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로와 인도는 낙엽 천지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서 가로수들이 붙들고 있던 나뭇잎을 하나 둘 떨어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겨울에도 땀이 흐르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환경미화원 분들과 건물 관리인들이다. 육해공 공통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인 눈처럼 치워도 치워도 떨어지는 낙엽 때문에 하루 일과가 낙엽 치우기로 대체되곤 한다.

물론, 낙엽은 한정되어 있기에 곧 앙상한 나뭇가지가 도로 가장자리를 장식할 예정이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는 여러모로 골칫덩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가로수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느티나무 등 아주 다양하다. 단순히 미관을 위해 이런 나무들을 심은 것일까? 이번 콘텐츠에서는 가로수에 대한 여러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엄청나게 많은 가로수들

산림청

산림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까지 도로 위 가로수의 누적수는 약 825본이다. 그중 기타로 분류되는 275만 본의 가로수를 제외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가로수는 약 550만 본 총 13종이다. 13종의 가로수의 전국 비율을 살펴보면 매우 다양한 나무들이 전국에 퍼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은행나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도시 특성에 알맞은 수종을 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덕분에 지역마다 색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어디에서나 가로수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70~80년대부터 시작된 도심 녹화사업 덕분이다. 6.25전쟁 이후 황폐화된 도시가 다시 자리를 잡게 되면서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 확충 등 도시 환경 개선 요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88올림픽을 맞이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되었고 90년대 서울시의 ‘공원녹지확충 5개년 계획’, ‘생명의 나무 천만그루 심기’ 등 나무 심기 붐이 일면서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덕분에 콘크리트로 뒤덮인 삭막한 도시에 가로수가 빽빽이 들어서면서 인공구조물과 자연의 조화가 돋보이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유행따라 바뀌는 가로수들

앞서 살펴본 전국 가로수 비율에서 은행나무, 벚나무, 이팝나무, 느티나무가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해당 나무들은 시대에 따라 유행처럼 심은 수종에 해당된다.

지자체가 심는 가로수는 나름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수종이어야 하며, 각종 공해에 강해야 한다. 그리고 소음이나 햇빛을 차단할 만큼 나뭇잎이 크면 금상첨화다. 그밖에 악취나 꽃가루를 날리지 않아야 한다.

80년대 이전에는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가로수는 플라타너스(왕버즘나무)가 가장 흔한 가로수였다. 공기 정화 능력이 우수하며 그늘 덕분에 도시의 열기를 식혀주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성장 속도가 빨라, 가로수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봄철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고 가지치기를 자주 해야 했으며 벌레가 너무 많이 꼬인다는 단점이 있다.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플라타너스 대신 은행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플라타너스와 달리 병충해가 없고 공해를 견디는 능력이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뿌리가 인도나 도로를 뚫고 나오는 일이 없고 노란빛으로 물들기 때문에 미관이 아름답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은행 열매의 악취 문제가 대두되면서 수종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물론, 요즘은 DNA 검사로 암수 구분이 가능해, 열매를 맺지 않는 수은행나무를 선별해 심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2000년대 이후 미관을 이유로 벚나무로 대체되었다.

벚나무는 신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종이다. 지역마다 가로수길을 형성하면서 봄철 화려한 벚나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했다. 특히 꽂이 진 여름에는 그늘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때 많은 사람들이 선호했다.

그러나 벚꽃이 질 무렵 도로가 더러워지고 병충해에 약해 손이 많이 간다는 단점이 있어 요즘은 이팝나무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예전에는 ‘기타’로 분류될 만큼 관심 없던 수종이지만, 흙이 얕은 곳에서도 잘 자라며 밥알 같은 꽃이 피어 한국인의 정서에 알맞아, 가로수용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은행나무처럼 가을철만 되면 악취를 풍기지도 않고, 다른 가로수 대비 비바람을 잘 견디는 등 관리 또한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로수는 시대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가로수가 있으면 좋은 이유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가로수가 도로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미관이 이유인 것은 아니다. 산림청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가로수의 순기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① 도로교통안전성 및 쾌적성 제공

가로수는 운전자가 곡선 구간이나 고저차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평소에는 육안으로 구분 가능한 도로지만, 악천후 시 실루엣 만으로도 어떤 도로인지 가늠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절벽 등 위험한 지역은 시각적으로 지형의 위험성을 보완하고, 운전자가 도로를 넓게 느끼도록 하여 추락 공포 등을 완화하는데도 기여한다.

한편 터널처럼 명암 구분이 강한 지역에 그늘을 만들어, 운전자가 명순응 혹은 암순응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비슷한 이유로 야간 운전 중 반대 차로의 전조등 조명을 어느 정도 차단해 안전운전을 돕는다.

가로수는 시각적인 측면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가드레일 역할을 하기도 한다. 차선을 이탈한 차량이 가로수를 들이받을 경우 나무 고유의 탄성 덕분에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 사고 피해를 줄이기도 한다. 이 경우 탄성이 강한 가지를 뻗는 수종을 주로 심는다.

② 도시미화

가로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점이다. 삭막한 도시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입힐 수 있으며, 수종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랜드마크 등 관광자원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③ 환경개선

가로수는 도심 열섬 현상, 자동차 배기가스 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여름철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겨울철 기온 저하를 완화하기도 한다.

열섬 현상 감소의 경우, 가로수가 뿌리에서 끌어올린 수분을 수증기 형태로 방출하면서 기화열로 열을 바깥으로 내보낸다. 플라타너스의 경우 하루 평균 0.6 L의 수분을 내보내며 15평형 에어컨 8대를 5시간 가동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덕분에 가로수를 심으면 가로수가 없는 곳 보다 3~7도 정도 시원하며, 습도도 평균적으로 9~23 % 낮아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④ 대기정화

가로수는 나무이기 때문에 대기오염 정화에 도움이 된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같은 물질을 흡수·흡착해 제거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특히 먼지 등의 분진을 줄이기도 하는 데, 공기 1 리터 안에 분진 1,000~12,000개가 있는데 가로수를 심으면 1,000~3,000개로 크게 감소한다. 또, 나무줄기 아래의 분진은 가로수가 없는 곳보다 20% 적다.

④ 소음 저감효과

가로수는 방음벽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리 발생원으로부터 37.5m 거리에 있으면 14dB이 감소하는데, 가로수가 도로를 따라 쭉 심어져 있는 곳은 24dB이나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특히 가로수가 촘촘히 심어진 수림대는 폭 1m 당 50% 수준의 소음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가로수로 침엽수림대를 조성하고, 중앙분리대에 키가 큰 침엽수가 있으면 자동차 소음의 75%, 트럭 소음의 80%만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⑤ 악천후 피해 예방

기본적으로 가로수는 ‘방벽’역할을 한다. 동해안처럼 바람이 많은 해안가를 따라 나무를 심으면 바람을 막고 해일 피해를 줄이는 방풍림이 된다.

또, 수풀이 우거질수록 수분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화재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일반 목재의 발화 한계치는 약 5,000kcal 정도인 데 반해, 수목은 12,000~15,000kcal로 그만큼 화재 가능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도로 위 모든 것들은 
존재 이유가 있다

이처럼 가로수는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한다. 도시 미관, 교통안전, 자연재해 예방 등 여러모로 없어선 안될 존재다. 만약 길을 가다 가로수가 보인다면 이번 내용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너무나 흔해 무심코 지나쳤던 가로수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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