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다 만듭니다

요즘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가 트렌드가 됐다. 상위 제조사들은 벌써부터 전기차 생산라인을 깔고 체질개선에 나섰다. 특히 전기차 구조가 간단해서 그런지 스타트업들도 폭발적으로 늘어서 자동차 업계는 오랜만에 춘추전국시대가 됐다.

이런 와중에 IT기업들도 전기차를 만들어볼까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데, 애플은 개발부서가 매번 뒤집히고 협력업체를 못 구해서 안 좋은 상황이고 구글은 완성차보다도 자율주행 시스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유독 LG전자는 전기차 자체 개발이 가능한 몇 안 되는 회사로 보는 분들이 많다. 왜 그런 걸까? LG전자에서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사실 이런 주장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거의 다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모터 잘 만드는
LG전자

다들 “LG전자” 하면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같은 백색가전을 떠올릴 텐데, 사실 LG전자는 오래전부터 전기모터로 유명한 곳이다. 경영진 마인드부터 좀 남다르다.
완제품의 경쟁력은 모터에서 나온다
라는 말이 유명하다.

LG전자는 60년 전에 처음으로 선풍기용 모터를 만들었고 98년도에는 ‘DD 모터’라는 걸 선보였는데 이 모터가 유럽에서 업계 최초로 ’22년 수명 인증’을 받아서 주목받았다. 덕분에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건조기, 공기청정기, 무선 청소기까지 모터 들어가는 제품은 LG가 최고라는 인식이 있다. 고장 없고 성능까지 좋으니 입소문 나기엔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90년대까지 일본이 가지고 있던 ‘가전제품 최고’ 타이틀을 LG전자가 가져갔다. 요즘은 미국의 대표적인 가전 브랜드 월풀까지 밀어버리면서 가전제품은 LG전자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런 노하우 위에 여러 부서를 하나로 모아 자동차 전장부품 담당인 VC 사업부(오늘날 VS 사업부)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에 도전했다.

LG전자는 전장부품사업 초창기부터 미국 GM과 함께 해왔다. 2010년쯤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 전기차에 LG전자의 모터가 들어갔고 2015년에는 쉐보레 볼트에도 들어가기 시작했을 정도다.

특히 볼트엔 모터와 배터리를 포함해 11개의 핵심 부품이 들어갔는데, 제조원가로 따졌을 때 70% 이상을 차지해서 쉐보레 볼트는 사실상 LG 제품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그만큼 전기차 제조를 위한 기반기술은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 정상급 전기차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그럼 LG전자가 모터만 잘 만들어서 전기차 개발 루머가 떠도는 걸까? 당연히 아니다. LG전자는 배터리로도 정말 유명하다. LG화학에서 자회사로 분리된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배터리를 만들고 있는데 직원 수만 해도 2만 2천 명이나 된다.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게 92년도인데, 고 구본무 회장이 영국 원자력 연구 단지를 방문해서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보고 충격을 받은 이후 배터리 샘플을 들고 와서 연구가 시작됐다.

10년 넘게 연구를 해도 성과가 안 나서 포기하자는 말들이 많았으나. 그래도 밀어붙인 덕분에 노트북과 스마트폰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고 나중엔 차량용 배터리까지 만들게 되면서 전 세계 제조사들이 앞다퉈 계약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2007년 말에 현기차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납품했고, 지금은 GM, 포드, 르노, 현대차, 기아차, 벤츠, 폭스바겐, 테슬라 등 안 들어가는 곳이 없을 정도다.

물론 배터리 화재와 SK과 소송 때문에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마어마한 거래량을 자랑한다. 심지어 전기차 배터리의 끝판왕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역시 성과가 있어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자동차 설계와 전장부품 전문
마그나와 합작사 설립

전기모터와 배터리만 봐도 완성도가 높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전기차 개발은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LG전자의 전기차 개발 가능성이 점쳐지는 건 ‘마그나’라는 회사 덕분이다.

마그나는 50년대부터 운영된 오래된 캐나다 회사인데, 자동차 섀시, 바디, 공기역학설계, 엔진, 변속기,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전부다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심지어 완성차 조립공장도 있어서 의뢰만 하면 대량 생산까지도 가능하다. 벤츠, BMW, 폭스바겐, 지프, 푸조, 애스턴마틴, 미니까지 유명 브랜드들이 주요 고객이고 스포티지와 싼타페에도 마그나 부품이 들어갔다.

요즘은 자율주행에 필요한 부품과 전기차 기술력도 있어서 핵심 기술을 상당수 보유한 알짜배기 회사다. 그런데, 이렇게 능력있는 회사가 LG전자와 손을 잡으면서 차를 만드는 곳과 전기차 부품에 특화된 기업이 만났다고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LG전자가 전기차 개발이 가능한 곳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그나는 왜 LG랑 손을 잡으려 하는 걸까? 이는 전기차의 특징 때문이다.

전기차는 자동차라는 범주보다 가전제품에 가까워지고 있다. 내연기관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오직 전기로만 굴러가는 데다가 웬만한 조작 시스템을 컴퓨터가 대신하면서 사람이 할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가까운 시점에 자율주행 차 안에서 넷플릭스를 보고, 인스타 앱을 켜서 노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이미 일부 차들은 탑승객을 상대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탑승공간이라는 표현보다 ‘주거공간’이 더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그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가전제품이란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는 회사가 필요했고 LG전자가 조건에 맞았던 것이다. 전장부품을 만드는 실력도 수준급이고 생산 공장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전기차 배터리와 모터, 통신 및 전자기술 분야에서도 서로 합을 맞추기 딱 좋은 조건이다.

그래서 2021년에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이라는 자회사를 세웠다. 이미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를 상대로 7천억 가까운 전기차 모터를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상최대’ 전기차모터 공급이라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다.

엄청난 기술력을 보유한
LG 계열사들

그밖에 마그나가 LG와 손잡은 이유로 디스플레이, 통신, 센서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는 점이 있다.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에서 만들고 차량 통신 모듈이나 센서는 LG 이노텍, 통신은 LG 유플러스에서 담당하고 있다.

LG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도 납품을 해달라고 협상할 만큼 절대강자다. 특히 올레드 디스플레이가 차량용으로 확대되면서 고급차에 꼭 들어가야 하는 필수 품목이 됐다. 또한 자유롭게 휘고 구부릴 수 있는 특징이 있는데, 이게 차량 인테레어를 확 바꾸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벤츠의 전기차 최상위 모델인 EQS에 56인치 화면이 들어갔고, 벤츠 S클래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도 LG제품이 들어 갔다. 덕분에 작년 6월을 기준으로 차량용 올레드 디스플레이 세계 점유율이 91%나 됐다. 앞으로 차 안에 디스플레이 장착이 더 확대될 텐데 시장 전망이 밝다고 볼 수 있겠다.

올레드 디스플레이 분야는 중국이 따라 하려고 해도 어려운 게 개발에서 생산까지 3년이 걸리는 기술이다. 요즘 시대에 3년이면 한참 뒤쳐져 있는 수준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밖에 LG 이노텍을 빼놓을 수 없다. 70년대부터 미사일 시스템이나 레이더를 만들고, 카메라, 모터 개발까지 하이테크 기술로 유명한 곳이다. 요즘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카메라가 이노텍 제품이고, 자율주행 부품과 통신 부품도 만들고 있다.

참고로 결함으로 유명한 재규어 랜드로버는 최신 모델부터 LG 이노텍과 LG마그나 합작사 제품으로 갈아 엎었고 오작동이 확 줄었다는 소문이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LG 유플러스는 설명이 없어도 다들 알 것이다. 5G 통신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완전 자율주행에 필요한 통신기술을 개발하기 좋은 환경이다.

LG전자는 전기차를
만들 수 있을까?

오늘 내용을 정리해보면 LG전자는 모터, 배터리, 디스플레이, 전장부품, 통신기술까지 전기차에 필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마그나는 자동차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두 회사가 마음만 먹는다면 전기차 개발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 두회사가 자체 개발을 하겠다는 소식이 없다. 왜 그런걸까? 한때 애플카 개발에 도움을 준다는 소식은 있었지만 확정된 건 없고 주식만 롤러코스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전 세계가 고객이기 때문이다. 자체개발을 하면 원래 있던 고객들이 경쟁상대가 돼 버린다. 그러니 완성차는 없지만 바탕이 되는 기술로 영업을 하는게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IHS 마킷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약 천만대 규모에서 2026년 5천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그 때쯤 완성차 기업들도 신차 대부분을 전기차로 바꾸기 때문에 신빙성이 있다.

특히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들도 계속 생겨날것이다. 신생업체들은 좋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생산 인프라가 없어 개발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LG마그나 합작사 같은 곳이 꿈을 대신 실현시켜주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도 있을것이다.

이런 점들을 모두 따지면 ‘가전은 LG’라는 표현이 앞으로는 ‘전기차는 LG’로 바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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