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자동차 디자인은 혁신을 더하며 진화해 왔다. 마차 같은 클래식한 분위기부터 시작해 유선형 디자인을 거쳐, 요즘은 쿠페형 디자인이 대세다. 보통 세단에만 이런 디자인이 적용되는데, 인기가 많은 탓에 SUV, MPV 등 거의 모든 차종에 반영되곤 한다.

그런데 요즘 미국, 독일, 한국 등 주요 제조사를 중심으로 전기차에 매우 심플한 디자인을 반영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ID 전기차 시리즈뿐만 아니라 테슬라, 그리고 현대차까지 이미 출시되었거나 앞으로 출시될 전기차 모델들은 하나같이 심플함을 추구한다.

한편 위의 브랜드 만큼이나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바로 카누(Canoo)다.

독특한 컨셉을 가진
전기차 브랜드 카누

카누는 전기차 플랫폼 기반으로 다양한 차량을 개발 중인 미국 제조사다. 설립 된 지 19개월 만에 스타트업에서 벗어나 300명 규모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제조사의 핵심은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다. 스케이트보드처럼 평평한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해 승용 모델·상용모델 둘 다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

이미 승용 모델은 개발이 완료돼 ‘Life Style Vehicle’이라는 콘셉트 아래 ‘Canoo’라는 모델명을 갖고 있다. 즉, 카누는 플랫폼 이름이자 모델명으로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형식상 SUV 타입이지만 외관상 SUV보다는 MPV에 가까운 형태다. 이 모델의 강점은 ‘자유’다. 컬러는 검은색 하나다. 대신 외관에 자유롭게 디자인을 선택해 나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다. 마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모습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게임’사이버펑크 2077’에 나올법한 디자인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만큼 기존의 자동차 틀에서 벗어난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돋보인다는 의미다.

인테리어는 외관보다 더 혁신적이다.

1열은 일반적인 탑승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열은 ‘라운지 시트(Lounge Seat)’가 장착돼, 집 같은 공간을 제공한다.

라운지 시트에는 여러 소소한 기능이 숨어있다. 좌석 하단에는 작은 물건들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도어트림에는 여러 물건을 꽂아놓을 수 있는 페그보드(Pegboard)가 있어, 나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특히 계기판은 ‘커넥티드 인포메이션 패널(Connected Information Panel)’이라는 이름으로, 차량 전면 프레임에 바 형태로 멀찌감치 장착되어 있다. 스피커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주행 가능 거리, 속도, 미디어 등 여러 정보를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전용 앱을 깔고 대시보드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미니 클러스터로 변경된다. 이는 카누의 철학으로, 차량 자체에는 디스플레이를 일부러 장착하지 않는다. 대신 ‘최고의 디스플레이는 여러분의 주머니 속에 있습니다.’라는 말로 대신한다. 즉, 스마트폰이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담당하게끔 하겠다는 의미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탑재 시 이에 알맞은 하드웨어와 소프트 웨어를 개발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 절감 측면에서 아주 현명한 접근이다. 또, 스마트폰 자체의 성능이 차량용 디바이스보다 월등히 우수하기 때문에, 전용 앱 개발에 집중해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만약 스마트폰 오류로 앱이 종료되거나 멈춰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체 적용된 커넥티드 인포메이션 패널로 속도 등 기본 정보를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테슬라처럼 디스플레이가 벽돌이 되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승용 모델의 특징은 더 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압도적인 시인성이다. 사실상 A 필러 시야 사각지대가 없고, 전면부 아래까지 시원하게 볼 수 있는 특별한 앞 유리가 돋보인다. 측면 도어는 비슷한 크기의 차량들보다 더 넓으며 루프라인 프레임 부분에 ‘사파리 윈도우’가 추가로 장착되어 있다.

덕분에 시원하다 못해 청량감마저 드는 채광과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개방감은 패밀리카, 즉 아빠차로 충분히 운용할 만한 강점이다. 이동 중 답답함이 덜하기에 아이들과 함께 좀 더 즐거운 드라이빙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생긴 것과 달리 스펙도 좋다.

길이는 4,421mm로 투싼급 덩치며, 실내 공간과 관련 있는 휠베이스는 2,850mm로 팰리세이드와 비슷하다. 이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는 차량들의 특징으로, 공간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으며 인테리어 역시 아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성능을 살펴보면, 기본 후륜구동이며 옵션 선택 시 AWD 구동이 가능하다. 또, 고출력 모터를 사용해, 최고출력 300 PS – 최대토크 46.0 kgf·m를 발휘한다. 덕분에 0-100km/h 도달 시간은 6.3초다(2WD 기준).

듀얼 모터 적용 시 제원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싱글 모터 자체 성능이 우수해, 테슬라 모델 3 퍼포먼스급 파워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 제원은 기본 80kWh 용량이 장착되어 400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 급속 충전 시 80% 충전에 28분이 소요된다. 또, 충전구 옆에 전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 플러그가 마련되어 있다. ‘라이프 스타일 차량’이라는 목적에 알맞게 캠핑 등 여러 활동을 지원한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되겠다.

한편 하이테크적인 면모가 부각되는 차량답게 자율 주행 수준도 우수하다. 광학 카메라 7대, 레이더 5대, 초음파 센서 12대(앞+뒤)가 적용되어 기본적으로 HDA 급 자율 주행 2단계 이상을 제공한다.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밖에 카누 제조사에 따르면, 추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종적으로 완전 자율 주행을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식 출시는 2022년 말로 예정되어 있으며, 선택가능한 라인업을 살펴보면 딜리버리(상용), 베이스(기본트림), 프리미엄(상위트림), 어드벤처(캠핑)이 만련되어 있다. 가격의 경우 4500만원부터 책정되어 있다. 국내 출시가 이루어질 경우 전기차 보조금 100% 상한선 내에 들어있기 때문에 사실상 3천만원 중반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

의외로 현대차와 비슷한
카누의 전기차 기술?

카누를 보고 있으면 현대차와 비슷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차와 카누가 올해 초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전기차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카누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과 현대차의 E-GMP 플랫폼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다른 기술이 들어가지만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 배터리로 인해 비교적 무거워진 차체를 감당하기 위해 후륜 구동을 기본 채택하고 옵션 선택에 따라 AWD를 고를 수 있게 했다.

다만 현대차는 카누와 손 잡기 전부터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카누와 완전히 같은 형태는 아니다. 대신 PBV(목적기반 모빌리티)와 신형 전기차 등 향후 출시될 친환경차에 대해 점차 공유하는 것들이 많아질 전망이다.

한편 인테리어 콘셉트에서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현대차의 인테리어 방향성인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는 전기차의 평평한 실내를 최대한 활용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인테리어 구성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카누의 승용 모델도 비슷한 느낌으로, 운전이 필요한 1열을 제외하고 2열은 아예 라운지 형태의 시트를 적용했다. 결국 ‘탑승’이라는 개념에서 ‘주거공간’형태로 확장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의 전기차 방향성이 카누를 참고한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표면상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카누나 현대차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GM, 포드, 테슬라 등 전기차 전용 모델을 생산 중이거나 준비 중인 제조사들의 플랫폼을 보면 거의 비슷하다.

마치 형태를 최적화하다 보니 하나의 형태로 수렴하듯, 전기차 역시 의도치 않게 서로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카누는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이다. 이런 기업들은 보통 콘셉트만 가지고 있어, 믿고 거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수소차 및 전기차 기업 니콜라가 그렇다. 청사진만 있을 뿐 실제 구현한 사례가 없다 보니 있던 투자자들도 빠져나가고 있다.

한편 카누는 정반대다. 2017년 12월 설립된 이후 19개월만에 시험 주행에 성공할 만큼 기술적으로 상당한 실력을 갖춘 기업이다. 또, 이 과정 중 300여명에 달하는 직원수로 급성장했다.

즉, 이미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자체가 매우 현실적이다. 게다가 인수 혹은 협력에 적극적이지만 조건은 까다로운 현대차도 카누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카누의 승용 모델이 국내에 들어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테슬라가 그러했듯, 한미 FTA를 발판 삼아 국내 시장으로 진입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만약 이 차가 실제 도입이 된다면 독자 여러분은 구매할 생각이 있는가?

다소 특이한 모습이지만 평소 아빠들이 원하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만큼, 매력적인 모델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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