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닛산 하면 ‘기술의 닛산’이라 불릴 만큼 엔진 성능과 차체 밸런스는 정평이 나있었고, 각종 혁신적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7년, 닛산은 포르쉐 911에 대항하는 슈퍼카를 내놓게 되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닛산 GT-R이다.

포르쉐 보다 잘 달릴 수도?

닛산 GT-R (2008)
닛산 GT-R (2008)

닛산 GT-R(Gran Turismo – Racing)은 일본 장인 정신이 묻어나는 슈퍼카라고 할 수 있다. 엔진은 도치기현 카미노카와에 있는 공장에서 ‘타쿠미’라고 불리는 장인들이 직접 수공으로 생산하며, 변속기도 요코하마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생산된다.

닛산 GT-R은 2002년에 단종된 스카이라인 GT-R의 포지션을 이어받아 2007년부터 1세대 모델이 생산되었다. 2000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BNR34 스카이라인 GT-R이 단종되기 전인 2001년 도쿄 모터쇼에서 콘셉트 카로 처음 발표되었다.

닛산 GT-R (2008)

닛산 GT-R이 처음 발표될 당시 V6 3.8L 트윈터보 엔진과 6단 DCT가 장착되어 최고 출력 480마력, 최대 토크 60kg*m을 발휘했다. 최고 속도는 311km/h,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는 3.9초가 소요됐다.

당시 6.5세대 포르쉐 911(코드명 997.2) 카레라 모델이 3.6리터 엔진을 얹어 325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주행 성능이었다.

닛산 GT-R (2012)

이에 따라 닛산 GT-R은 가성비 슈퍼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닛산이라는 네임 밸류와 맞지 않게 1억 5천만 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주행 성능으로 봤을 때는 그보다 몇 배 더 비싼 차량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능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관은 일반 쿠페와 같은 모습이지만, 닛산 GT-R은 슈퍼카로 불린다.

하지만 사골이 돼버린 1세대

닛산 GT-R (2015)

상술했듯이 닛산 GT-R은 닛산의 전통 스포츠카였던 스카이라인 GT-R의 포지션을 이어 받은 차량이기 때문에 그 특성을 계승한 부분이 엿보이긴 하나, 엄연히 다른 모델이다. 일각에선 GT-R이 영화 ‘분노의 질주’에도 나와 큰 인기를 얻었던 스카이라인 GT-R의 후광을 받아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GT-R은 2007년 생산을 시작한 이래, 페이스리프트만 거쳤을 뿐 무려 15년이 넘도록 세대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 아무리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과 고집스러운 성격을 이해하려 해도 너무 우려먹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닛산 GT-R (2017)

닛산이 공개적으로 경쟁상대라 지목한 포르쉐 911은 그 기간 동안 최소 2번의 세대교체가 진행되었고, 쿠페는 아니지만 비슷한 세그먼트인 메르세데스-벤츠 CLS 63 AMG, 아우디 RS7도 모두 1번 이상의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심지어 객관적으로 네임밸류 또한 이들에게 비교가 되지 않는다.

15년 동안 고집하는 이유는
완성도?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카 브랜드는 모두 제마다의 디자인 언어를 갖고 있으며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공교롭게도 포르쉐가 다시 등장하는데, 자타 공인 포르쉐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50년 넘게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8번의 세대교체를 거쳐왔지만 일명 포르쉐의 개구리 디자인은 유지됐다. 이번은 ‘더 발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완벽하다’ 싶어도 다음 세대가 나오면 새롭게 진화했다. 자동차에 세대교체가 필요한 이유다.

닛산 GT-R (2022)

GT-R이 물론 직선에서 달리기 성능이 월등한 것은 인정하나, 내부 인테리어와 외관 디자인에 대해서는 혹평이 지배적이다. 사골이 되어버린 외관 디자인은 제쳐두고 1.5~2억을 호가하는 차량의 인테리어 치고는 소재와 마감, 인터페이스에서 극심한 원가 절감이 표나기 때문이다.

GT-R이 이토록 오랫동안 1세대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완성도가 높아서일까? 판매 수익이 너무 안 나서? 아니면 장인 정신에만 몰두한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GT-R은 그저 판매 목적 보다 상징성에 의의를 두기 때문일까?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고, 어쩌면 2세대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나올 닛산 GT-R의 새 얼굴이 더욱 기대된다.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