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천에서 초등학생을 태운 학원차량이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슬리퍼를 신고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사례를 보면 부산에서 30대 운전자가 신고 있던 슬리퍼가 가속페달에 끼면서 속도가 제어되지 않아 추돌 사고를 내기도 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는 오른발 골절, 간과 폐 손상이라는 중상을 입었다. 급발진 혹은 차량 결함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종종있지만 주요 원인은 슬리퍼 끼임 사고인 것이다.

생각 외로 슬리퍼를 신은 운전자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정작 이 운전자들은 슬리퍼를 신고 운전한다는 것이 아주 위험한 행동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자주 언급되는 문제지만, 제대로 고쳐지지 않는 사례이기에 한 번 다루어 보고자 한다.

편한대신 위험성도 높다.

교통전문가들은 슬리퍼 착용 후 운전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슬리퍼를 신을 경우 가속 혹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기에 매우 부적합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운전 중 자연스럽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뒤꿈치를 지지대로 삼아 좌우로 오른발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보통 신발을 신은 경우라면, 신발이 발을 온전히 감싸고 있어 신발이 벗겨지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발행하지 않아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페달 조절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슬리퍼를 신을 경우 발을 감싸는 부분이 발등 부분밖에 없기 때문에 뒤꿈치가 차량 바닥에 닿게 될 경우, 슬리퍼가 벗겨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이를 의식해서 조심한다 하더라도 발에 제대로 밀착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슬리퍼가 헐거운 상태가 지속되면서 페달을 제대로 조절하기 힘들어진다. 물론, “나는 운전을 오래 해서 그런 것쯤 아무렇지 않다.”라고 이야기하는 운전자가 있을 수 있으나, 사람은 언제나 실수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만약 주행 중 전방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여 급정거를 하거나 추월을 위해 가속을 할 때 슬리퍼가 벗겨져 차량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게 될 경우, 도로 시설물 혹은 차량과의 추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급증한다.

ⓒ카글 – 무단사용 절대금지

즉, 뒤꿈치를 지탱해줄 굽이 없다 보니 발이 항시 공중에 떠있는 듯한 구조로 운전을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되고, 페달에 대한 힘 조절이 정확히 되지 않아 페달 조작 미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슬리퍼를 신고 주행하다 벗겨질 경우, 단순히 바닥에 떨어지면 다행이지만, 경우에 따라 가속 혹은 브레이크 페달에 끼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만약 전방에 차량이 있어 멈춰야 하는 상황에 브레이크 페달에 슬리퍼가 끼어 제대로 멈추지 못한다면, 자의로 브레이크 결함을 재현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

앞서 언급한 학원차량의 슬리퍼 사고도 운전자의 슬리퍼가 브레이크 페달과 바닥 사이에 걸려,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속도를 줄이지 못해, 그대로 가로수를 들이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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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시속 80km로 달리다가 급제동을 하는 실험에서 운동화는 54m의 제동거리를 기록한 반면, 슬리퍼는 55.4m로 보다 긴 제동거리를 보였다. 실제 도로에서는 제동 거리가 1~2m만 길어져도 보행자를 칠 수 있는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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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하이힐도 슬리퍼만큼이나 위험한 신발이다. 동일 연구소의 테스트 결과를 살펴보면, 시속 80km 기준 제동 거리가 운동화와 슬리퍼 보다 훨씬 긴 57.9m를 기록했다. 운동화에 비해 약 4m 정도 긴 수치인데, 보통 횡단보도와 차량 사이의 거리가 이보다 짧다는 것을 고려하면 도로 위 잠재적 테러범으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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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반드시 차량용 운동화를 따로 구비하거나 애당초 운전하기 편한 운동화를 신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간혹 맨발 운전을 선호하는 운전자들이 있는데, 발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압력을 통해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을 더욱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맞으나, 페달을 깊게 밟을 때 발바닥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지어 발바닥 혹은 근육으로 연결되어 있는 종아리 부분에 쥐가 나서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를 쉽게 이야기하면 신발을 신을 경우 두꺼운 밑창 덕분에 페달을 효과적으로 누를 수 있게 되나, 맨발의 경우 완충 작용을 할 물체가 없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맨발 운전도 익숙해지면 괜찮다는 운전자에게는 딱히 할 말이 없다. 단,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위험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책임지면 될 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섬세하며 정확한 조절이 필요한 레이싱 경주에서도 맨발로는 안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또한 슬리퍼와 같은 비슷 한 예시로 페트병, 유리병 등 쓰레기 문제도 존재한다. 차 안에서 먹고 마시며 쓰레기를 마음대로 버리는 것은 자유지만 이러한 쓰레기들이 쌓여 페달 등에 끼일 경우 슬리퍼 사고와 동일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로 인해 큰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차량 쓰레기 관리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신발에 대한 엄격한 규정들

이처럼 단순히 신발만으로도 안전에 대한 큰 차이를 보이기에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여러 나라에서 신발에 대한 규제를 펼치고 있다. 교통 선진국인 독일의 경우, 1988년부터 슬리퍼 착용 후 운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정확히는 슬리퍼, 맨발 등이 포함된다. 만일 운전자가 슬리퍼를 신고 운전하다 적발되면 30유로, 우리 돈 4만 원가량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적은 금액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슬리퍼 한 켤레를 하나 더 구매한 셈이니 아까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은 교통 위반으로 사고 시 보험금 수령에 패널티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대표적인 교통 대국 미국은 슬리퍼 착용뿐만 아니라 맨발 운전까지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자체에 따라 택시 기사에 한해 슬리퍼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위험성을 인지하고 법적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률적으로 단속하기 어려우며 법안 통과도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특별한 처벌은 없다.

안전운전을 위해
슬리퍼는 내린 후 착용하자

“슬리퍼 등이 페달에 낄 경우 위험합니다. 조심하세요.” 오늘의 한 줄 요약이다. 세 살배기 아이들도 알법한 요약일 만큼 너무나도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기본을 지키지 않아 늘 위험하다.

개개인에 맞는 자세와 포지션을 설정할 만큼 운전은 섬세한 행동이다. 이런 와중에 페달 조절이 힘든 헐거운 슬리퍼 등을 신는다면 스스로 위험의 구렁텅이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이때 혼자 다친다면 스스로 책임지면 그만이지만, 주변인 혹은 교통시설이 망가질 경우에는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시야 확보를 통해 주변 운전자들에게 양보를 하는 것 외에도 사고 위험성을 줄이는 행동하나 하나가 모두 운전 에티켓이다. 잠깐 동네를 돌아다닌다고, 발에 땀이 많이 차서, 발이 답답해서 와 같은 이유가 있다고 해서 용인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기본만 지켜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욱 안전해진다. 이번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혹시 밖을 나서는 여러분의 신발이 슬리퍼인지 아닌지 다시 한 번 확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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