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신호 대기 중에, 주차장을 들어서기 위해 인도로 들어 설 때 등 도로와 인도와의 경계, 혹은 횡단보도에 설치된, 커다랗고 굵고 탄성을 가진 기둥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 쓸모가 있기에 도로에 박혀있는 도로 시설이겠지만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기다리는 동안 지쳤으니 기대어 서 있거나 스마트폰 보고 가다 걸려 넘어진 적은 있을 것이다.

출퇴근길마다 은근히 나타나서 자꾸 나를 기대게 하는 이것은 보통 횡단보도 근처에 많이 있다. 손으로 만져보고 이리저리 흔들어보니, 경계를 나타내는 역할 외에 딱히 누군가를 보호할 만한 강도를 지닌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카글 – 무단사용 절대금지

이 기둥의 정식 명칭은 볼라드(Bollard)다. 볼라드란, 차량이 들어오면 안 되는 곳에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되는 장애물이다. 이를 통해 보행자 및 주변 환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볼라드는 일반적으로 저지력이 있는 단단한 콘크리트나 금속 재질을 사용한다. 주로 설치되는 장소로 건물 외벽, 건물 보행자 진입로, 소화전 및 고압 전력개폐기 등이 있으며, 주요 시설 및 보행자 보호 목적이 강하다.

ⓒ serghei_topor, 출처 pixabay.con -CC0

아직도 일부 지역은 단단한 볼라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볼라드를 만질 때, 사람이 걸터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강도인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어느정도 탄성이 있기 때문에, 잘못 기댔다가는 휘어지는 볼라드와 함께 흑역사를 생성한다.

아니, 보호 목적으로 존재하는 볼라드가 이처럼 휘어진다면 불량이 아닐까? 의심을 해봤다. 단단하고 올곧게 설치되어 있어야 주변 차량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불량 볼라드인지 관련 제조업체에 문의한 결과 “불량 아닙니다.”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카글 – 무단사용 절대금지

업체에 따르면 볼라드는 단단한 소재 외에도 우레탄, 고무 등 비교적 부드럽고 탄성력이 우수한 소재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설치 방식에 따라 매립식, 앵커식, 이동식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볼라드의 탄성 유무에 때라 고정형과 충격 흡수형으로 나뉜다고 언급했다.

고정형 볼라드는 기다란 볼라드 자체를 바닥에 깊게 박아 고정시키거나 앵커 등을 이용해 고정시킨다. 여러 가지 볼라드 설치 방식 중 가장 저렴하지만 차량과 부딪히면 쉽게 파손되며 심지어 날아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 maxpixel, 출처 maxpixel.net – CC0

한편 충격 흡수형 볼라드는 제품 내부에 탄성 스프링을 설치하여 차량과 충돌했을 때, 볼라드가 휘어지며 차량의 충격을 흡수한다. 그리고 차량이 사라지면 원래 위치로 되돌아오는 탄성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전국적으로 충격 흡수형 볼라드를 설치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카글 – 무단사용 절대금지

충격 흡수형 볼라드는 단순히 충격 흡수라는 장점 외에도 다양한 디자인으로 생산되어 도시 미관상 어울린다. 특히 볼라드가 강한 충격에도 주변으로 날아가거나 파편을 만들지 않아 보행자 부상 등 2차 사고를 예방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충격 흡수형 볼라드가 규정상 설치 가능한 구조물인지, 믿을만한지 알아보기 위해 지자체 및 제조사에 재차 연락하여 추가 취재를 진행했다.

우선 지자체 교통행정과에서는 콘크리트, 금속 재질과 같은 단단한 재질의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 오히려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고, 이 볼라드에 보행자가 부딪혔을 때 다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한편 충격 흡수형 볼라드는 우레탄, 고무 재질 등으로 제작되어 쉽게 휘어 보행자와 부딪혔을 때에 덜 다치고, 차량과의 접촉으로 파손되는 경우도 비교적 적어 선호한다고 언급했다.

추가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특히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되, 속력이 낮은 자동차와의 충격에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제작되어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때문에 충격 흡수형 볼라드가 법에 저촉될 여지는 없다. 그밖에 제작 단가는 일반 볼라드보다 다소 높지만, 유지 보수에 소요되는 시간 및 금액이 적어 지자체에서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경기도청

이번에는 볼라드를 취급하는 제조사에 연락을 취해봤다. 제조사에 따르면 “저지력에 있어 충격 흡수형 볼라드도 충분히 제 기능을 발휘하며 시각적 측면에서 기존의 볼라드와 비슷하기 때문에 장애물로써 차량의 접근을 막는 역할을 한다.”라고 답변했다.

이어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기울어지면 더 이상 휘어지지 않아, 천천히 다가오는 차량을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라고 첨언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저속으로 충돌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으며 일정 속력 이상에서는 볼라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 참고하자. 사람 허벅지만 한 굵기에 허리 높이까지 오는 볼라드가 차량을 완벽히 막아내려면 특수 합금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사실 볼라드라는 구조물 자체는 보행자 및 기타 건물을 보호하기 위한 단단한 기둥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리석 같은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져 수많은 보행자들의 정강이에 고통을 안겼다.

애당초 볼라드 자체가 가벼운 사고를 막고 시각적 저지력을 상정해 만든 구조물인 만큼 그 이상을 바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제는 다양한 문제를 개선하고 제 기능까지 발휘하는 볼라드로 재탄생하여 교통안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굳이 기억해 두지 않아도 될 내용이지만 단순한 구조물이 하는 역할은 나름 중요하다는 점 참고하자.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