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2020)에서 현대차는 ‘자동차’에 대한 미래를 제시한 적이 있다. 이미 여러 기사를 통해 접한 독자들은 알겠지만, ‘하늘을 나는 탈 것’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제5원소에 등장한 공중에 떠다니는 일상의 자동차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도심으로 쉽게 이동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현대차가 제시한 이 탈것의 이름은 UAM이다. Urban Air Mobility의 약자로, 말 그대로 도심을 가로지르는 항공 수단이다. 현대차가 별도로 만든 용어는 아니며, 도심지에서 활용 가능한 항공 수단 전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자동차를 만들던 제조사가 보잉이나 에어버스 같은 항공기 전문 기업처럼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의문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그만한 기반 기술이 있는지, 구체적인 대안은 마련되어 있는지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는 올해 항공 모빌리티와 관련된 청사진을 제시한 뒤 실제 개발에 뛰어들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UAM은 계획의 일부

UAM은 기본적으로 수직 이착륙기(VTOL)로, 형태만 보면 미군이 운용하는 V-22 오스프리와 비슷한 모습이다. 활주로를 만들 수 없는 도심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외에 대안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편 현대차의 UAM은 도심 이동 체계를 완전이 바꿀 세 가지 핵심 요소중 하나다. 항공기 개발과 더불어 어떻게 탑승하고 이동하는지, 도심에 도착한 후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할 것인지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린것이다.

현대차의 청사진을 간단히 살펴보면, 도심으로 UAM을 타고 날아온 뒤 HUB라 불리는 환승 센터에 내려 목적기반 모빌리티 PUB(Purpose Built Vehicle)를 타고 최종 목적지로 이동하는 개념이다. 즉, 도심지로 진입할 때 교통체증에 시달릴 필요가 없고 그만큼 시내로 유입되는 차량 수가 감소해, 시내 또한 비교적 쾌적한 도로 환경을 기대할 수 있다.

즉, 땅 위에 지어진 도로는 한정되어 있지만, ‘하늘길’은 언제나 쾌적하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목적지까지 막힘없이 이동할 수 있는 ‘이동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가 뛰어든
역대급 노다지 사업

현대차는 UAM을 ‘노다지(금광)’ 보듯이 하고 있다. 현대차 차량 생산량 절반을 줄이고 항공 이동 수단을 비롯한 이동 모빌리티 솔루션 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각오까지 한 상태다. 실제로 현대차는 앞으로 자동차 50%, UAM 30%, 로봇 20%로 지금과 완전히 다른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0%에 가까웠던 자동차 생산 시스템에 엄청난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막연하게 “잘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 또 한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국내외 저명한 기관들의 연구 보고서를 보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UAM의 서울 시내 평균 이동 시간에 대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차량 이용 대비 약 70% 짧을 것으로 예측했다. 예를 들어 강남 출퇴근 시간이 대략 60분 정도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UAM 이용 시 18분이면 도착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를 통해 절감 가능한 연간 혼잡 비용은 서울 429억 원, 전국 대도시 전체 2,735억 원으로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항공사 보잉 또한 UAM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는데, 출퇴근 시간이 90분 이상인 극심한 교통정체를 약 25%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밖에 여러 기업들과 연구기관들도 비슷한 결과를 내놓으며 미래 이동 수단으로 ‘항공’을 지목하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 ‘전동화’ 등 자동화와 친환경이 함께 언급되고 있어, 미래 사회는 영화에서 볼 법한 모습이 실제로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즉, UAM을 구성하는 주변 산업들까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UAM에 대한 시장 규모 예측은 매우 후한 편이다. 보통 유망 업종이라 할지라도 수 백억 달러(수 십조 원) 규모에서 그치는 반면, UAM은 수 천억 달러~수 조 달러(수 백조 원~수 천조 원)으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UAM을 비롯한 자율비행 모빌리티 시장 규모가 1조 5천억 달러(약 1,750조 원)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여행 8,510억 달러(약 992조 원)
화물 운송 4,130억 달러(약 481조 원)
배터리 및 자율주행 제어 시스템 1,980억 달러(약 230조 원)
군사 및 국방 120억 달러(약 14조 원)
와 같이 거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는 예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이처럼 미래를 책임질 거대한 시장이 고개를 내밀 무렵, 현대차는 UAM 개발을 위한 R&D팀을 꾸리는 중이다. 최근 현대차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2020년 4월 29일부터 2020년 5월 13일까지 ‘UAM 사업부 경력 상시 채용’을 진행한 적이 있다.

사실 현대차는 이번 채용이 있기 전 이미 UAM 사업부의 핵심이 될 인물을 영입해 대들보를 세워 놓았다. 구체적으로 2019년 9월 미 항공 우주국(NASA) 출신의 신재원 박사가 부사장으로, 올해 1월에는 항공 컨설팅 회사 ‘어센션 글로벌(Ascension Global)’ 대표인 파멜라 콘(Pamela Cohn) 상무를 글로벌 전략ㆍ운영 담당으로 임명했다.

특히 신재원 박사는 연세대 기계공학과 졸업, 캘리포니아 주립대 기계공학 석사,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로, 1989년 NASA 입사 후 오랜기간 여러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리고 2008년 부터 NASA의 ARMD(항공연구부문)에서 근무 하였으며, 항공학 연구, 항공 통합 시스템, 차세대 항공 운송 시스템 등 항공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를 이끌어 왔다.

게다가 입사 후 19년 만에 동양인 최초로 초고속 승진을 통해 NASA 최고위직(항공연구부문 총책임)에 오른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즉, 항공 분야의 정점을 찍은 엘리트를 영입할 만큼 현대차가 UAM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UAM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미국 항공 우주과학기술의 심장부인 NASA 또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다. 2018년 NASA가 별도로 발행한 보고서 (URBAN AIR MOBILITY (UAM) MARKET STUDY)에 따르면,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2~5인승으로 제작된 UAM이 화물 운송, 에어 택시, 에어 메트로 역할을 할 것이라 언급하고 있다.

특히 화물 운송은 2030년부터 80억 달러(약 10조 원) 수익을 내며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에어 메트로는 2028년 9억 달러(약 1조 1천억 원) 첫 플러스 이윤을 남긴 후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디테일한 보고서가 NASA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 시장조사 업체 등 세계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중이며, 이를 통해 ‘이동 수단의 혁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UAM이 흔하게 날아다니는 미래는 먼 미래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오랜 기다림’을 경험한 적이 있다. 바로 수소전기차다. 1998년을 기점으로 2020년까지 거의 22년 연구개발 끝에 상용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시장의 선두는 우리나라 기업이다. 멀게 느껴졌던 기술들이 어느새 일상속에 녹아든 것이다.

과학 기술은 사라지지 않고 축적된다. 덕분에 기술 개발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과연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현대차가 선점할 수 있을까? 반도체, TV, 백색가전, K-POP, 코로나 방역 시스템처럼 우리나라를 다시 보게 될 만한 성과가 자동차 산업에서 나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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