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사고가 나는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터스포츠를 관람하다 보면, 종종 충돌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충돌한 경주용 자동차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하기 그지 없다. 그런데 정작 운전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부서진 경주용 자동차에서 두 발로 걸어서 나온다.

사실 자동차는 잘 찌그러질수록 안전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겉은 부드럽고 속은 단단한 ‘외유내강’의 형태를 갖춰야 안전하다.

의도된 찌그러짐
그래야 안전하다

자동차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대한 많이 찌그러져야 안전하다. 많이 찌그러질수록, 자동차에 가해지는 충격을 더욱 더 많이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공학에서는 이처럼 찌그러지는 부분을 ‘크럼플존(Crumple zone)’이라고 부른다.

‘크럼플존’이라는 개념은 1954년 헝가리계 독일 엔지니어인 ‘벨라 바레니’가 실제 자동차 충돌 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자동차는 튼튼할수록 안전하다”라는 당대 사람들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후 세계 각국의 자동차 제조사는 크럼플존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충돌 시 차량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잘 찌그러지도록 설계해, 운전자에게 전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한 것이다.

자동차를 탱크처럼 튼튼하게 만들 경우, 오히려 차량에 탑승한 운전자가 크게 다칠 수 있다. 외부에서 가해진 충격이 운전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캐치볼’입니다. 캐치볼을 할 때 손을 뒤로 빼면서 야구공을 받으면 손에 가해지는 충격량이 줄어든다. 반대로 손을 꼿꼿이 세운 상태로 야구공을 받으면 손이 아플 정도의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정리하자면, 충격력은 충격량과 비례하며, 충돌 시간과는 반비례한다. 그리고 크럼플존은 충돌 시간을 큰 폭으로 늘려준다. 이것이 바로, 잘 찌그러지는 자동차가 더욱 안전한 이유다.

반대로 찌그러지면 
안 되는 공간도 있다

물론, 잘 찌그러져야 한다고 해서 모든 부분이 찌그러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의 모든 부분을 크럼플존으로 설계한다면, 운전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자동차에는 크럼플존과 함께 ‘세이프티존’이라는 부분도 존재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세이프티존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어떠한 경우에도 구겨지거나 찌그러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알루미늄이나 초고장력 강판처럼 튼튼한 소재가 사용된다.

크럼플존과 세이프티존 사이에는 기둥 역할을 하는 ‘필러’가 존재한다. 필러의 부분별 명칭은 자동차 앞부분부터 알파벳 순으로 정해져 있으며, 각 부분마다 저마다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먼저 A필러는 자동차 제일 앞부분에 위치한 기둥이다. A필러는 전면 충돌 시 크럼플존이 미처 흡수하지 못한 충격을 견딤으로써, 운전자의 생존 공간을 확보해주는 역할을 한다. A필러가 무너질 경우, 차량 내부로 엔진이나 타이어가 밀려들어와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 B필러는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에 위치한 기둥이다. 측면 충돌 사고와 전복 사고 시 안전 확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안전벨트의 하중을 버텨주는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에 매우 단단하고 두꺼운 고강도 소재로 설계된다.

C필러는 뒷부분에 위치한 기둥이다. 천장과 트렁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A필러와 동일하게 후방 충돌 시 크럼플존이 미처 흡수하지 못한 충격을 견뎌내, 뒷좌석에 탑승한 승객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즉, 제아무리 크럼플존이 거대한 차량이라 할지라도, 제대로 된 세이프티존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군용차량의 설계를 그대로 채용해 안전할 것 같았던 대형 SUV가 충돌테스트에서 낮은 평점을 받은 적이 있다.

반대로 크럼플존이 그다지 크지 않은 소형차의 경우, 제대로 된 세이프티존만 갖춰져 있다면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소형차라고 해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선입견에 불과하다.

아무리 안전해도
안전벨트는 필수

최근에 생산되는 차량은 크럼플존과 세이프티존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게 잡혀 있다. 덕분에 운전자를 비롯한 탑승객은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과거보다 훨씬 더 안전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안전한 자동차라 할지하도,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충돌 시 관성에 따라 몸이 움직이며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크럼블존과 세이프티존의 보호를 받기 위해선, 안전벨트가 필수라는 점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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