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족 및 4족 보행 로봇의 선두격인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해, 구글과 소프트 뱅크를 거쳐 현대자동차에 인수되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기술은 좋으나 ‘상업성’에서 낙제점을 받아 ‘가능성’하나로 꿋꿋이 이어져온 기업이다. 쉽게 말해 상용화되기 전 까진 ‘돈 먹는 하마’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무려 1조에 인수한 이유는 현대차가 밀고 있는 자율주행, 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 분야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자금력과 생산시설을 갖춘 현대차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만나면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미국 정부가 보유한 핵심 특허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등 일부 제약이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번 칼럼에서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 배경 외 다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수소연료전지’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강점은 ‘제어공학’분야다. 로봇을 섬세하게 다루어, 균형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구현하는 모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마 이를 따라 할 제조사가 있을까 싶을 만큼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췄다.

현대차는 이미 제조 공장에 투입된 생산 로봇과 웨어러블 로봇(외골격 슈트 등), 자율주행, 도심 항공 모빌리티에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핵심 기술을 반영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만약 두 기업 간 기술 융합이 성공으로 마무리된다면 타 제조사와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현대차에 인수되었다고 해서 마냥 기술을 퍼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지원으로 기회를 만들다

우선,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미래로 나아갈 ‘자금’을 댈 수 있다.

가끔 간과하는 사실이지만, 현대차는 100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이다. 이러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기업들과 협업 중이거나 인수전에 뛰어들어 기반 기술을 다지고 있다.

간혹 현대차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외국 기술을 사 오는 게 무슨 현대차 것이냐, 실력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21세기 산업 시장은 기술의 고도화 및 집약적 형태로 인해 세분화되어 있다. 때문에 한 기업에서 모든 것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기업 간 협업 관계와 인수합병이 필수 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꿔 여러 단계를 도약할 성장 동력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현대차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기업들이 행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구글과 소프트뱅크와 달리 현대차는 이전에 인수한 기업들보다 자금을 댈 이유가 분명하다. 막연히 로봇을 개발하거나 투자에 따른 가치 재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운용 중이거나 개발 중인 첨단 기술을 진화시키는데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기술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인수를 결정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게 된 것이다.

더 심플하고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하드웨어 분야는 현대차가 충분한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약하기 때문에 이를 메꿀 기업으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선택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에너지 혁명
수소연료전지

현대차는 자금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 ‘수소연료전지’를 제공할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에서 개발한 로봇들은 배터리로 움직인다. 문제는 가동 시간이 짧아 상용화가 어렵다는 점인데, 동력원을 연료전지로 대체할 경우 2배 넘는 가동시간을 보장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소연료전지의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적용되는 고성능, 고밀도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250Wh/kg이다. 반면 수소연료전지는 1,330Wh/kg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보면 5.32배에 달하는 밀도 차이를 보인다. 이것이 가동 시간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얼핏 봐도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하면 에너지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짐작해볼 수 있다.

즉, 보스턴 다이나믹스에서 개발한 로봇의 약점인 가동시간을 비약적으로 늘림으로써 상품성을 개선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실제 상용화가 이루어진 다목적 로봇 ‘스팟(Spot)’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로봇의 가동시간은 2시간 내외로, 생각보다 짧다. 이러한 이유로 건설 현장 혹은 위험 지대 스캔이나 가벼운 물체 운반 등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만약 현대차의 연료전지가 반영되면 가동시간이 늘어, 연구용이 아닌 산업 현장에서 주로 만나볼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의 연료전지 개발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1997년을 기점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와 우리나라를 오가며 연구를 시작했고 20여 년 후 상용화에 성공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넥쏘가 대표 모델이다.

이때문에 차량용 밖에 못 만드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현대차는 이미 건물 및 소형 발전기와 같이 전력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연료전지를 개발한 상태다. 물론, ‘스팟’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 시킨 상태는 아니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연료전지의 장점은 높은 에너지 밀도도 있지만 충전시간이 매우 짧다. 주입 시간은 약 5분에 불과하다. 유선 전력 공급 대신 자체 전력 생산이 가능하며 오래 지속되고, 연료가 부족하면 곧바로 주입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로봇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 상황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고압 저장 탱크다.

차량용 수소연료탱크는 690기압 이상을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다. 기체 상태로 최대한 많은 양을 눌러 담아야 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저장 탱크는 두껍고 무겁다. 넥쏘를 기준으로 37kg에 불과하지만 이 상태로 로봇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량화와 소형화가 필수다.

이에 대한 방안은 두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수소저장합금’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액화수소를 활용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현대차와 손잡은 메탈 하이브리드(수소저장합금)를 개발한 스위스의 ‘GRZ’를 주목할 만하다. 수소저장합금이란, 특수한 조건에서 수소를 흡수하는 금속 수소화물을 의미한다. 대체로 합금과 만나는 수소 기체의 압력 또는 온도를 변화시키면 저장 가능하다.

GRZ의 기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반 일반 수소 저장탱크의 저장 압력보다 매우 낮은 압력으로 저장할 수 있으며, 5~10배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 일반 수소 저장탱크 기압
200~500 bar (약 197.4 기압~493.4 기압)
※ 메탈 하이브리드
10 bar (약 9.9기압)

한편 액화 수소 방식은 메탈 하이브리드방식보다 더 효과적이다. 기체 수소는 액화 수소 대비 800배 넓은 부피를 차지한다. 달리 말하면 액화 수소는 800배만큼 더 담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수소 연료 1Kg을 담기 위해 수소 기체가 커다란 캐리어 가방이 필요하다면, 액화 수소는 클러치백 정도만 있으면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액화 수소 방식을 상용화하기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만들기 어렵다. 만들려면 수소 기체를 영하 253도로 얼리다시피 해야 하는 데, 이때 생산장비로 소모되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이러한 이유로 액화 수소는 액화 로켓 등 특수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내용이 길어졌다. 앞서 살펴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그 대가로 로보틱스 분야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에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자사 로봇의 가동시간을 늘려,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다만,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해결해야 한다.

이번 내용이 필요 이상으로 넘겨짚은 칼럼이 될 수도 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두 회사가 창출할 시너지 효과에 거는 기대가 크기에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다.

이미 두 기업의 기술력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현대차가 선언한 2025년 전략 목표 달성 시기에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이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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