수전을 겪으며 6세대까지 이르렀지만, 결국 카마로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특히 쉐보레의 모회사인 GM이 내놓은 ‘전동화 정책’ 때문에 6세대 카마로는 2024년을 끝으로 단종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에 쉐보레는 머슬카 시대의 대미를 장식할 최강의 카마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3일 해외 자동차 매체 <모터트렌드>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쉐보레는 2022년 ‘캐딜락 CT5-V 블랙윙’에 탑재되는 ‘V8 6.2ℓ 슈퍼차저 엔진’을 카마로에 이식할 계획이다.

게다가 쉐보레는 최고출력 668마력, 최대토크 91.1㎏f·m에 달하는 V8 6.2ℓ 슈퍼차저 엔진의 성능을 무려 700마력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내연기관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모델은 없을 것이다.

아메리칸 머슬카의 마지막 불꽃, 카마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설마 허머처럼 전기차로 부활하는 것은 아닐까? 쉐보레의 귀추가 주목이 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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