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시행된 도로교통법을 보면 대부분 운전자에게 주의를 요구하는 법령이 지배적이다. 차대차 혹은 차대인 사고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자동차 운전 시에 더욱 많은 주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일부 몰상식한 보행자들로 인해 애꿎은 운전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바로, ‘무단횡단’을 일삼는 보행자다. 무단횡단이 위험하고 해선 안 될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이 도로를 제멋대로 활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함께 확인해보자.

무단횡단이란 바로 이런 것

무단횡단은 단순히 신호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동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차마가 다니는 도로에서 지정된 장소(횡단보도, 육교, 지하도 등)를 통하지 않고 길을 건너는 행동 혹은 언급한 장소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이 알고 있을 만한 간단한 상식이지만, 일부는 무단횡단의 정확한 뜻조차 파악하지 못한 보행자가 우리 주변에 제법 있다. 무단횡단은 법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행동이기 때문에 단속 중인 경찰관에게 적발되면 그에 따른 벌칙을 받기도 한다. 관련 법규는 다음과 같다.

도로교통법 제10조(도로의 횡단)
– 2항 : 보행자는 횡단보도, 지하도, 육교와 같은 도로 횡단 시설을 통해 도로를 횡단해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157조(벌칙)
– 1호 : 제10조 2항을 위반한 보행자는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최대한 쉬운 이해를 위해서 일부 내용을 생략한 법규 내용이지만, 핵심은 표시한 내용에 모두 담겨있다. 즉, 지정된 도로 횡단 시설을 이용하지 않을 때에는 위법 행위를 저지른 만큼 소정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고도 안죽었어? 운좋네

무단횡단의 위험성은 사실 긴말이 필요하지 않다. 차와 사람이 부딪히는 사고인 만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람이 입기 마련이다. 자동차는 모두 알다시피 단단한 철제로 구성된 물체다. 군데군데 플라스틱이 섞여 있다고는 하나 기본적인 뼈대부터 몸체까지 모든 부분이 고강도 재질로 마무리되어있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중상을 입는 게 당연지사다.

이렇게 단단한 물체가 시속 40~50km의 속도로만 달려온다 해도 사람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시속 40~50km가 얼마나 빠른 속도인지 감이 오지 않을까 봐 부연 설명을 하자면, 시속 40km를 초속으로 치환하면 약 11.1m/s가 된다. 이는 국제적인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가 100m 신기록을 세웠을 때보다 빠른 속도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속도로 달려오는 1톤이 넘는 단단한 물체가 사람을 들이받는 순간 심각할 경우에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또한, 차와 사람이 부딪히는 1차 충돌 이후에도 사람은 그 충격에 의해 튕겨 나가며 2차 혹은 3차 이상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문제 때문에 자동차가 서행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요?”와 같은 주장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옳지 못하다. 졸음운전의 위험성을 언급하다 보면 자동차의 공주 거리를 언급하곤 하는데 무단횡단 사고에서도 이러한 공주 거리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해를 위해 몇 가지 가정을 세우고 예시 상황을 들어보겠다.

1. A 차량은 시속 50km의 속도로 주행 중
2. A 차량 전방 50m에 무단횡단하는 보행자 발견
3. A 차량의 제동거리는 25m

주어진 조건에 의해 계산을 해보면, 50m 전에 보행자를 발견하고 그 즉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조작했다고 가정해보자. A 차량의 제동거리는 25m에 불과하기 때문에 넉넉한 거리를 두고 차량을 멈춰 세울 수 있기 때문에 보행자와의 충돌을 면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가정에는 한 가지 놓친 부분이 있다. 바로, 운전자의 반사신경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전방에 충돌해서는 안 될 물체를 보았다고 해서 단 1초의 지연도 없이 브레이크를 밟기란 어렵다.

보통, 운전자가 전방 장애물 혹은 사람을 발견한 후 급정거를 하기까지 약 3초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데 이때, 운전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동차가 움직이는 거리를 공주 거리라 한다. A 차량의 속도는 시속 50km로 초속으로 치환하면 약 13.9m/s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브레이크 페달을 밟기까지의 3초 동안 최소 40m 정도를 이동하는 셈이다. 이후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한들 제동을 위한 거리 25m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행자는 차량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했다 해도 충돌을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자동차의 서행과는 관계없이 보행자가 다가오는 차량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도심지에서 서행 중인 자동차와 부딪히더라도 몇 군데 뼈가 부러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목숨을 지킨 것만 해도 불행 중 다행이라 볼 수 있다.

무단횡단을 하는 심리는 도대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무단횡단을 한 번도 하지 않았느냐?”라고 묻는다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단횡단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할 것이다. 10분에 1대가 지나갈까 말까 한 한적한 시골길이나 새벽 시간 건널목을 건너는 경우가 그 흔한 예다.

반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달리 습관적으로 무단횡단을 일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쳐다보느라 전방 신호를 파악하지 못한 채, 무심코 건널목을 건너는 사례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에게 무단횡단을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별로 위험하지도 않다”라거나 “바쁜데 언제 신호를 기다리냐”라는 답변과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데 무슨 상관이냐”처럼 무책임한 답변이 돌아오기도 한다.

정말 긴박하고 심각한 일이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차도로 뛰어드는 보행자를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 번째 이유와 같이 “당연히 사람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차가 알아서 멈춰야 한다”라는 태도는 그릇된 태도다.

한편,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와 보행자 간의 과실 비율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오고 간다. 과거, 무단횡단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블랙박스도 없고 CCTV도 부족한 상황이라, 운전자가 아무리 억울하다 한들 대부분의 책임을 운전자가 떠안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이처럼 억울한 상황이 점차 줄고 있다. 몇몇 판례에 따르면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시 보행자 과실을 더욱 높게 책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보편화된 블랙박스의 순기능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8월 스마트폰을 보다 무단횡단으로 버스에 치인 보행자의 경우 1심과 2심에서 모두 100% 보행자 과실이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도 상황에 따라 50~70%에 가까운 과실 비율을 보행자에게 매기기도 한다.

태어나는 데 순서 있어도
가는 데 순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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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에게 보행자는 심리적으로 큰 압박감을 주는 존재다. 늦은 저녁 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불쑥 튀어나오는 취객이나 노인의 등장은 간담을 서늘케 한다. ‘이번 한 번쯤이야 뭐…’하는 생각에 도로를 건너는 보행자로 인해 운전자가 겪어야 할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차대인 사고는 대부분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해 벌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무단횡단처럼 보행자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사고도 적지 않다. 교통 매너는 단지 운전자만 조심한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보행자도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고, 도로를 달리는 차량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매너를 지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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