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도둑은
전기차로 전기를 훔친다

ⓒ카글 – 무단사용 절대금지

이쯤 되면 모르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전기차 보급대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문제들이 하나 둘 터져나오고 있다. 그 중 ‘도전’이라는 문제가 대표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아파트, 대형 주차장 등 곳곳에서 이로 인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뽐뿌 캡처

최근엔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에 [혹시 이거 도둑충전하고 있는건가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테슬라가 충전중인 모습을 목격했다. 문제는 미허가 구역에서 무단으로 충전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글쓴이가 업로드한 사진을 보면 충전 케이블은 지하 주차장 내 기둥에 설치된 일반 콘센트에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감지한 후 커뮤니티에 “제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인데 항상 지하에서 늦은 시간에 저렇게 충전하고 있는데 혹시 저게 도둑 충전인지 알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올린 것이다.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맞는거 같은데 경찰서에 신고하세요”며 해당 상황에 대해 부정적의견을 보였다. 별도 전기차 충전구역이 아닐 경우, 전기차의 충전은 초록색 표시가 있는 정해진 구역에서만 가능하다. 다만 이번 사례는 아무런 표시가 없어, 문제가 된 것이다.

‘도전’이란 쉽게말해 전기 도둑질을 의미한다. 전기차는 반드시 허가받은 구역 혹은 장비에 충전기를 물려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일반 콘센트에 충전기를 부착할 경우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전기차 충전기는 ID 카드를 대거나 회원번호를 입력한 후 허가가 나면 비로소 충전을 할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 구매시 딸려오거나 별도로 구매한 비상용 전기차 충전기는 이런 절차 없이, 220V 콘센트에 꽂으면 바로 충전된다. 비록 충전속도가 완속 충전기보다도 느리지만, 장기간 주차를 고려한다면 원하는 충전량까지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충전을 진행하면 한전 등 별도 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전기요금 자체가 전기차 전용요금 대신 다른 형식으로 부과될 수 밖에 없다.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은 차 마다 다르지만 아이오닉 5를 기준으로 4인가구가 5~7일간 사용할 만큼의 에너지를 담고 있다. 이 경우 전기차 요금보다 훨씬 비싼 청구서가 관리 주체측으로 날아올 수 밖에 없다.

도전 행위를 하다 적발되어 신고당할 경우, 형법상 절도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참고로 절도는 6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만큼 강력하다. 아마 이런 내용을 보면 “설마 진짜로 처벌 받겠어?” 싶겠지만 이미 선례가 있다.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전기차를 무단으로 충전하던 20대가 절도 혐의로 입건됐다.

요즘은 제도 정비로, 100세대 이상 아파트에서도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의무화되었기 때문에 충전 시설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는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충전소 없을 때
이 표시 무조건 찾아보세요

그렇다면 위와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전기차 차주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사실 아주 간단하다. 기둥에 설치된 콘센트 위에 전기차 충전이 가능여부를 명시한 안내문구가 있으면 된다. 이를 콘센트형 전기차 충전기라 부르기도 하는데, 모양은 다르지만 이용원리는 비슷하다.

별도의 ID카드를 RFID 기기에 터치해야 충전이 가능하거나, 아예 충전기 자체에 통신모듈이 달려있어 충전량, 이용자 등을 파악해 요금을 청구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대형마트나 오피스 빌딩에 적합한 타입은 아니며, 6~7시간 이상 장기 주차가 가능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 관공서 등에 어울린다. 충전 속도가 상당히 느리긴 하지만 충전기기 설치에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고, 설치비용도 저렴하다. 또, 건물 노후 여부 상관없이 기둥만 있다면 어디든지 설치가 가능해 서울시에선 이미 수천여곳에 해당 충전시설을 설치한 상황이다.

문제는 충전인프라 확충

전기차 보급대수에 맞춰 충전기 역시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그대로라면 상관없지만, 전기차 플랫폼 개발과 배터리 추가에 따른 용량 증대로 충전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결국 전기차 충전구역을 점유하는 시간 역시 길어지면서 주차공간 부족은 여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정부의 전기차 정책에 대해 72%가 불만족이라 답했으며, 가장 시급한 전기차 충전 정책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을 지목할 정도다. 특히 아파트 단지,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등 전기차 차주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추가 설치를 해달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국내 전기차 급속 충전기 설치 목표량 대비 달성율은 84%다. 약 8천기 규모인데, 국내 전기차 보급대수는 13만 5천여대다 약 17배에 달하는 수 차이가 발생한다. 특히 도심지를 중심으로 전기차가 몰려있다보니 17배 이상으로 전기차 충전기 부족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해결하려면 초급속 충전 인프라와 이를 지원하는 전기차의 보급이 시급하다. 현재 초급속 충전기는 350kW 급이며, 기존의 50~100kW 급속 충전기보다 훨씬 빠르다. 15분 이내 충전시 80% 까지 충전가능하다.

전기차 구매가 보편화되면서 더이상 차주들의 희생을 강요하기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충전 인프라를 광범위하게 보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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