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글 – 무단사용 절대금지

“500m 앞 시속 50km 고정식 단속 구간입니다.” 오늘도 내비게이션은 상냥한 목소리로 운전자에게 과속 단속 카메라의 위치를 알려준다. 도심지를 비롯해 고속도로까지 운전자들의 안전한 주행을 위해서 꼭 필요한 장치인 과속 단속 카메라는 2019년 5월을 기준으로 전국에 약 6천1백여 개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국내의 모든 도로를 촘촘히 감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단속 시스템에도 몇 가지 맹점이 존재한다고 한다. 얌체 운전자들은 그 맹점들을 악용해 단속을 피해나가며 위험한 주행을 일삼고 있다. 대체 어떤 부분에서 맹점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가장 기본, 고정식 단속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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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식 단속 장비의 경우 카메라를 기점으로 20~30m 간격으로 도로 위 두 지점에 설치된 감지 장치를 이용해 차량의 속도를 계산하고 카메라로는 차량 사진을 촬영한다. 문제는 센서의 위치나 단속 방식이 거의 상식과 같은 수준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본인들을 단속하는지 알고 있으니 이를 피해 갈 방법만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당초 경찰에서 원했던 것처럼 속도를 줄이는 운전자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일부 얌체족은 이를 이용해 교묘히 단속을 피해 나간다.

센서의 거리나 위치를 대략적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단속 카메라와 고작 100~200m가 남은 지점까지도 계속 과속을 이어오다 잠깐 규정속도에 맞춰 단속을 피해나가는 것은 기본이며 심지어 일부러 갓길을 이용해 센서에 인식되지 않는 방법으로 단속을 피하는 운전자가 있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 설치되어있는 대부분의 과속 단속 카메라가 고정식인 것을 고려해본다면 교통 정체가 없는 경우 도심지와 고속도로 모두 과속을 하는데 큰 걸림돌이 없는 상황이다.

구간단속, 만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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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식 단속 카메라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등장한 단속 시스템이 바로 ‘구간단속’이다. 지난 2001년 내부순환로 일부 구간에 설치를 시작으로 현재 약 70여 개 구간을 운영 중에 있다. 고정식 카메라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감속 후 다시 과속을 하는 부류의 운전자를 일컬어 ‘캥거루족’이라 하는데 구간단속은 지정 구간의 평균속도를 단속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를 피할 방법이 없다.

비록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작점과 종료점의 평균속도만 계산해 과속을 측정하는 탓에 단속 종료지점에서 과속을 하는 차량도 꽤 있었지만 현재는 각 지점의 순간속도까지 측정해 빈틈을 꽤나 많이 메웠다. 다만, 일부 구간에 몇몇 문제점들이 있다.

원칙적으로는 구간단속을 시행하는 곳에는 중간지점에 어떠한 교차로나 다른 도로와 접속되는 도로가 없어야만 한다. 말 그대로 폐쇄된 형태의 도로만 시행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영종대교의 경우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영종대교를 보면 상부도로와 하부도로가 있는데 상부도로의 경우 진출입로가 없이 밀폐된 구조가 맞지만 하부도로는 북인천 IC라는 경유 가능한 경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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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 단속은 시작점과 출발점을 모두 지나쳐온 차량만 단속이 가능해 중간에 합류하거나 이탈한 차량은 단속을 할 방법이 없다. 즉, 종료지점에 있는 과속 단속 카메라만 피하면 되니 기존에 있는 고정식 단속 카메라와 똑같은 방식으로 단속을 피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중간에 휴식을 취하며 평균속도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서해대교 구간에 구간단속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속을 하는 차량들이 제법 많다. 그리고 그 무리가 일제히 들리는 곳이 있는데 바로 행담도 휴게소다.

‘빨리 가려고 과속을 하는 것 아닌가? 왜 휴게소에 들리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데 과속을 하는 운전자들 중 대게는 도착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습관적으로 과속을 일삼는 경우가 대다수다. 규정 속도에 맞춰 안전하게 운전하는 걸 답답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운전습관 자체가 그렇게 굳어져 버린 것이다.

만약 휴게소가 없다면 그들도 단속구간을 천천히 주행할 수밖에 없지만 서해대교는 예외다. 평균속도를 측정하는 점을 역이용해 잠시 휴게소에 들려 휴식을 취하고 다시 과속운전을 이어간다. 심지어 일부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에 나오는 평균속도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확인하는 치밀함까지 보유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구간단속 시스템이더라도 단속할 길이 없다.

단속 카메라가
인식 못하는 속도

과연 한국 도로 상황에 320km/h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만에 하나 이러한 초고속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도로 위에 있는 모든 과속 단속 시스템을 피해 갈 수 있다. 이유는 현재 국내에 설치된 수많은 과속 단속 장비들이 320km/h 미만의 속도까지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는 이와 같은 속도를 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산간 지형이 많아 커브가 많은 데다 어떠한 도로를 가던 여러 차량들이 그 위를 버티고 있다. 현재 한국에 등록된 자동차 수만 하더라도 약 2천3백만여 대가 넘는다. 게다가 미디어의 발전 덕에 새로운 도로의 개통 소식도 삽시간에 퍼져나가 방해요소 없이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도로가 없다.

또한, 320km/h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차량도 거의 없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같은 차량이 아닌 이상 99%에 가까운 차량들은 최고 속도가 300km/h 미만이다. 날고기는 차량들이라 할지라도 이런 속도를 넘어 주행하는 것은 어렵다.

만일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 앞서 언급한 두 회사의 차량을 운행하는 오너가 있는가? 혹시 320km/h 이상의 속도를 충분히 낼 자신이 있다면 과감히 인제 스피디움을 이용하길 권한다. 일반적인 도로에서 저런 속도를 내다가는 순식간에 이 세상과 작별 인사를 고할지도 모른다.

요즘은 이런 수단도 사용한다

경찰 측은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부족한 부분들을 메꾸기 위해 새로운 대책을 내놓고 꾸준히 교통 단속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암행 순찰차가 있다. 2016년 9월을 기점으로 정식 도입된 암행 순찰차는 일반 차량과 동일하게 생긴 탓에 운전자가 쉽게 구분할 방법이 없다.

특히, 일반적인 단속 카메라들과 달리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에 얌체족들도 함부로 법규를 위반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과속이나 난폭운전이 운전자의 습관과 같은 개인적인 부분에 의존하는 만큼 갑자기 단속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심리만 형성하더라도 교통안전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암행 순찰차의 단속 실적도 준수한 편이다. 도입 후 1년 동안 차량 1대당 2300건의 각종 교통 법규 위반 사례를 적발했는데 일반 순찰차가 1대당 1231건인 것을 고려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실적을 거둔 것이다. 최근 고성능 차량들이 많아지는 추세에 맞춰 경찰 측도 G70와 같은 고성능 차량을 추가 배치해 지속적인 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인력이 부족해 운영 구간이나 시간을 대폭 상향하기에는 아직까지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드론도 과속을 비롯한 각종 얌체족들을 단속하고 있다. 기존에는 명절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만 드론이 추가 배치됐지만 최근에는 그 효과가 입증되며 주말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직 모든 구간에 이용되지는 않는데 경부, 영동, 중앙, 서해안고속도로와 같이 이용량이 높은 도로를 중점적으로 단속 중이다.

교통단속용 드론은 최대 150m 상공까지 비행이 가능한데 일반적으로 25m 수준의 높이에서 반경 7km 범위까지 단속이 가능하다. 4200만 화소의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했고 즉각적으로 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송수신기도 보유했다. 암행 순찰차나 경찰 헬기의 경우 인력이 추가 배치돼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드론은 무인 단속이 가능한 만큼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운전자들 대환장, 저속운전
단속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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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단속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한국은 아직까지도 저속 주행 차량에 대한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어 놀랐다. 고속도로의 경우 50km/h, 자동차 전용도로는 30km/h의 최저 속도가 정해져 있으나 이를 어기더라도 고작 2만 원의 범칙금만 지불하면 된다.

미국과 독일 같은 교통 선진국의 경우 저속 운전을 과속과 난폭운전에 비교하며 그 위험성을 강조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32개 주에서 저속 운전 단속을 실시하는데 단순히 1차로 정속 주행뿐만 아니라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저속차량도 모두 단속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의 자동차보험센터가 저속 운전과 관련해 연구를 진행했는데 주변 교통흐름에 비해 고작 8km/h가 느린 저속차량이 단순한 교통체증만을 유발하는 수준이 아니라 고속도로의 전체 사고율을 10%가량 증가시킨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오히려 8km/h 이상 빠르게 달리는 차량은 사고를 유발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통해 저속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지나친 과속이 자동차 사고의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독일의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이다. 모두들 알다시피 아우토반은 제한속도가 없는 도로다. 최근 일부 위험구간에는 과속 단속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수준이 여타 고속도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강력한 지정 차선 규제와 함께 ‘저속차량 단속법’까지 실시해 고속도로에서는 충분히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전체적인 사고율을 낮춰주는 것을 증명했다. 이는 수치로도 명확히 나타나는데 2014년에 공개된 아우토반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10억 km당 1.6명이다. 도심지 사망률이 4.6명이며 비도심지 사망률이 6.5명인 것과 극명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한국의 고속도로 시스템이 독일과 매우 흡사한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도 1차로 정속 주행 차량을 비롯한 저속 주행 차량을 단속해 사고율을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 지정한 최고 제한속도가 약 30년 가깝게 바뀌지 않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300마력 후반대의 후륜 기반 차량을 생산할 정도로 기술력이 좋아진 것과 비교해 제도적으로 뒤처지는 느낌이다.

지나친 과속도 문제지만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구시대적인 제도와 저속차량에 대한 가벼운 처벌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정 차로제가 보다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교통법규 준수는
권장이 아닌 강제

사실 교통과 관련해서 비단 과속만이 문제는 아니다. 음주운전이라든지 신호위반, 진로 변경 위반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산재해 있다. 다만, 경찰과 행정부처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과속과 같은 난폭운전인 것이다.

또한, 관계 부처들은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외국에 비해 매우 경미한 처벌 수위나 단속 방식 탓에 시민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기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60km/h 이상 과속을 하더라도 14만 원의 과태료만 지불하면 벌점조차 받지 않을 수 있어 제도적으로 분쟁의 여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어떠한 제도나 규정의 변화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이다. 본인은 단지 답답한 주행이 싫어서 과속을 했다고 하지만 다른 운전자에게는 공포적인 존재로 비칠 수 있다. 정말 긴박한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평상시에는 보다 느긋한 마음가짐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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