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대를 개발하는데 성능, 디자인 외에 ‘감성’까지 고려한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일 수록 이런 요소들이 중요 요소로 고려되는데, 심지어 차 문을 여닫는 소리까지도 연구대상이다.

간혹 어떤 차는 깡통을 치듯 텅~ 거리며 가벼운 소리가 들리는 반면 다른 차는 텁- 하는 소리와 함께 아주 부드럽게 닫히는 경우가 존재한다. 상당히 사소한 문제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차이로 ‘좋은차’냐 아니냐가 결정되기도 한다.

프리미엄은 시각 외
청각도 필요한 법

오래 전 사람들에게 여러 브랜드의 문 닫는 소리를 들려주고 가장 괜찮은 소리를 지목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샘플로 벤츠, BMW, 볼보, 아우디, 재규어, 미쓰비시, 렉서스, 포드 등 대중브랜드부터 프리미엄에 이르기까지 한 번쯤 들어본 차들이 준비됐다.

실험결과 가장 고급스러운 소리로 BMW와 벤츠 차들이 지목 됐으며, 다른 브랜드 역시 몇몇 참여자들이 선택하기는 했지만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실험에서 사람들이 느낀 건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무언가 밀폐되는 듯한, 꽉찬 느낌의 문이 닫히는 소리를 경험했다. 흔히 텁- 하는 소리나 턱- 으로 표현되는 감성들이다.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는 차들에 대해 우리는 고급차라 이야기 하기도 한다.

국내에선 현대차나 제네시스 등이 이런 감성을 벤치마킹해 브랜드 고유 감성을 만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브랜드는 어떨까? 볼보 일부 모델은 도어 내부에 W자 임팩드 바가 있어, 문 무게는 무겁지만 여기서 오는 묵직한 감각이 강조된다. 한편 렉서스는 일부 독일 브랜드 세단을 벤치마킹하여 여닫는 소리를 튜닝해 마찬가지로 안정적이며 묵직한 소리가 들리도록 설계했다.

비슷한 사례로 쌍용차의 G4 렉스턴 역시 도어의 닫히는 속도와 질감에 신경 써, 고급스러운 감성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음을 엿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소리를 연구하는 디자인 랩이 따로 있다. 문 여닫는 소리를 시작으로 엔진 소리까지 탑승객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해 세밀히 파악하고 신차에 적용중이다. 이처럼 자동차 문 닫는 감각과 소리는 브랜드 및 모델마다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점은 제조사에 의해 조절되어 차량의 성격을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명품처럼 브랜드 가치는
감성에서 나온다.

이처럼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의도된 소리나 감각’은 ‘감각 경험 디자인’에 해당된다. 감각 경험 디자인이란, 상품을 보고, 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듣고, 상품의 냄새를 맡는 등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감각을 종합해 한 상품에 대한 성격을 무의식적으로 인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첫 인상처럼 말이다. 이 세상은 보이는 것이 전부이기에 상품 역시 마찬가지다.

▶고급 세단의 부드러우며 웅장한 엔진음
▶럭셔리카의 밀폐감 있으며 정숙한 문 닫는 소리
▶전반적으로 가볍지만 실용적인 느낌의 자동차
▶스포츠카의 날렵함에서 느끼는 역동성
과같이 우리가 평가를 내리는 모든것이 감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자동차에 대한 인상은 브랜드 가치로 이어지기도 한다. 요새는 전기차에 어쿠스틱이나 우주선 같은 가상음을 넣어 묘한 감성을 제공하는 사례가 많다. 또, 퍼포먼스 차량에도 엔진음 외 가상엔진사운드를 추가하여 다이나믹함을 곁들이기도 한다.

감성에 신경 쓴 21세기

그렇다면 ‘소리’라는 감각에 신경 쓴건 얼마나 오래됐을까? 보통 자동차 디자인과 함께 긴 역사를 자랑할 것이라 생각하기 쉬울텐데,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신차에 반영 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영국 샐퍼드 대학교 음향 공학 교수 트레버 콕스(Trevor Cox)에 따르면, “차량 안전 기준에 대해 엄격해지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여러 장치가 추가되면서 자동차들의 고유 소리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즉, 과거에 경험한 것과 전혀 다른 소리를 해결 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음향연구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저마다 특유의 음색을 갖기 시작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과거 BMW는 음향전문가와 협업해 의도적으로 자동차의 소리를 만들기도 했다. BMW 4시리즈 그란쿠페의 경우 퍼포먼스 카임을 강조하기 위해 너무 묵직한 감각과 소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를 설계했다. 오히려 적당히 가벼운 느낌을 부여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도어 무게, 도어 잠금장치 동작음, 진동 효과, 도어 개폐 시 밀폐 감각 등이 복합적으로 연구되기도 했다.

최근 현대차도 고성능 디비전인 N 과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에 색다른 감성을 부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타 브랜드에 비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있다. 특히 가상엔진음의 경우 과거에 비해 상당히 발전했지만 여전히 주행 감성에 플러스가 되기엔 가볍다는 의견을 내비치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이동수단인 자동차에 유니크한 감성을 집어넣기란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보강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록 브랜드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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