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함부로 썼다가는 ‘횡령죄’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있어
예금주 이름 확인은 필수

[SAND MONEY] “자고 일어나니 통장에 거금이 입금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평범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공상이다.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상상의 달콤함을 거부하기 어려워 돈을 어디에 쓸지,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무엇을 선물할지까지 미리 정해두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이런 상상이 완전히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다. 적게는 몇 만 원에서 많게는 몇십억까지 돈이 잘못 입금되는 사건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데, 오늘은 갑자기 계좌에 모르는 돈이 입금되었다는 사람들의 사연과 함께 그들이 대처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첫 번째로 만나볼 주인공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사는 초등학생 샤오장 군이다. 샤오장의 아버지는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초등학생용 스마트워치(약 1만 원 상당)를 샤오장의 생일 선물로 사주었는데, 선물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게임 아이템 구매를 위해 계좌를 확인하던 샤오장은 스마트워치의 교통카드 가상 계좌에서 1400만 위안(한화 약 23억 6천만 원)의 현금을 발견했다.

정말 사용이 가능한 돈인지 궁금했던 샤오장은 이 계좌를 이용해 컵라면과 과자, 음료수 등을 구입했고, 결제는 문제없이 이루어졌다. 이 엄청난 거금이 자기 것일 리 없다고 생각한 샤오장은 귀가해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아버지 장 씨는 스마트워치를 구매했던 가게를 찾아 상품의 이상 여부를 물었지만, 가게 주인은 해당 스마트워치는 새 제품이며, 유통상의 문제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고 출처도 알지 못하는 거금을 사용할 수 없었던 그는 공안국에도 신고했지만 이번에도 별다른 제품 상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런 소식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검은 일당들이 일부러 돈을 숨기려 벌인 일일 것”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는데, 해당 스마트워치를 제조하고 유통한 업체 측에서는 ‘자사 공장에서 제조된 제품 중 일부 소형 웨어러블 기기에서 이 같은 오작동 사례가 발견됐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는 호주 대학생의 사연이다. 시드니에 살고 있던 21세의 유학생 크리스틴 지아신 리는 17세 때 자신의 웨스트팩 은행 계좌에 출처를 알 수 없는 460억 호주 달러(한화 약 40억 원)이 입금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샤오장과 아버지처럼 신고하고 돈을 돌려주었다면 좋았겠지만, 욕심이 난 크리스틴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마는데, 입금된 돈 중 130만 호주 달러(약 11억 원)을 흥청망청 써 버린 것이다. 그가 돈을 쓴 곳은 시드니 로드의 월세 360만 원짜리 고급 아파트, 남자친구와의 유흥비, 가방이나 액세서리 등의 사치품이었다.

크리스틴도 이 같은 생활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남은 돈 330만 호주달러를 챙겨 본국인 말레이시아로 도망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국하려고 찾은 시드니 공항에서 호주 경찰에 체포되고, 불법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호주 검찰은 뜻밖에도 재판을 포기했다. 크리스틴처럼 인출 한도가 설정되지 않은 계좌를 이용해 210만 호주 달러 (약 17억 4천만 원)을 빼 쓴 혐의로 기소됐던 호주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인데, 재판부는 이 남성이 인출 한도가 설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은행에 알릴 의무가 없는 만큼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크리스틴은 비슷한 일을 저지른 호주 남성의 판례 덕분에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이에 웨스트팩 은행은 “검경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민사 소송을 포함한 모든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위 사례들에 비하면 금액은 좀 작지만,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7년 9월, 한 건설업체는 하도급 업체에 보낼 공사비를 실수로 다른 계좌에 잘못 입금한다. A 씨의 통장으로 4차례에 걸쳐 잘못 들어온 돈은 총 3억 9천50만 원이었다. A 씨는 내연녀 B 씨에게 “돈을 돌려주지 말고 강원도로 도주하자”고 제안했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B 씨의 통장으로 돈을 이체합니다. B 씨는 이 돈을 다시 자신의 다른 계좌로 옮겨 두었다.

두 사람은 계획대로 강원도로 도주한 뒤 아파트와 고급 차량을 사들였는데, 카지노에 드나들며 도박으로 돈을 탕진하기도 했다. 나중에 돈이 모자라자 아파트와 차를 팔면서까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건설 업체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에 덜미를 잡힙니다. 체포된 A 씨와 B 씨는 “갑자기 큰돈이 입금돼서 욕심이 생겼다”며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이처럼 잘못 입금된 돈을 함부로 썼다가는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자신이 번 것이 아닌 돈이 통장에 들어왔다면 이는 ‘부당이득’이며, 입금된 계좌의 주인에게는 돈을 돌려주어야 할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있다. 형법 제355조는 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처한다’고 밝히고 있으니, 떳떳한 자신의 돈이 아니라면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물론 돈을 보낼 때도 늘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야 한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발생한 착오 송금 사례는 연평균 7만여 건, 그 금액은 1,925억 원에 달한다는데, 이 중 반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도 연평균 58.3%(건 기준)에 이른다. 이처럼 간편송금이 활성화되면서 돈을 잘못 보내는 일이 늘어나자 정부가 구제 방안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재정 투입 등의 문제로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송금하기 전에 계좌번호와 예금주 이름을 꼼꼼히 확인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