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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야외주차장에 주차한 차에 다시 올라탈 때면 뜨겁게 데워진 자동차가 마치 찜질방에 있는 불가마처럼 느껴진다. 무더위에 온갖 짜증이 밀려오는 절정의 순간에 에어컨을 최저 온도로 내리면, 천국이 따로 없다.

이럴 땐 더 시원했으면 하는 생각이 생각을 지배한다. 그래서 온도를 20도 밑으로 한없이 내리다 보면 최저치인 16~18도에서 멈추게 된다. 최저 온도도 매우 시원하지만, 하필 이 온도까지 밖에 못 내리는지 궁금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차량용 에어컨은
이렇게 작동됩니다.

최저 온도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자동차 에어컨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모든 에어컨에는 냉매가 필수적으로 주입되는데, 냉매는 압축기와 응축기, 팽창 밸브, 마지막으로 증발기를 거치며 냉각이 이루어진다. 부품마다 맡은 역할이 중요하지만, 최저 온도를 더 낮추지 못하는 주요 원인은 압축기와 응축기 때문이다.

냉매는 압축기에서 고온, 고압의 상태로 변환된다. 이후, 응축기를 통해 뜨거운 열을 외부로 발산하며 온도가 낮아지고 기체 형태였던 냉매는 액체 형태로 전환된다. 이 두 과정의 에어컨 구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구동 원리다. 만약 두 부품의 크기를 거대하게 제작하여 대량의 냉매를 순식간에 압축 후 냉각시키는 과정을 거치기만 한다면 보다 쉽게 최저 온도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두 부품도 어디까지나 에너지원이 없이는 가동이 불가능하다. 가정용 에어컨은 전기 에너지를 동력으로 구동되고 차량용 에어컨은 엔진의 동력을 이용해 작동한다. 쉽게 말해 부지런하게 일하려면 밥을 푸짐하게 먹어야 하듯, 에어컨도 작동되는 에너지양에 따라 이에 알맞은 성능을 낸다.

이론적으로 에어컨은 섭씨 0도 밑으로도 냉각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에 굳이 두 부품의 성능을 억지로 강화하지 않는다. 성능 개선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온도를 더욱 낮추기 위해서가 아닌 보다 적은 동력으로 지금과 같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진다.

차 에어컨의 한계?

앞서 언급했듯 자동차는 에어컨을 가동하기 위해 엔진의 동력을 이용한다. 이로 인해서 출력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흔히 이용하는 준중형 내지 중형 차량의 경우 에어컨을 가동하면 10마력 내외의 출력을 잃는다.

버스의 경우는 손실 규모가 더욱 크다.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30마력에서 50마력에 이르는 출력을 잃게 된다. 10% 수준의 출력 손실은 일상 주행에서 주행성능과 큰 관계가 없을 수 있으나 연비와 같은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단열에 취약한 자동차의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자동차는 일반 가정집처럼 단열재나 보온 자재를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외부의 온도에 따라 시시각각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보다 좋은 냉각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가정용 에어컨보다 큰 냉방용 장치를 장착한다. 차량의 전면 범퍼를 제거했을 때 보이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결국, 지금보다 뛰어난 냉각 성능을 갖기 위해서는 압축기와 응축기의 크기를 키워야 하는데 이럴 경우 차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모든 차량이 차체를 키운다면 이에 맞춰 도로 폭을 시작으로 모든 제도적 인프라를 손봐야 한다.

제조사를 비롯한 모든 관계 부처는 현재 제공되는 최저 온도만으로도 충분히 차량 냉각이 가능하기에 이러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

일부러 걸어놓은
에어컨 온도제한

인체에 해롭지 않은 수준의 냉방을 위한 부분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공조냉동공학회(ASHRAE)’는 모든 공조 장치와 관련해 해당 협회에서 제공하는 규격을 지키게끔 조치하고 있는데 협회에서 제공하는 표준안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human comfort’ 직역하자면 인간의 안락함이다.

해당 부분의 내용을 확인해보면 16도 미만의 온도에서는 인간의 건강이 위험할 수 있다고 표기되어 있다. 이는 신진대사의 변화에서 기인하는데 일부 사람들은 추위와 함께 두통을 호소할 수 있다.

유해가스 등을 배제하더라도 단지, 낮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위험하다. 특히, 영유아 또는 얇은 의류를 걸친 이들에게는 매우 심각한 신체적 질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하의 온도로 설정할 수 없게끔 기계적으로 제한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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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ASHRAE가 발표한 인간에게 최적의 쾌적함을 제공하는 온도를 확인해보면 겨울철의 경우 섭씨 21도~25도까지고 여름철의 경우 23도~27도까지였다. 이 두 구간을 두고 그들은 ‘컴포트 존’이라 부르며 모든 냉난방 장치는 해당 온도에서 구동될 때 최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제작되고 있다.

또한, 환경 보호를 위한 일환이기도 하다. 보다 강한 성능의 에어컨을 위해서는 대량의 냉매가 필요할 수 있는데 에어컨에 사용되는 냉매는 대부분 프레온 가스를 개선한 HCFC라 불리는 가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HCFC도 완벽하게 오존 파괴를 방지하지는 못한다. 프레온 가스보다 그 피해가 적을뿐 여전히 오존 파괴의 주범으로 주목받는 가스다. 현재 수준 이상의 냉매가 이용될 경우 환경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

앞서 언급된 구조적인 문제를 떠나 인간의 건강을 위해 16도 미만의 온도를 설정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비단 가정용 에어컨뿐만 아니라 자동차용 에어컨도 해당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최저 온도를 설정해둔 이유다. 다만, 제조사별로 16도 또는 18도로 설정한 최저 온도의 지정 기준은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

모두 안전상 조치임을 이유로 드는데 대게 국산차의 경우 18도의 온도를 최저로 설정해둔 경우가 많고 수입차의 경우 15~16도까지 낮은 경우가 있다.

합리적인 추측을 해보자면 이는 자동차의 제작 단가로 인한 결정으로 풀이할 수 있다. 냉각 장치에 따라 경미한 수준의 성능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고작 2~3도 수준의 차이일 뿐이다. 성능상 차이가 크지 않다면 굳이 비싼 제품을 욱여넣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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