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화두라고 한다면, 아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일 것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란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미국산 전기차만 포함하도록한 법이다. 국내만 해도 당장에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자사 전기차를 판매하는데 비상이 걸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엔 정부에서 대표단까지 꾸려 미국 정부측 사람을 만나 협상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 인플레 감축법을 계기로 국내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제도를 잘 운용하는지, 아니라면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를 비롯, 제도 자체를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는 전기차 보조금, 문제는 없을까?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확실한 방법

전기차 보급 초창기부터 보조금은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보급확대 수단으로 꼽혀왔다. 차량 가격 자체가 비싼 데다 충전인프라가 부족한 영향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연간 단위로 계획을 짜도록 돼 있는데 지원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연초나 보조금이 소진되는 연말께 판매량이 급감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해외도 사정은 비슷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네덜란드·프랑스 등 과거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시행했던 나라는 신차판매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0.5%가 되기까지 1년에서 1년6개월가량 걸렸다. 반면 보조금 제도를 초기에 도입하지 않았던 독일은 0.5%까지 늘어나는 데 3년 이상 걸렸다.

보조금 제도가 단기간 내 전기차 보급을 늘린 데 이바지한 건 맞지만 실효성을 가지고 있는지, 제도 자체가 옳은지는 도입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논박이 따른다. 현행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화석연료가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를 진정한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과 일본 정부 주도로 주요 동력원별로 생애 전주기 탄소배출량 가이드라인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특정 업체에 편중된 전기차 보조금…
마땅한 대책이 없어 문제

한편, 전기차 제조사를 다른 국가들이 최근들어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거나 자국 생산 제품 위주로 보조금 제도를 개편하면서 전기차 보급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러한 국제 흐름과 다르게 여전히 보조금을 차등 없이 지급하고 있어 외국 업체만 배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가 올 상반기 수입 전기차 업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822억5000만원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인 447억 7000만 원이 미국산 전기차 업체에 지급됐다. 특히 테슬라가 441억 90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아 갔다. 이 말인 즉, 가격만 맞으면 국산 브랜드가 아니여도 얼마든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 부분이 외국 업체 배 불리기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국회 페이스북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우리 기업을 도와 줄 수 있는 직접적인 법안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당장에 법안 마련이 어렵다면, 압박 차원에서도 법안 발의를 고려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은 통과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관련한 내용이 계류돼 있는 것만으로도 국내의 무거운 상황을 미국에 전달하는 의미가 있다”며 “우리 정부와 국회도 압박차원에서 다양한 법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치권에선 우리 기업만 대상으로 하는 법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유로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이 주력인 만큼 자국에 혜택을 주는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 전기차 보조금 정책 상황은?

The White House facebook

요즘 연일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미국은 이미 지난달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나섰다. IRA는 기후변화나 재정 적자 문제 등에 대처하기 위한 법으로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를 세금 공제 해준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주요 적용 조건으로 미국·북미 등 특정 지역에서의 의무생산과 배터리 광물·부품 조달 비율 등을 법안에 명시했다.

주영국 대한민국대사관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유럽 시장 역시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만 미국과는 반대로 유럽은 주로 부조금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독일은 기존에는 최대 6000유로(약 810만원)를 지급했지만 내년에는 4000유로(약 540만원), 2024년에는 3000유로(약 400만원)만 지급한다. 그러다 오는 2026년에는 아예 종료될 예정이다. 영국은 최근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종료하고 노르웨이는 버스전용 차로 주행, 주차비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없애 나가고 있다,

‘인플레 감축법’이 계기라고 하지만,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 개선은 업계에서 꾸준히 요청 해온 사항이다. 그럼에도 몇년 째 개선은 되고 있지 않았고, 최근에는 이 정책이 해외 기업의 전기차 성장을 도와 주고 있다는 비판만 받고 있다.

사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미국 시장을 보고 생산 공장을 옮겨도 손해 볼게 없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선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그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현실로 겪고 싶은 걸까? 앞으로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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